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인근 베이트 셰메시 지역에 이란 미사일 한 발이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폭격 직후, 한 종군기자의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의 군사 특파원 에마뉘엘 파비안이었습니다. 메시지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신 때문에 우리가 90만 달러를 잃었다. 90분 안에 기사를 고쳐라."
"고치지 않으면 그 돈 이상을 써서 당신을 끝내겠다."
파비안의 기사가 문제가 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미사일이 이스라엘 영토에 실제로 '명중'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입니다.협박범들은 미사일이 '요격됐다'고 기사를 수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폴리마켓이라는 온라인 예측 시장에서 '이란이 3월 10일 이스라엘을 타격하지 못한다'는 쪽에 돈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1,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0억 원이 걸린 베팅이었습니다.
전장의 기사가 도박판의 변수가 되는 시대. 전쟁을 소재로 한 예측 시장, 이른바 '워 카지노'가 지금 미국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폴리마켓이란 무엇인가
폴리마켓은 암호화폐 기반의 온라인 예측 시장입니다.예측 시장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특정 사건이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에 돈을 거는 것입니다. 가격은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집단의 예측 확률을 반영합니다. 폴리마켓은 선거나 스포츠, 경제 전망 등에 쓰이던 예측 시장을 전쟁이라는 영역으로 확장했습니다. 이번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관련해 폴리마켓에서만 약 5억 달러, 우리 돈 7,000억 원이 넘는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경쟁사 칼시까지 합산하면 지난 2월 한 달 거래 규모만 180억 달러, 약 26조 원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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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마켓 홈페이지 캡쳐
의혹의 핵심, '마가맨'과 내부자 거래
폴리마켓이 진짜 문제가 된 것은 규모 때문만은 아닙니다.수상쩍은 거래 패턴이 발견됐습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공습하기 불과 수 시간 전, 폴리마켓에 '마가맨(Magamyman)'이라는 계정이 등장했습니다. 이 계정은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3월 이전에 권좌를 떠날 것이라는 쪽에 대규모 베팅을 했습니다. 공습 당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타격으로 하메네이가 사망하자, 마가맨은 53만 달러, 약 7억 7천만 원의 수익을 챙겼습니다.
비슷한 시각, 150개의 신규 계정이 폴리마켓에 개설돼 공습에 돈을 걸었습니다. 그 중 109개 계정이 1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습니다.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버블맵스는 의심 계정 6개를 특정했으며, 이들이 공습 직전에 총 12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추정했습니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작전이 시작되기 수 시간 전, 한 익명 거래자가 '마두로가 1월 안에 실각한다'에 3만 2천 달러를 베팅해, 불과 몇 시간 뒤 4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타이밍이 너무 정확했습니다.
트럼프 가문과 폴리마켓의 연결고리
논란이 더 커진 이유가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폴리마켓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벤처캐피털 1789캐피털은 폴리마켓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주니어는 칼시의 전략 자문도 겸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시작된 폴리마켓에 대한 두 건의 연방 조사가 전격 취하됐습니다. 2025년 말, 폴리마켓은 미국에서 정식 규제 승인까지 받았습니다. 민주당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트럼프 주변 사람들이 전쟁과 죽음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직격했습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의사결정을 이끄는 유일한 이익은 미국 국민의 이익뿐"이라며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고, 트럼프 주니어 측도 직접 거래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워 카지노'가 만드는 세 가지 균열
예측 시장 옹호론자들은 집단지성을 통해 전통 언론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폴리마켓의 예측 정확도는 결과 확정 한 달 전 기준으로 94%에 달한다고 자체 집계합니다. 하지만 '워 카지노'는 지금 세 가지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첫째, 언론의 독립성 침해입니다. 파비안 기자 사례가 보여주듯, 베팅 결과에 돈을 건 사람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사를 고치도록 기자에게 압력을 가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둘째, 내부자 정보의 무기화입니다. 상황실에 앉아 공습 명령을 논의하는 사람이 그 정보를 바탕으로 베팅을 한다면, 이는 기밀 유출이자 금융 사기입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는 작년 이란과의 전쟁 당시 기밀 정보를 이용해 폴리마켓에 베팅한 혐의로 두 명이 기소된 바 있습니다.
셋째, 전쟁을 바라보는 감각의 변형입니다. 미사일 타격이 수익으로 이어지면, 사람들은 비극적인 사건에 흥분을 느끼도록 조건화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꿉니다.
의회의 반격, BETS OFF 법안
지난 3월 17일, 미국 상·하원에서 'BETS OFF'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전쟁, 테러, 암살, 정부의 결정'을 소재로 한 베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위반 시 형사 처벌도 가능하고,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플랫폼에 대한 결제망 차단 조항도 담겨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 캘리포니아주 애덤 시프 상원의원은 별도로 'DEATH BETS' 법안을 발의해 전쟁, 테러, 암살, 개인의 죽음을 소재로 한 계약 자체를 금지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폴리마켓도 즉각 반응했습니다. 협박 메시지를 보낸 계정은 영구 정지하고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습니다. '핵무기 폭발 예측' 마켓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조용히 삭제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전쟁 관련 마켓은 여전히 운영 중입니다. 규제 당국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이번 달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전쟁 관련 베팅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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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사진:AP/연합뉴스>
최후통첩 연장, 그리고 역대 최고치를 찍은 베팅
그 사이에도 폴리마켓의 판돈은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발전 시설을 폭격하겠다는 최후통첩을 5일 연장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48시간 안에 재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를 날려버리겠다"는 주말의 위협을 스스로 거둔 것입니다.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지만, 이란은 어떠한 협상도 없었다고 즉각 부인했습니다.
이란 국영방송은 화면에 이런 자막을 띄웠습니다. "이란의 단호한 경고에 미국이 물러섰다." 말과 말이 정반대로 충돌하는 이 혼란 속에서 폴리마켓의 베팅은 오히려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4월 말까지 미 지상군이 이란에 투입될 확률은 오늘(24일) 오전 기준 48%. 연말까지 시간을 두면 61%까지 올라갑니다. 지난주에는 70%를 넘기도 했습니다. 지상전 가능성 베팅에만 2,300만 달러, 우리 돈 약 335억 원이 걸려 있습니다.
시장이 확률을 높이는 데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오키나와에 주둔하던 제31해병기동부대(31st MEU)와 강습상륙함 USS 트리폴리(LHA-7)가 3월 13일 중동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해병대 약 2,200명과 F-35B 전투기, MV-22 수송기까지 탑재한 상륙 작전 전용 전력입니다. 여기에 캘리포니아에서 USS 복서를 중심으로 한 제11해병기동부대 약 2,500명이 추가로 출발했습니다. 현재 중동에 집결 중인 미군은 약 5만 명에 달합니다.
육군도 움직였습니다. 제82공수사단은 루이지애나 훈련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노스캐롤라이나 포트 브래그에서 대기 중입니다. 통보 후 18시간 내 전 세계 어디든 투입 가능한 즉각대응여단 약 3,000명입니다. 이란의 석유 수출 90%를 처리하는 카르그 섬 점령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미 국방부가 이란 병사와 민병대를 수용할 억류 시설까지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의 준비가 단순한 억제력 과시 수준을 한참 넘어섰음을 보여줍니다.
트럼프가 "지상군 투입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바로 그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런 계획이 있더라도 당신들한테 말하진 않을 것이다." 시장은 통수권자의 말보다 실제로 움직이는 병력의 이동 경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예측 시장은 원래 집단의 지혜를 모아 불확실한 미래를 가늠하는 도구였습니다. 선거 결과를 맞히고, 경제 흐름을 예측하고, 스포츠 승부를 가늠하는 것과, 누군가의 죽음과 국가의 폭격에 돈을 거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행위입니다. 전쟁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는 두 가지 위험을 동시에 만들어냅니다. 정보를 가진 자가 그 정보를 돈으로 바꾸는 내부자 부패, 그리고 누군가의 비극을 '맞혀서' 기뻐하는 감각의 마비.
BETS OFF 법안은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 가문과 폴리마켓의 연결고리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행정부가 이 시장을 스스로 제한할 가능성도 낮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의 문제이기 이전에 윤리의 문제입니다. 전쟁과 죽음이 거래 상품이 될 수 있는지, 그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하는지는 이제 사회 전체가 답해야 할 질문이 됐습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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