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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문해력부터 한국어 열풍까지...국어원장이 보는 한글

2024.10.02 오후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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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세나 앵커, 나경철 앵커
■ 출연 : 장소원 국립국어원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퀘어 2PM]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높아진 하늘, 서늘해진 공기에 문득 달력을 보니 어느덧 10월이 됐어요.

[앵커]
그렇습니다. 다음 주 한글날을 앞두고 오늘 아름다운 한글 이야기와 함께 우리말과 관련한 최근 논란들 짚어보겠습니다.

장소원 국립국어원장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국립국어원이라 하면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 우리말의 최고 권력기관, 이 정도는 알고 계실 텐데요. 정확히 어떤 분들이 모여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곳인지 소개를 좀 해 주시죠.

[장소원]
국립국어원은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입니다. 그러니까 국립국어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국어학 분야에서 석사학위 이상의 학력을 가진 학위직 공무원들과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죠. 이 사람들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우리말과 글을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글 맞춤법이나 표준어 규정 등 어문규범을 관리하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이나 우리말샘 같은 국어사전을 편찬하고 관리하기도 합니다.

또 우리 국민들의 국어 능력을 조사하기도 하고 국어 사용 실태도 조사하고 또 4차 혁명시대에 맞춰서 한국어를 잘하는 인공지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 기본이 되는 말뭉치라고 부르는 언어 빅데이터를 구축하기도 하고요. 요즘 같은 시대는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한국어 선생님의 수요가 많아져서 한국어 선생님들을 인증하고 재교육하는 일도 합니다. 또 특별하게는 수어와 점자까지도 관리하고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앵커]
국립국어원에 대해서 소개를 해 주셨는데 사실 저희 앵커들과도 뗄 수 없는 기관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희가 본격적인 질문을 드리기에 앞서서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국어와 관련한 질문들을 살펴보겠는데 한번 보여주실까요?

보시면 추후 공업고등학교가 어디야? 이런 질문이 어느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지도 앱에도 안 뜨는데 어디인지 아는 사람? 이렇게 물어보는 질문인데 우리가 문서나 서류 같은 데 추후 공고라는 말들을 굉장히 많이 쓰는데 이게 정말 몰라서 올린 건지, 아니면 장난으로 올린 건지. 원장님도 이런 질문 본 적 있으세요?

[장소원]
요즘 문해력과 관련해서 이런 재미있는 예들이 인터넷에서 많이 떠돌고 있고 또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를 해서 저도 봤습니다. 사흘을 4일과 연관지어서 생각한다든지 우천시가 어느 지역에 있는 도시 이름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앵커]
맞습니다. 그밖에도 심심한 사과를 정말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금일 마감이라는 글을 보고 금요일까지 마감이구나. 그리고 중식을 제공한다는 그 공지글에 중식, 그러니까 중국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원장님, 이게 문해력이 과연 무엇인지, 단순히 정확히 정의를 알고 있는 것을 문해력으로 보지는 않더라고요. 어떤 것을 말하나요?

[장소원]
맞습니다. 지금 추후 공고나 또 우천시 같은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문해력 전반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문해력의 일부인 어휘력을 의미하죠. 낱말 뜻을 잘 몰라서 틀리는 거니까요. 더 엄격한 의미에서 문해력은 말 그대로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니까 길이도 길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글을 읽고 그 핵심을 파악하고 전체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요약해서 제시할 수도 있는 능력을 문해력이라고 합니다.

[앵커]
문해력에 대한 이슈들이 요즘 SNS에서도 굉장히 많이 올라오고 여러 곳에서 게시판에서도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최근에 교육부랑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한 조사를 실시했는데 우리나라 성인 100명 가운데 3명이 지금 보시는 것처럼 비문해 성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미문해 성인이라는 게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한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의 수준이다, 그런 충격적인 결과죠. 사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나라만큼 문맹률이 낮고 또 교육열이 높은 나라도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이렇게 최근 들어서 문해력 저하가 나타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장소원]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첫 번째는 요즘 세대 많은 사람들이 긴 글을 읽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어떤 정보를 얻고자 할 때 책을 한 권을 다 읽고 거기서 필요한 정보를 추려서 뽑으려고 하지 않고 동영상을 통해서 바로 주어지는 답만 원하는 거죠. 또 설사 글을 읽는다고 하더라도 긴 글을 읽는 대신에 요점만 정리되어 있는, 뉴스 같으면 전체 뉴스를 보지 않고 카드뉴스만 보는 게 그런 예가 되겠죠. 그렇게 짧은 글을 너무 읽기 때문에 긴 글을 읽는 문해력이 점점 떨어진다고 볼 수 있고요.

두 번째로는 아까 얘기한 추후 공고나 우천시 같은 것들은 한자어들입니다. 우리 말의 60% 가까이가 한자어 단어들인데 요즘 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하지 않고 있죠. 그러다 보니까 자기가 아는 한자로만 뜻을 추측하려고 하다 보니까 문해력이 점점 떨어집니다. 그러면 한자 교육을 다시 시작해야 하느냐? 이거는 조금 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더 심층적으로 토론과 논의를 해 봐야 하는 문제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추후 공고는 나중에 공고하겠습니다라고 하고 우천시 같은 경우는 비가 올 경우에라는 식으로 쉬운 우리말로 바꿔서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이 문해력이 사실 학습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까 학부모들의 관심도 높은데요. 국립국어원에서도 이 문해력 이슈와 관련해서 별도의 교육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요?

[장소원]
국립국어원에서는 5년 주기로 우리 국민의 국어 능력, 그러니까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능력을 평가합니다. 이것은 OECD에 속한 국가들은 다 하고 있는 일인데요. 최근 조사를 보면 특히 쓰기와 읽기 능력, 즉 문해력이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을 했습니다. 그래서 3년 전부터는 우선 쓰기 능력을 향상시켜보자는 취지에서 국어원에서 논증형 글쓰기의 평가지표를 개발하는 일을 해서 올해 말 정도면 이것을 국가지표라는 이름으로 발표할 예정이고요. 또 평가하는 전문 인력도 양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대규모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는 게 좋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개발해야겠다라고 해서 만들어진 지표를 가지고 인공지능이 계속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3년쯤 지나고 나면 인공지능이 사람들이 쓴 논증문을 첨삭도 해 주고 채점도 해 주는 단계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문해력과 관련해서는 내년부터 집중적으로 학생들의 문해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을 시작할 거고요. 벌써 4~5년 전부터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꼭 알아야 하는 어휘 목록을 목록화해서 발표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나이에 따서 우리가 꼭 알아야 되는 단어가 다르니까 초등학교 3~4학년용, 5, 6학년용 혹은 중학교 1, 2학년에 꼭 알아야 되는 어휘를 발표를 해서 이것을 해당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를 만들 때 이미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다양한 교육 방안을 준비를 하고 계신데 주제를 좀 바꿔서 앞서서도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마는 외국인들이 우리 한국어를 굉장히 배우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해 주셨는데 왜 한국어가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장소원]
아마도 우리나라가 그만큼 발전을 했고 또 경제적으로도 수많은 기업들이 외국에 나가 있고 더 큰 이유로는 한국 문화, 한류 때문이겠죠. 한류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니까 처음에는 한국 문화가 좋다가 한국어가 궁금해지고,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의 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듀오링고라고 외국어를 배우는 앱이 있죠. 그 회사에서 올해 6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듀오링고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수많은 언어 가운데서 한국어가 4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전 세계적으로 256군데에 있는 세종학당에서 매년 20만 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요. 또 대학에서도 한국학과나 한국어 강좌가 개설되어 있는 대학이 106곳이나 되고, 강좌 수는 1400여 강좌가 넘게 개설이 되어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외국인들은 우리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데 우리 국민들은 쓸데없이 외국 용어를 과하게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 순우리말로 바꾸는 그런 작업들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몇 가지 소개 좀 해 주실까요?

[장소원]
국어원에서는 한 달에 두 번씩 새말모임이라고 해서 그 달에 새로 나타난 전문용어나 경제용어, 뉴스에서 쓰이는 외국어나 외래어 표현 혹은 정책명에 들어있는 외국어, 외래어 표현을 순화해서 우리말로 바꿔서 보도자료로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예로 나오고 있는데요. 밸류업을 가치향상으로 바꾼다거나 아니면 서브컬처, 비주류 문화.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이런 용어들을 많이 쓰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이런 생각도 드는 순간이고요. 이제 원장님의 국립국어원 원장으로서의 임기가 오는 7일까지라고, 며칠 안 남았습니다. 그동안 보람도 크시고 또 아쉬움도 크실 텐데 재임기간 동안 국립국어원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장소원]
제가 국어원에 와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글쓰기 능력평가지표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대학에서 논술시험들을 다 보고 하는데 제대로 된 지표가 없어서 대학별로 논술시험을 많이 축소하고 있는 것을 보고 속이 상했었고요. 그렇지만 논증력은 현대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의 논증력을 키워주고 싶어서 이 지표 만드는 일에 착수했고 지금 잘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외국인 국적자로서 한국어 선생님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한국어를 세계 언어로 만들고 싶어하는데 단지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직접 외국인이 한국어 선생님이 돼서 자국민들한테 한국어를 가르치는 시대를 만들고 싶어서 K티처라는 것을 온라인으로 작년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또 그런가 하면 어원사전이라는 것은 국어원의 숙원이었는데 다행히 작년부터 예산을 확보해서 앞으로 4년이 지나면 2만 개의 어원사전이 출간이 될 것이고요.

또 4년이 되면 완전 선진국 수준으로 4만 개 어휘가 실려 있는 어원사전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우리말에 대해서 더 자부심을 가지고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면 해서 올해 한글 주간을 마련해서 전 국민 받아쓰기 대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벌써 9월에 각 지역 예선을 거쳐서 130명 정도가 결선에 올라왔는데요. 이 사람들이 10월 4일 3시에 경복궁 흥덕전에 모여서 받아쓰기 대회를 할 겁니다.

[앵커]
바른 우리말 사업을 위해서 정말 많은 일들을 해 오셨는데 이제 한글날이 꼭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국어학자로서, 또 국립국어원장으로서 아름다운 우리말을 좀 소개해 주십사 저희가 사전에 요청을 드렸는데 예쁜 별 이름들을 가져오셨더라고요. 하나하나 소개를 해 주실까요?

[장소원]
우리말이 아름다운 게 참 많은데 별 이름 중에서 은하수가 우리말로 뭐라고 하는지 앵커분들도 아시죠?

[앵커]
미리내는 많이 들어봤죠.

[장소원]
네, 미리내는 많이 쓰는 말입니다. 그러면 혹시 개밥바라기라는 건 들어보셨나요?

[앵커]
책 제목에 있는.

[장소원]
책 제목이기도 하지만 저녁에 해가 진 뒤에 서쪽 하늘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별이 있습니다. 그 별이 바로 금성인데 저녁 금성을 개밥바라기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아침에, 새벽에 해가 뜨기 전에 유난히 이번에는 동쪽에서 반짝이는 금성은 샛별이라고 부릅니다. 또 작고 잘게 하늘에 흩어져 있는 작은 별들은 싸라기별이라고 하죠.

[앵커]

예쁜 우리말들 많이 알고 많이 쓰는 우리가 돼야겠다는 생각 함께 해볼 수 있겠고요.

3년 임기를 마치고 이제 우리말 학자로 돌아가는 장소원 국립국어원장과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원장님,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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