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살해 후 장모에게 신년 여행 다녀오겠다 연락한 A 교수, 알고보니 일본에 두집살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2월 02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황근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한동안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사랑한 게 죄는 아니잖아 당시 이 대사를 했던 남자 주인공은 불륜 관계를 이어온 한 가정의 남편이었기에 이게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는 좀 더 따져봐야겠습니다만 따져볼 필요도 없이 죄가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 사건이 딱 그런 케이스였죠. 같은 대학 같은 과에서 선후배로 만났던 남편 A씨와 아내 B 씨는 결혼한 지 8년여 만에 이혼 위기를 맞았습니다. 남편 A씨가 자신의 후배인 여성 D씨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요. 아내 B씨는 아들을 생각해 이혼만은 절대 할 수 없다고 했지만 남편 A씨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렇게 둘은 매일같이 말다툼을 이어가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당장이라도 갈라설 듯 매일같이 싸움을 이어오던 부부. 극적인 화해라도 했던 걸까요? 남편 A씨는 장모님에게 온 가족이 외국으로 여행을 간다는 문자를 남겼는데요. 하지만 열흘이 훌쩍 지난 뒤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자 장모님 그러니까 여성 B씨의 어머니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됐죠. 과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A씨 부부의 집에서 발견한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도대체 어떤 광경이 펼쳐졌기에 그리도 놀랐던 걸까요? 이 사건의 열쇠를 푸는 데까지 걸린 시간 무려 9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고 하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의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황근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황근주: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황근주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벌써 12월입니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싶은데 보통 연말이면 송년회도 참 많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마지막 날 또 뭐 1월 1일만큼은 가족들과 함께하곤 하잖아요. 여행들도 많이 가고요. 오늘 이야기 나눌 이 사건 같은 경우도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한 가족이 신년 맞이 여행을 가는 그런 상황으로 시작이 되는 것 같아요.

◆황근주: 네 그렇습니다. 오늘 얘기할 가족도 남들 보기에는 남부럽지 않은 가족이었는데요. 남편인 A씨는 같은 대학교 4년 후배인 B 씨와 열애 끝에 결혼을 했고 2년 만에 아들도 낳았습니다. 아들이 태어나고 얼마 안 있어서 A씨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는데요. 약 4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A 씨는 모교에서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당시 A 씨의 나이가 서른다섯, 젊은 나이에 학계에서 인정받아 유학 후 곧바로 모교 교수로 임용이 되었고 단란한 가정까지 꾸리고 있었기 때문에 남들 보기에는 정말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가족이었습니다.그런데 2000년 1월 1일 아침에 A 씨의 장모 즉 B 씨의 어머니는 A씨로부터 새해 인사와 함께 가족들과 외국 여행을 간다는 문자를 받게 됩니다.

◇이원화: 뭐 그리 급하다고 문자만 보낸 건지 그리고 당시가 2000년이라고 하셨나요? 물론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던 시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연락이 아예 안 될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은데..

◆황근주: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이었고, 아무래도 해외에 있는 사람에게는 연락하려면 비싼 국제전화를 이용했어야 하니까 해외여행 간 사람에게 자주 연락하기는 어려웠지만요. 그래도 새해맞이 가족 여행이라고 하면 길어야 일주일 정도 생각을 할 것 같은데요. 2주가 되도록 장모님이 아무런 연락을 못 받은 겁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장모님이 경찰에 신고를 해서 경찰이 A씨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집에서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서 경찰이 강제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원화: 안에 혹시 사람이 있었나요?

◆황근주: 네 아주 참혹한 모습이었지만 사람이 있긴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경찰은 B 씨와 아들의 시신이 불에 심하게 탄 채 안방 이불 위에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원화: 강제로 누가 침입한 흔적이라든지 강도 아니면 원한이 있었다든지 의심해 볼 만한 상황이 있었나요?

◆황근주: 경찰은 과학수사반을 동원해서 현장 감식을 진행했는데요. 현관문이나 베란다, 창문 등을 살펴봐도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엌이나 거실에도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고 특히 안방 이불 위에만 화재 흔적이 있었지 다른 공간에서는 화재 흔적이 전혀 없었거든요. 안방에 전기장판이나 난로 같은 것들이 있기는 했지만요. 누전에 의한 화재로도 안 보였습니다. 결국 경찰은 화재가 우연한 사정으로 발생된 것이 아니라 통제된 화재, 즉 특정 장소에다가 인위적으로 불을 내고 불이 번지기 전에 진화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원화: 혹시 사인은 뭐였죠?

◆황근주: 아내인 B씨와 아들의 시신도 외관상으로는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얼굴이 많이 부풀고 눈 주위가 돌출된 상태에서 불에 훼손됐는데요. 얼굴이 부풀거나 눈이 튀어나오는 거는 목이 졸려서 사망한 시신이 부패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B 씨와 아들의 사인이 액사 즉 목에 졸려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원화: 아니 그런데 정작 남편은 없네요.

◆황근주: 아내와 아들이 참혹하게 발견됐는데 남편이 없다니까 매우 이상하죠. 경찰도 남편의 행적을 쫓았는데요. 남편은 1월 1일자로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1월 4일에 귀국한 다음에 1월 11일 자로 재차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이 남편을 수사하던 중에 남편에게 내연녀 D씨가 있다는 정황도 발견이 됐습니다.

◇이원화: 굉장히 수상한 정황인데 내연녀가 있었군요.

◆황근주: 근데 이 내연녀가요 놀랍게도 아내도 알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내연녀 D씨는 A 부부와 같은 학교 후배였는데요. D 씨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당시 대학원 조교로 있었던 남편 A 씨와 알게 됐고, D씨가 남편보다 1년 먼저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그래서 D씨가 남편의 초기 정착에 필요한 여러 가지 도움을 줬던 것 같고요. 더군다나 D씨와 남편이 연구하는 분야도 비슷해서 남편은 일본 유학을 가서 D씨하고 급격하게 가까워졌고 급기야 외도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아내도 이 외도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황근주: 남편이 귀국한 다음에도 D씨는 계속 일본에 머물렀기 때문에 남편은 D씨를 만나러 수시로 일본을 왔다 갔다 했고요. 결국에는 이를 수상히 여긴 아내에게 외도 사실을 들켰습니다. 아내는 당연히 남편에게 D 씨와의 관계를 청산하라고 요구를 했는데요. 남편은 여러 차례 대답을 회피하기만 하다가 급기야 1999년 5월경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이원화: 우리나라는 유책주의라고 해서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이혼을 청구하는 걸 인정하지 않죠. 이혼 청구를 하면 기각을 하게 돼 있는데 그래서 아내가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실상 A씨 입장에서는 이혼을 할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죠.

◆황근주: 네 그렇습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장기간 외도를 했는데도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이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요? 남편이 이혼을 요구한 때로부터 이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약 7개월 동안 부부 사이는 계속 악화되었고요. 남편 진술에 따르면 사건 발생 전날부터 계속 다툼이 있었다고 합니다. 남편은 사건 전날 술에 취한 채로 귀가해서 아내와 싸웠고, 아내가 잠이 들자 혼자 술을 마셨습니다. 그러다가 아침에 아내가 깨어나니까 다시 싸움을 했고요. 아마 싸움 도중에 남편이 분을 참지 못해서 아내의 목을 졸라서 살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아니 그런데 범행 현장에서 아들도 죽은 채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아들은 어떻게 된 거죠?

◆황근주: 남편은 사망한 아내의 시신을 방으로 옮겨놓고 이번에는 아들을 깨워서 놀이터에 데려갔습니다. 아들이랑 놀이터에서 오후 3시 정도까지 놀다 들어온 다음에 아들에게 낮잠을 자자며 비닐봉지를 쓰면 잠이 더 잘 온다 라면서 아들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목을 졸랐습니다.

◇이원화: 끔찍하네요. 정말 최악이네요.

◆황근주: 이게 좀 사람이 벌인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남편의 범죄 행각이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은 아내와 아들의 시신에 식용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는데요. 아마도 시신을 불에 태워서 증거를 인멸하려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식용유가 성질상 휘발유처럼 휘발성이 높지가 않기 때문에 불이 번지거나 하지 않은 것 같고요. 근데 이것도 집에서 불이 나면 연기도 나고 냄새도 날 텐데 그럼 분명히 주변에서 신고가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지 남편이 일부러 불을 꺼버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원화: 참 이게 인간이 할 짓인가 싶은데요. 그런데 그 사이에 일본은 왜 그렇게 왔다 갔다 했던 거죠 이것도 범행의 일환이었습니까?

◆황근주: 남편은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장모님께 신년 맞이 여행을 가겠다는 문자를 보낸 다음에 범행 다음날인 20년 1월 1일 곧바로 일본을 출국했다가요. 다시 귀국했다가 1월 4일에 다시 일본으로 출국합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1월 1일에 일본으로 출국을 해서 내연녀 D씨에게 범행을 알린 것으로 보입니다. 직후 귀국해서는 살던 아파트를 담보로 6천만 원을 빌리거든요. 이 6천만 원을 6명의 제자에게 천만 원씩 나눠주고 1월 12일에 일본으로 들고 오라고 한 뒤에 1월 4일에 다시 일본으로 건너갑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공항 가시면 보안검색대 앞에 미화 1만 달러 이상 소지하신 분을 신고해 달라 라는 표지판을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외국환거래법상 출국 시 한 사람당 신고 없이 소지할 수 있는 금품이 미화 1만 달러까지입니다. 아마 그때 당시 환율로 할 때는 약 1천만 원이 약간 넘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6천만 원을 6명에게 1천만 원씩 나누어 준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내연녀도 1월 5일에 일본에서 다시 귀국해서 돈 7천만 원을 마련한 다음에 남편과의 도피 생활을 준비합니다.

◇이원화: 외국환 거래법까지 생각해서 그렇게 치밀하게 했다는 것도 우습고 내연녀라는 사람도 아내랑 알던 사이라는 거잖아요. 뭐 알던 사이건 아니건 간에 사람을 결국에는 죽였다는 건데 그걸 자수하게끔 했어야지 같이 도피 자금을 마련했다는 게 끼리끼리 논다 뭐 이런 말을 이럴 때 쓰는 말 아닌가 싶습니다.

◆황근주: 저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기는 하지만 일단 그만큼 사랑했다라고 해야겠습니다. 졸지에 도망자 신세가 된 남편과 내연녀는 도피 자금으로 생활을 하다가 돈이 떨어지니까 식당 종업원으로 일을 하면서 다시 돈을 모았습니다. 이 돈으로 후쿠오카에 있는 고쿠라라는 지역에 한 식당을 개업하기도 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일본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생활했다는 건 이 둘이 꽤 오랜 시간 경찰에 잡히질 않았다 이거네요.

◆황근주: 남편과 내연녀가 위조 신분증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 신분으로 생활했기 때문에 거의 10년 가까이 적발이 안 됐던 것 같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결국에는 어떻게 발각이 된 겁니까?

◆황근주: 결국에는 꼬리가 잡혔는데요. 남편과 내연녀가 2008년 10월경 일본 나고야에서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났나 봅니다. 일본 경찰이 이들의 신분증과 지문을 확인했더니 제대로 등록이 안 돼 있었고요. 확인을 해보니까 살인 혐의로 인터폴에 수배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같은 달 24일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습니다.

◇이원화: 남편이라는 사람은 범행을 인정을 했습니다.

◆황근주: 남편은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시신에 불을 지른 것, 일본으로 도피 생활을 한 것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내연녀도 남편의 도피 생활을 도와준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요. 어찌 됐든 남편은 아내와 아들에 대한 살인 및 시체 손괴, 내연녀는 범인 은닉 및 도주 방조 혐의가 적용되어서 구속 기소되었습니다.

◇이원화: 재판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황근주: 남편에게는 무기징역이, 내연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습니다.그리고 남편이 붙잡히기 전에 2002년 3월경에 아내의 유가족들이 남편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비록 남편 없이 진행된 재판이었지만 법원은 남편에게 1억 1천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남편이 해외 도피 중이었고 언제 잡힐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집행될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피해자를 위로하고 싶었던 가족들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편과 내연녀는 10년 가까이 도피 생활을 했지만 결국에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붙잡혀서 죗값을 치르게 됐는데 이것이 바로 사필귀정이 아닐까 합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오늘은 불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무참히 살해한 한 교수의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