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수집가들이 감정평가를 받거나 보험 청구를 할 때 진품 여부와 소유권을 입증하려고 인공지능(AI) 챗봇이 생성한 위조 서류를 제출하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현지시간 21일 보도했습니다.
글로벌 보험사 '마쉬'에서 미술품 보험 중개인으로 일하는 올리비아 에클스턴은 "챗봇과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사기꾼들이 판매 송장, 감정서, 출처 증명서, 진품 증명서를 설득력 있게 위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위작과 사기는 미술품 시장의 고질병이지만 차원이 달라지고 있다고 FT에 말했습니다.
한 미술품 손해사정사는 보험사를 대신해 청구 건을 심사하면서 장식용 그림 컬렉션에 대한 수십 장의 감정서를 받았습니다.
이 감정서들은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였으나 모든 작품의 설명란에 적힌 내용이 똑같았으며, 이 때문에 이 손해사정사는 감정서들이 자동 작성 시스템으로 생성됐다고 의심하게 됐습니다.
미술품 거래 분야에서 AI의 악용 사례는 출처 증명 서류를 위조하려는 심각한 악의적 사기 시도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소장자들이 AI 모델에 역사적 데이터베이스에서 작품에 대한 참고 자료를 찾아달라고 했더니 AI가 결과를 "환각"으로 꾸며낸 경우도 있었다고 FT는 전했습니다.
미술품 출처증명 조사업체 '플린 앤드 조바니'의 앤절리나 조바니는 AI가 매우 교활하다며 "충분한 정보를 주면, 뭔가를 짐작해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림에 AI로 서명을 덧입힌 것으로 보이는 문서가 첨부된 사례를 본 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AI 악용은 기존 관행의 연장선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보험사 '하우든'의 미술품 보험 부문 책임자 필리포 게리니-마랄디는 "과거에는 진품임을 증명하기 위해 유명 기관이 쓰는 편지지를 훔치거나 위조했지만, 이제는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수많은 위조 문서를 접해왔다며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AI가 이를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미술품 위조범들은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소유자 변경 이력을 입증하는 서류 등 진품임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서류도 위조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짜 장부 번호나 가짜 나치 도장 등도 등장합니다.
이런 서류들 없이는 작품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술품 위조 사기꾼 볼프강 벨트라치는 부인과 짜고 막스 에른스트(1891-1976), 페르낭 레제(1881-1955) 등 유명 작가들의 위작을 만들면서 허위로 작품 출처를 증빙하려고 사진을 위조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손해사정 전문업체 '세드윅'에서 일하는 미술품 손해사정사 그레이스 베스트-데버루는 FT 인터뷰에서 AI 개입의 단서를 찾기 위해 디지털로 보관된 문서의 메타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손해사정사들 역시 작품 출처 증빙의 진위 확인에 AI 도구를 활용하고 있지만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전문가조차 사기 행위를 식별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털어놨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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