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민중미술 1세대, 강요배 화백이 고향의 바다와 하늘 바람을 화폭에 담아 돌아왔습니다.
50여 년 세월이 깃든 노장의 최신작들엔 다정함이 더해졌습니다.
김정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한여름의 열기를 씻어내듯 절벽을 타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
전시장 공간을 가로질러, 거대한 파도의 생명력으로 소용돌이칩니다.
작가의 손길을 거친 제주 바람은 헝클어진 유채꽃과 갯바위를 품고, 때론 하늘이 되고 때론 바다가 됩니다.
바람은 강요배 그림의 근원입니다.
[강요배/작가 : 다른 곳에 저를 갖다 놓으면 아무것도 그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제주도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바람기, 구름의 특성 이런 것들을 익혀 왔기 때문에 그냥 무심히 다른 풍경을 그렇게 그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바람이 지나간 기운을 담기 위해 붓 대신 구겨진 종이나 나뭇가지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강요배/작가 : 붓은 좀 모범적이고 얌전합니다. 흔적이 그래서 좀 거친 바람하고 어울리는 그런 구겨진 재료들 이런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주 4·3의 시린 역사를 세상에 알리며 민중미술의 새 지평을 열었던 강요배 작가는 불혹의 나이, 제주로 돌아온 뒤, 온몸으로 느끼는 제주의 자연을 화폭에 담아왔습니다.
어느덧 일흔다섯!
힘을 빼고 물기를 얹어 덤덤하게 그렸다는 나무 연작에는 세월의 결들이 오히려 단단히 녹아 있습니다.
[강요배/작가 : 마음이 좀 편한 점도 있고, 그래서 저는 괜찮아요. 나이에 들어가는 것이 그렇게 싫지 않습니다.]
이른 아침 살며시 고개 든 나팔꽃과 열매 한 알을 사이에 둔 새 두 마리.
어느 날 눈에 들어온 새삼 반가운 일상들이 역사의 격랑을 지나온 노장의 손끝에서 정겨운 온기로 다시 피어나고 있습니다.
YTN 김정아입니다.
영상기자 : 곽영주
YTN 김정아 (ja-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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