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3일 새벽,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정적을 깨고 미군 정예 특수부대 델타포스가 움직였습니다.
작전명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
스텔스기 등 항공기 150대를 투입한 새벽 급습 작전은 단 3시간 만에 단 1명의 미군 사망자 없이 종료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미국은 지구상 가장 강력하고 정교한, 두려운 군대임을 증명했습니다 그 누구도 우리와 비교조차 안 됩니다.]
현직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는 안전가옥 침실에서 생포되어 수갑이 채워진 채 미국 뉴욕으로 압송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승부수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마두로 축출 이후 차기 리더로 거론되던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패싱하고 마두로의 오른팔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과도 정부의 파트너로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다시 그 정권의 2인자를 세운 모순된 선택 뒤에 트럼프는 어떤 계산을 숨겨놓았을까요?
이번 작전은 그야말로 전격적이었습니다.
미 육군 특수부대 델타포스는 마두로의 은신처를 단숨에 장악해 현직 대통령을 전격 체포했습니다.
이는 2011년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한 이후 가장 위험했던 군사 작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를 미국으로 압송한 직후 "오늘부터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사실상의 신탁 통치 선언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트럼프가 강조한 운영의 핵심은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 석유 자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석유 자원과 기반 시설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승전보 뒤에서 아주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베네수엘라 민주화의 상징,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그녀는 지난해 노벨평화상까지 받으며 명실상부한 차기 리더로 꼽혔습니다.
전통적인 외교 문법으로는 노벨상 수상자이자 민주화의 상징인 마차도가 당연한 선택지였을지 모릅니다.
더구나 마차도는 트럼프가 원하는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개방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 2025년 미국 비즈니스 콘퍼런스 :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모든 산업을 개방할 것입니다. 1조 7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기회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을 뒤엎고 마차도 대신 마두로와 손발을 맞춘 현 부통령 로드리게스를 차기 리더로 지목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마차도가 (베네수엘라) 지도자가 되기는 매우 힘들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지지를 받지도, 존경을 받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매우 훌륭한 여성이긴 하지만, 리더로서의 존경심을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판단은 현실, 즉 실리에 기반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석유를 생산하고 국가 시스템을 가동할 '행정력'과 '군부 통제력'에 있어 마차도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와 관련 이색적인 분석도 나왔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마차도를 배제한 이유가 노벨평화상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만약 마차도가 수상을 거부했다면 베네수엘라 대통령 자리가 그녀의 것이 됐을 거라는 겁니다.
트럼프가 선택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마두로 정권의 2인자이자 석유 장관을 지낸 인물입니다.
베네수엘라의 밥줄인 석유 산업 실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로드리게스가 미국의 요구에 협조하는 대가로 과도 정부의 실권을 약속받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한마디로, '말 잘 듣는 실무자'를 선택한 트럼프의 비즈니스적 결단인 셈입니다.
트럼프는 로드리게스가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노골적인 경고도 덧붙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지금 당장은 불필요해 보이지만, 우리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2차 공습 준비도 마친 상태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변수는 베네수엘라 군부입니다.
군이 로드리게스를 지지할지, 더 나아가 트럼프의 계획에 협조할지가 관건입니다.
만약 로드리게스가 친마두로 세력과 결탁해 미국에 등을 돌리거나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다면?
베네수엘라는 제2의 이라크 또는 아프가니스탄처럼 끝없는 내전의 늪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장성들은 마약 밀매와 부패로 막대한 부를 쌓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와 로드리게스는 군부에 거래를 제안할 가능성이 큽니다.
협조의 대가로 재산을 지켜주고 안전한 퇴로를 보장하는 것, 이른바 '골든 파라슈트(Golden Parachute)', 황금 낙하산 전략입니다.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정권에서 보기 드문 인물입니다.
우선, 부통령 겸 석유부 장관으로서 경제를 이해하는 실무자입니다.
프랑스 유학 경험이 있는 로드리게스는 2019년 시장 친화적 개혁을 이끌며 베네수엘라 경제에 숨통을 틔워졌습니다.
비공식 달러화 정책도 그녀의 작품입니다.
가족 배경도 특이합니다.
우선 오빠는 마두로의 최측근으로 여당이 장악한 국민의회 의장입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 베네수엘라 의회 신임 의장 : 나의 형제이자 대통령인 마두로를 되찾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수단을 활용하겠습니다.]
남매의 아버지는 1976년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문당한 뒤 숨진 것으로 알려진 좌파 혁명가입니다.
이 때문에 로드리게스 남매가 기득권층, 특히 마차도 같은 '구엘리트'에 적개심을 품고 있다는 평가도 따라붙습니다.
[델시 로드리게스 /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2026년 1월 7일) :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와 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자원은 자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발전에 기여해야 합니다. 우리 석유 산업은 수출을 목적으로 탄생했습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5일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취임 선서는 오빠 로드리게스 국회의장 앞에서 이뤄졌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90일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군과 민병대가 총동원됐고, 석유 산업과 핵심 인프라는 군 통제에 들어갔습니다.
이동 제한, 집회 금지는 물론 미국에 협력한 이들은 체포하겠다는 경고까지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카라카스 정가에선 다른 해석이 나옵니다.
로드리게스 남매가 미국과 막후 협상을 마쳤으며 강경 발언과 조치는 내부 결집용 연극일 뿐이라는 관측입니다.
[마코 루비오 / 미 국무장관 : 핵심은 우리가 베네수엘라 임시 정부에 대해 막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분명한 건 지금이 과도기라는 점입니다. 결국 나라를 바꾸는 건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몫입니다. 우리는 적절한 시점에 우리의 영향력을 행사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우리의 승인 없이는 석유를 절대 수출할 수 없다는 점도 그중 하나입니다.]
트럼프의 이번 도박은 베네수엘라를 부유하게 만들 신의 한 수가 될까요?
아니면 국제법을 파괴한 외교 참사로 기록될까요?
분명한 건, 이제 국제 정치의 문법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인권'이나 '정의' 같은 명분은 이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석유'와 '미국의 이익'이라는 차갑고 냉혹한 계산서뿐입니다.
구체제의 잔류 세력과 손을 잡고 실리를 챙기겠다는 트럼프의 '확고한 결의'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베네수엘라의 운명이 걸린 거대한 실험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참고 기사 :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digital 이형근 (yihan305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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