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우리말에 담긴 뜻을 한 글자씩 해부해보는 <미디어 언어> 시간입니다.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 나오셨습니다.
◇ 신동광 작가 (이하 신동광) : "말 속에 답이 있다!". 안녕하세요, 말록 홈즈 신동광입니다.
◆ 최휘 : 반갑습니다. 오늘은 밀리터리 덕후분들이 좋아할만한 주제인 것 같은데요. 무기의 어원들을 소개해 주시기로 했는데, 계기가 궁금합니다.
◇ 신동광 : 오는 목요일은 건군 78주년 국군의 날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최선을 다해주시는 국군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새기는 날인데요. 사실 나라를 지키는 일은 군인들만의 의무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인 우리 국민 모두가 항상 적극적으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데요. 이러한 공감대를 넓히려면, 우리 군이 어떤 무기들을 보유하고 사용하는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사람들이 그러한 무기를 접할 기회는 드물겠지만, 그것들이 어떤 기능과 의미와 가지고 있는지 알면, 국방 의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번 주제를 준비했습니다,
◆ 최휘 : 오늘 이야기 기대해 보겠습니다. 어떤 것 먼저 소개해 주실 건가요?
◇ 신동광 : 우선 개인화기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인화기란 군인 개개인이 보유하고 사용하는 총이나 포 같은 병기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대표적으로 소총(小銃)이 있습니다. 한자로 ‘작을 소(小)’에 ‘총 총(銃)’자로 구성된 단어입니다.
◆ 최휘 :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보면 꽤 커보이던데 왜 작다는 뜻의 소총이라고 하는 건가요? 권총 정도가 되어야 작아보이는데요.
◇ 신동광 : 맞습니다. 소총은 권총보다 훨씬 크죠. 기관총이나 대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총이라는 의미에서 붙은 말입니다. 사실 이 소총이란 말은 일본이 근대화 시기에 도입해 우리나라에 전해졌습니다. 서구의 단어들이 일본식 사고와 정서를 거쳐 본래 의미가 전해지지 않는 경우들이 빈번합니다. 오늘 다룰 다양한 병기들의 이름이 일본을 거쳐 우리 군에 자리잡은 경우가 많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 최휘 : 영어로는 어떻게 부르는 지도 궁금한데요.
◇ 신동광 : 소총은 영어로 ‘라이플(rifle)’이라고 부릅니다. 라이플이란 총열 안에 강선이라고 불리는 ‘줄을 파 넣은 총’을 의미하는데요. ‘홈을 파다’라는 뜻의 라이플링(rifling)이란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총열 안에 나선형 홈을 파면, 격발된 탄환이 총 내부에서 회전해 파괴력과 사거리가 더 커집니다.
또 영화를 보면 총에 칼을 꽂고 다니기도 하죠. ‘대검(帶劍)’이라고 부릅니다. ‘휴대하고 다니는 칼’이란 뜻이죠. 평소에 탄띠라고 불리는 벨트에 부착하고 다니다가, 총알이 떨어지거나 근접전을 펼칠 때 소총 앞부분에 결합해 창처럼 활용합니다. 이렇게 총검을 활용한 전투술을 총검술이라고 부릅니다. 북한에서는 대검을 총에 꽂는 창이라는 의미로 총창으로, 이를 활용한 백병전 무술을 창격술(槍擊術)이라고 부릅니다.
◆ 최휘 : 총, 칼에 대해 알아봤으니, 폭탄도 알아봐야죠. 훈련소에서 가장 떨리는 훈련 중 하나가 수류탄 던지기라고 들었는데 수류탄 던져보셨나요?
◇ 신동광 : (답변)
◆ 최휘 : 수류탄에 담긴 뜻은 무엇일지?
◇ 신동광 : 수류탄(手榴彈)은 ‘손 수’, ‘석류 류’, ‘총알 탄’자로 구성된 말입니다. ‘손으로 던지는 유탄’이란 뜻이죠. 유탄발사기라는 총에 넣어 쏘는 유탄은 ‘총류탄’이라고 부릅니다. 류(榴)는 석류를 뜻합니다. 초기 수류탄의 모습이 석류처럼 표면이 울퉁불퉁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유래설과, 폭발 시 흩어지는 파편이 석류의 씨앗처럼 퍼져 나가 적을 공격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최휘 : 영어로도 석류란 의미가 있을까요?
◇ 신동광 : 그렇습니다. 유탄을 그러네이드(grenade)라고 부릅니다. ‘씨앗이 많다’는 뜻의 ‘라틴어 그라눔(granum)’에서 출발한 단어입니다.
◆ 최휘 : 동서양 모두 석류라는 개념에서 시작했네요?
◇ 신동광 : 맞습니다. 그러네이드를 번역한 말이 유탄이니까요.
◆ 최휘 : 총알은 어디서 왔을까요?
◇ 신동광 : 총: ‘총에서 발사되는 둥근 물체’란 뜻이죠. 아주 직관적입니다. 이를 가리키는 영어단어 ‘bullet’은 프랑스어 ‘작은 공’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불레뜨(boulette)’에서 유래했습니다. ‘불레(boule)는 '공'을 뜻합니다.
◆ 최휘 : 총알이 둥글지는 않던데요?
◇ 신동광 : 과거의 총알은 둥근 공의 형태였습니다. 현대로 오며 총알은 탄피 안에 화약을 집어넣어 이 폭발력으로 탄두를 발사하는 결합형으로 변화했는데요. 탄두의 모양도 유선형이라 사거리와 파괴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졌습니다.
◆ 최휘 : 이제는 소총보다 크고 센 대포도 알아볼까요? 대총이라고 안하고 왜 포라는 명칭으로 넘어갔을까?
◇ 신동광 : ‘대포(大砲)’는 ‘큰 포’입니다. 한자 ‘포(砲)’는 본래 돌이나 탄환을 쏘는 무기를 뜻했습니다. 이를 가리키는 영어 ‘캐논(cannon)’은 이탈리아어로 ‘큰 대롱’을 뜻하는 ‘cannone’에서 유래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갈대나 대롱’을 의미하는 라틴어 canna와 연결됩니다. 오랜 옛날 육중한 돌덩이를 날리던 ‘거대한 대롱’이, 폭탄 같은 위력의 포탄 발사기로 변모한 셈이죠.
◆ 최휘 : 박격포라는 말도 들어봤어요. 참 힘든 보직이라고 하던데요.
◇ 신동광 : 박격포(迫擊砲)의 ‘박격’은 ‘핍박할 박(迫)’과 ‘칠 격(擊)’자를 씁니다. 가까이 다가가 때린다는 뜻이 아니라, 포탄이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목표를 위에서 타격하는 방식을 담은 말입니다. 박격포의 영어 ‘모터(mortar)’는 원래 '절구'를 뜻합니다. 절구처럼 짧고 굵은 포신을 가진 초기 박격포의 모습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또 다른 포로는 고사포(高射砲)가 있습니다. ‘높을 고’, ‘쏠 사’, ‘포 포’자로 이뤄졌는데요. 높은 곳을 향해 쏜다는 뜻입니다. 비행기를 공격하는 대공포를 가리킵니다. 영어로는 비행기에 맞선다는 의미로 ‘앤티에어크래프트(anti-aircraft)’라고 부릅니다. 이밖에 자주포(自走砲)도 들어보셨을 텐데요. ‘스스로 자’, ‘달릴 주’, ‘포 포’자를 씁니다.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는 포’를 의미합니다. 영어로도 같은 의미로 ‘self-propelled artillery’라고 부릅니다.
◆ 최휘 : 군함들의 이름도 다양하던데요. 항공모함, 구축함, 이지스함까지 들어봤습니다.
◇ 신동광 : 배 이름은 보통 임무를 담고 있습니다. 군함의 명칭은 배의 크기뿐 아니라 전투에서 맡은 역할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항공모함(航空母艦)은 항공기를 싣고 다니며 이착륙시키는 배입니다. '항공기의 어머니 배'라는 비유가 들어 있죠, 영어로도 ‘aircraft carrier’입니다. 구축함(驅逐艦)은 ‘몰 구’, ‘쫓을 축’, ‘큰 배 함’자로 이뤄졌습니다. 구축(驅逐)은 몰아내고 쫓아낸다는 뜻입니다. 영어로는 ‘파괴자’를 뜻하는 ‘destroyer’입니다. 원래는 어뢰정 등을 상대하는 '어뢰정 구축함'에서 출발한 명칭이다. 또 우리나라 전통 놀이죠.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배틀크루저로도 불리는 순양함(巡洋艦)은 ‘돌 순’, ‘큰 바다 양’, ‘큰 배 함’으로 이뤄졌습니다. 넓은 해역을 돌며 임무를 수행하는 함정이라는 개념이 반영된 말입니다. 영어 ‘cruiser’는 ‘항해하는 배’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십자가 모양으로 가로지르다’는 의미의 네덜란드어 ‘kruisen’에서 왔습니다.
◆ 최휘 : 순양함과 cruiser 모두 '바다를 돌아다니는 배'라는 개념이군요. 요즘 해군력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이지스함이 있냐 없냐인데요. 이지스함의 어원은 무엇일지?
◇ 신동광 : 이지스함은 신화에서 왔습니다. Aegis(아이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 또는 아테나가 지닌 신성한 방패의 이름입니다. 현대에는 함대와 함정을 보호하는 통합 방공·미사일 방어 체계를 가리킵니다. 이지스함은 엄밀히 말해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한 군함을 뜻합니다. 이지스 자체가 함정의 종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죠.
◆ 최휘 : 이제 하늘로 가볼까요? 비행기 이름들 살펴보겠습니다.
◇ 신동광 : 군용 항공기들도 주로 임무를 의미합니다. 전투기(戰鬪機)는 말 그대로 싸움기, 영어로 fighter입니다. 정찰기(偵察機)는 ‘염탐할 정’, ‘살필 찰’, ‘틀 기’, 적의 상황이나 지형 등을 살피고 알아내는 일을 맡습니다. 영어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리커니선스 에어크래프트(reconnaissance aircraft)’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알아봄·인식'이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알아보다’라는 뜻의 라틴어 ‘recognoscere’가 어원입니다.
◆ 최휘 : 정찰은 싸우기 전에 적과 지형을 알아내니, 아주 중요한 임무이겠네요?
다른 비행기들 더 있을까요?
◇ 신동광 : 몰래 접근하는 스텔스기(stealth aircraft)는 훔치다란 의미의 고대영어 ‘stelan’에서 왔습니다. 레이더 반사파 등을 줄이도록 설계된 항공기로, 완전히 보이지 않는 비행기는 아닙니다. 본래 개념은 '훔치듯 몰래 움직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최휘 : 오늘 이렇게 많은 무기들을 알아봤는데요. 뜻을 알고 보니, 그 모습이 새롭게 보입니다. 미사일, 군함, 자주포 우리나라 다 잘 만드는 무기인데요. K-방산의 위상도 앞으로 세계에 더 뻗어나갔으면 좋겠네요.
◇ 신동광 : 네. 아무리 무기가 훌륭해도, 이를 잘 활용하고 관리하는 분들이 계시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니까요. 아무쪼록 국군의 날만큼은 모든 국민이 나라를 지켜주는 군인 여러분께 감사하는 잠시라도 감사하는 마음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 최휘 :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신동광 : 네.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