한국인에게 '로맨스 스캠'을 당한 스위스 남성이 직접 한국을 찾아와 범인을 잡았다.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부장 최태은)는 스위스 국적 남성에게 돈을 뜯어낸 30대 남성 A씨를 지난달 29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의 여자친구도 사기 방조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A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 계정에 여자친구 B씨의 올린 뒤 여성인 것처럼 속이고 20대 중반 스위스인 남성에게 약 2억 원을 뜯어냈다.
A씨는 결혼할 것처럼 행세하며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게 돈을 빌려달라"는 식으로 피해자를 속였고, 미국 온라인 결제서비스 페이팔을 통해 돈을 송금받았다.
이후 지난달 2일 한국에 들어온 피해자가 만나자고 하자, A씨는 그에게 “결혼하고 싶으면 돈을 준비해달라"며 10만 달러(약 1억 3,325만원)를 추가로 요구했다. 만나지는 않고 계속 돈만 요구하는 태도에 수상함을 느낀 피해자는 바로 A씨를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소했고,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는 서울 지하철 5호선 공덕역 물품보관함에 현금을 보관하라는 A씨의 요구에 응하는 척하며 경찰과 함께 주변에서 대기했다. 경찰은 돈을 꺼내 가려던 A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피해자가 송금한 돈은 아버지 사망 보험금으로 받은 돈이며 그는 평소 우울증을 앓아 왔다고 알려졌다.
피해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범인 검거가 길어져 대학 학기 시작도 놓치고, 아르바이트도 빠지게 됐다. 하지만 범인이 붙잡혀 감옥에 있어서 정의가 실현됐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다"고 했다. 또 "속아 넘어간 나 자신이 부끄러워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 내 고백한다"고 밝혔다.
YTN 정윤주 (younj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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