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세상 모든 일이요. 수학 공식처럼 답이 정해져 있고, 누군가의 말을 아무 의심 없이 그대로 믿어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니, 얼마나 편할까요. 이 생각은요. 특히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최후 진술을 들을 때마다 반복되곤 하는 생각입니다. 앞서 들으신 한 남성의 독백.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된 피해자를 여러 차례 성추행하고,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였습니다. 후회한다는 말, 그 말은 과연 진심이었을까요? 이 말은 과연 누구의 이야기였을까요. 피의자의 재범을 예상한 것도 아닌, ‘확신했다’ 말한 이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그는 20여년 전, 같은 피의자의 범행으로 자식을 잃은, 아버지였습니다. 당시 가해자였던 남성 A 씨는 징역 15년을 확정 받고 복역했는데, 출소 후 유사한 성범죄를 또다시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요. 이와 별개로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인 남성 A 씨가 피해자에게 했다는 말이 하나 있었는데 그 말이 참 충격적이었죠. 다시 한 번 떠올려보겠습니다. 1심 최후 진술에서 A 씨가 남겼던 말, ‘최선을 다해 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후회된다, 혹시 나가게 된다면 반성하고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 진심 여부와는 별개로, 가해자들의 최후진술은 마치 정해진 답안이라도 있는 듯 놀라울 만큼 닮아 있죠. 오늘 <사건X파일>에서는, 출소 후 동종범죄 재범, 우리가 과연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인지, 사례와 함께 차분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김상민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상민 : 네, 안녕하세요. 로엘의 김상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과거에 중대한 범죄로 실형을 살았던 남성이 출소 이후 유사한 범죄를 저질러 또다시 재판에 넘겨진 그런 사건인데요. 일단 사건 개요부터 정리해주시죠.
◆ 김상민 : 네,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사건입니다. 20년 전 초등학생을 성추행하고 살해한 죄로 15년간 복역했던 37세 남성 A 씨가 출소 후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A 씨는 지난해 5월부터 7월 사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된 피해자를 여러 차례 추행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 이원화 : 검찰이 처음에는 강제추행상해 혐의로 기소했다가 중간에 유사강간미수죄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알려졌는데. 두 혐의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거고, 검찰이 공소장을 바꾼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 김상민 : 두 혐의는 죄질과 처벌 수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강제추행상해죄'는 강제추행의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고, '유사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다른 신체 일부나 도구를 넣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유사강간미수'로 공소장을 변경한 것은, A 씨의 범행이 단순 추행을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양형기준 등을 고려했을 때,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과 죄질의 중대성을 더 명확하게 반영하고 그에 상응하는 더 무거운 처벌을 구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이 사건에서 특히 충격적인 대목은, 피고인이 자신의 과거 범죄 전력을 숨기기보다 오히려 피해자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단 정황이거든요? 과거에 어떤 사건이 있었고, 그래서 피해자에게는 어떤 식으로, 뭐라고 말을 했던 거죠?
◆ 김상민 : 그 점이 바로 이 사건의 비난 가능성을 매우 높이는 지점입니다. A 씨는 만 16세였던 2005년, 충북 증평에서 같은 체육관에 다니던 10살 초등학생을 성추행하고, 피해자가 저항하자 때려서 숨지게 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로 인해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죠. 그런데 이번 범행 과정에서 A 씨는 피해자에게 자신의 전자발찌를 보여주면서 ‘강간·살인으로 교도소에 15년 갔다 왔다’고 말하며 위협했습니다. 자신의 과거 범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협박의 도구로 사용한 것이죠.
◇ 이원화 : 거의 뭐 이 정도면 훈장이네요. ‘가만두지 않겠다’ 이런 협박 발언도 문젠데, 심지어 실제 살인 전과가 있는 사람이 위협을 한다면 피해자의 두려움이 훨씬 클 것 같거든요? 이런 경우 양형에 영향을 미치겠죠?
◆ 김상민 : 네, 당연히 양형에 매우 불리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일반적인 협박과 달리, 실제 살인 전과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전과를 언급하며 위협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극도의 공포심과 무력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는 단순한 협박을 넘어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판부 역시 이런 행위가 죄질이 매우 나쁘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는 명백한 증거로 판단하기 때문에, 형량을 결정할 때 중요한 가중 처벌 사유로 고려할 것입니다.
◇ 이원화 : 앞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야길 해주셨는데, 이야길 듣고 보니 ‘과거에 그렇게 중함 범죄 전력이 있고 이걸 가지고 협박까지 했는데, 형량 너무 낮은 거 아니냐’ 생각하는 분들 꽤 많으실 것 같거든요? 왜 과거 중한 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검찰 구형 대비 형량이 낮아졌는지, 감경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짚어주시죠.
◆ 김상민 : 네,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는데 법원은 7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 있는 부분입니다. 재판부가 밝힌 유리한 정상, 즉 감경요소는 A 씨가 뒤늦게나마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는 점, 폭행이 1회에 그쳤고 상해 정도가 중하지 않다는 점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감경 사유가 국민 법 감정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2005년 사건 당시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A 씨가 출소 후 분명 같은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확신했는데, 그 예상이 현실이 된 점은 우리 사법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심지어 A 씨는 당시 살인 사건 이전에도 이미 3건의 성추행 범죄 전력이 있었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그리고 또 하나 궁금한 게. 이 남성, 과거 살인이라는 중한 범죄로 실형을 살고 출소한 상태였던 거잖아요? 그러면 출소 이후 교정 당국의 관리 대상이었는지, 그러니까 보호관찰이나 별도의 감독을 받았는지 현재까지 알려진 게 있습니까?
◆ 김상민 : 네, A 씨는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A씨 가 법원으로부터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았고, 보호관찰관의 감독을 받는 대상자였음을 의미합니다. 즉, 국가의 관리·감독 시스템 안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범을 저지른 것입니다.
◇ 이원화 : 실형을 살고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보호관찰 대상이 되는 건 아니죠? 법원의 별도 명령이 있어야 하나요?
◆ 김상민 : 네, 그렇습니다. 모든 출소자가 보호관찰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성범죄자의 경우,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될 때 법원이 형벌과 별도로 보호관찰이나 전자장치 부착 명령 등을 부가합니다. A 씨의 경우, 과거 범죄의 심각성 때문에 법원이 재범 위험이 높다고 보고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범죄가 다시 발생했다는 것은, 현재의 관리 시스템에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보호관찰 제도가 물론 일정 부분에서는 도움이 되는 장치긴 합니다만, 현실적으론 한계가 분명하단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잖아요? 변호사님 보시기엔 어떤 점이 가장 취약한지, 최근 사례를 들어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 김상민 : 네, 보호관찰 제도의 허점은 여러 사건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에 발생한 '창원 모텔 살인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피의자 표수철 역시 과거 SNS를 통해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로 징역 5년을 살고 보호관찰을 받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출소 후 몇 달 만에 또다시 SNS로 알게 된 중학생 3명을 살해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죠. 이처럼 보호관찰을 한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거주지 내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어떤 검색이나 대화를 나누는지는 당국에서 알 수가 없으므로, 이런 식의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단순히 대상자의 위치정보만 파악해서는 추가 범행을 방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굉장히 제한적이죠.
◇ 이원화 : 저도 그 사건 기억납니다. 가해자가 재범에 이르게 된 경위 역시 과거 자신의 범행 방식, 그러니까 SNS를 통한 접근이라는 루트를 그대로 번복했는데, 그런데 이 남성 역시 보호관찰 대상이었군요?
◆ 김상민 : 맞습니다. 더 큰 문제는 관리의 부실이었습니다. 표수철은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된 주소지에 실제 거주하지 않았지만, 보호관찰소는 이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KBS 취재에 따르면 창원보호관찰소는 매월 한 번씩 표수철을 보호관찰소로 불러 면담만 했을 뿐, 법무부의 지침과 달리 주거지를 직접 방문해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결국 보호관찰 대상자가 국가의 감시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던 셈입니다.
◇ 이원화 : 보호관찰을 받는다고 해도 개인의 SNS활동까지 감시를 할 순 없는 건가요? 특히 이번 경우는 SNS를 통해 범죄를 저질러 온 경우였잖아요. 그래도 어려운가요?
◆ 김상민 : 네,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사생활 침해 문제 때문에 보호관찰관이 대상자의 SNS 계정이나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면담 과정에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정도가 전부인데, 이는 얼마든지 숨기거나 다른 계정을 이용하면 그만입니다. 특히 창원 사건의 피의자처럼 SNS가 주요 범행 도구였던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보다 특화된 감독 방법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제도적, 기술적 한계가 명확합니다.
◇ 이원화 : 지금 그런 제도가 없다, 그런 규정이 없다, 근거가 없다 말씀해 주셨는데. 그러면 결국에는 그런 근거를 좀 만들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앞서 살펴본 유형의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 보호관찰제도, 어떤 부분이 보완되거나 바뀌어야 한다고 보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 김상민 : 몇 가지 시급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 번째로, ‘보호관찰관의 인력 확충과 권한 강화’입니다. 현재 보호관찰관 1명이 담당하는 대상자 수가 OECD 평균의 3배가 넘는 실정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밀착 관리가 불가능합니다. 인력을 늘리고, 주거지 불시 방문이나 위반 시 즉각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기관 간의 유기적인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해야 합니다. 창원 사건 피의자는 범행 몇 시간 전, 다른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경찰 조사를 받고도 풀려났습니다. 당시 경찰이 이 사실을 보호관찰소에 통보만 했더라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세 번째로, ‘사법부의 적극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창원 사건의 경우, 검찰이 ‘재범 위험성이 높다’며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습니다. 위험성 평가 결과가 '높음'으로 나온 대상자에 대해서는 법원이 좀 더 적극적으로 전자장치 부착 등 강력한 감독 수단을 명령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범행 수법에 따른 맞춤형 감독 프로그램 개발’입니다. SNS를 범행에 이용하는 대상자에게는 온라인 활동을 제한하거나, 관련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범죄 패턴에 맞는 특화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런 식의 다방면적 개선이 이루어져야지만 보호관찰제도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