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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인터뷰②] "악에 대한 트라우마로 부엌칼 끝 다 잘라놔..."

2017.05.17 오후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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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인터뷰②] "악에 대한 트라우마로 부엌칼 끝 다 잘라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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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 당시 프로파일러로서 범인을 직접 만났던 권일용 경정을 만났다. 권일용 경정은 정년을 몇 년 앞둔 올해 4월 명예 퇴임했다. 권 경정은 은퇴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천 명이 넘는 범인을 만나보니, 개별 사건보다 '경찰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2부에 걸쳐 진행했다.
▶ [프로파일러 인터뷰①] 보러가기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나 예방을 위한 조치가 있나?

이런 유형의 범죄는 사회적 관계의 단절로부터 시작된다. 상호작용에 만성적으로 실패하는 범죄자는 결국 사회와의 유대관계가 끊어지고, 내가 누군가를 공격해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죄책감이 없을 수밖에 없다.

조현병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사회의 책임을 묻고 싶은 건가.

-권 경정: 우리 사회는 정신질환에 대해 낙인찍고 위험하다고 낙인 찍어서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않거나 숨기는 데 급급하고 최후에는 약자가 희생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이들은 고립되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누구도 자신의 행동에 관심이 없다는 우울한 상태에 빠진다. 일부는 범죄 행위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로도 이어지기도 한다.

사회적 비용이라는 게 있지 않나. 우리가 지역마다 정신보건 센터나 사회복지 기관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관리받는 사람들은 범죄나 위험한 일에 연관될 가능성이 작다. 오히려 사각지대에서 치료받지 못한 사람들이 위험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관리받는 환자에게 편견을 갖고 피한다. 진짜 위험한 사람들은 관리되지 못하고, 파악조차 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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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인터뷰②] "악에 대한 트라우마로 부엌칼 끝 다 잘라놔..."

강남역 살인사건의 범인도 여기에 해당되나?

-권 경정: 강남역 살인사건 범인은 아주 어릴 때부터 조현병이 발병해서 치료를 받아왔다가 최근 치료를 거부하고 중단한 상태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모에게서 벗어나 부모를 통제하게 되면서 치료를 거부하고, 자신이 가진 분노를 해소하려고 해서 이런 비극이 벌어졌다.

6월 말부터, 경찰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신병력 범죄자에 대한 관리가 있다. 경찰이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이들을 관리한다.

인권침해가 우려된다.

-권 경정: 과거에는 정신질환자가 밤에 흉기를 들고 다닌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었다. 실제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니까. 지금은 전문가에게 응급실에 의뢰해서 이 사람에게 적절한 치료책을 처방하고, 범죄를 예방한다.

경찰이 아닌 의사가 판단하는 거다. 치료적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강제로 입원시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정상적인 사고로 판단할 수 없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로 대한다. 예비 범죄자의 개념이 아니다.

조현병의 망상은 시대별로 내용이 다르다. 도청하고 있다든지, 인터넷에서 누군가를 감시라 한다든지 '여자 혐오'이 만연해서 범인도 여성에 대한 망상을 갖게 된 거 아닌가?

-권 경정: 맞다. 과거에는 안기부나 중앙정보부 얘기를 많이 했다. 실제로 강남역 사건 이후, 비슷한 케이스의 범죄가 늘어났다. 조현병 문제가 안타까운 건 정말 왜곡된, 정상적이지 않은 사고에 의해서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본다는 거다.

언론도 책임이 있다. 강남역 화장실, 여대생, 이런 자극적인 단어들은 자신도 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방아쇠의 역할을 한다. 구체적 범죄사실을 보도하는 건 자제했으면 한다.

범죄 촉발 원인이 광범위해서 문제라면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권 경정: 사실 경찰도 마찬가지지만, 수사기관에서 예방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기능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소홀하다는 거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제7의 감각』에서 그런 내용이 나온다. 19세기나 20세기의 위협은 질병이었지만, 21세기의 위협은 광기라고 말을 하더라. 결국, 최상위만 추구하는 사회일수록 낙오되는 사람들이 복구될 수 없고, 이런 상황에서 결국 사회가 이런 문제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내용이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신체적인 반응도 일으킨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다는 상대적 박탈감은 사람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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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인터뷰②] "악에 대한 트라우마로 부엌칼 끝 다 잘라놔..."

피해자 이야기를 해보자. 사회 시스템에서 소외된 환자가 벌인 범죄로 인해 한 여성이 죽고, 가족이 끝장났다.

안타까운 일이다. 법무부에서 피해자 가족들에게 지원해주는 게 있지만 모두 한시적이다. 결국, 악순환이다.

치안력을 높이고, 검거율을 높인다고 해서 범죄가 예방되지 않는다. 본질이 다른 문제이다.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법무부나 경찰 등의 기관들이 국가기관들이 융합돼서 일할 필요가 있다.

전과라고 하는 것이 공격의 형태가 몇 번 진행되면, 자신의 범행 후 검거되지 않기 위해 약자들을 잔인하게 공격하고 은폐한다. 여성들은 이런 범죄가 소식을 접하면 무기력하게 된다. 국가가 항상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고 생각이 든다. 그저 조심해라…. 라는 말 외에 조언이 없을까?

이런 해결 방법을 묻는 말에 대답할 수 없어서 새로운 길을 찾으려 한다.
지금까지 국가적인 책임에 대한 논의만 있고 실제 이뤄지는 건 별로 없다. 우리가 겪는 범죄는 사실 몇 년에 한 번 나고, 얼마 없는 일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데 결코 아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나는 특이한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이게 늘 지속되어온 문제라는 거다. 한번 크게 문제가 돼서야 주목하는데, 그간 벌어진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라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다.

생명이라는 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문제 아닌가. 문제가 된다는 걸 인식했으면 이제라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런 유형의 범죄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거다. 경찰력만 가지고서는 없어지는 범죄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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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인터뷰②] "악에 대한 트라우마로 부엌칼 끝 다 잘라놔..."

인터뷰를 마치기 전에 마지막 질문이다. 이번에는 경정님 개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미국의 범죄 실화 작가 앤 룰은 글을 쓸 때 야구방망이를 뒀다고 하더라. 악은 인식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어버리면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하더라.

-권 경정: 저도 악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우리들은 모두 집에 칼끝을 모두 잘라놓는다. 혹시라도 모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누군가 집에 침입해서 칼을 갖고 찌를 수 없게 끝을 잘라놓는다.

가족들을 걱정하는 마음도 크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위협이라고 해도 문득 걱정된다.
특히, 밤에 악몽을 꾸면 다시 사건 현장으로 가서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러나 국가에서 이런 후배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다. 나는 연쇄살인 사건에 투입이 끝나면 그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고 차를 마신다.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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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인터뷰②] "악에 대한 트라우마로 부엌칼 끝 다 잘라놔..."

권일용 경감은 이 사건은 국가의 시스템이 미치지 못한 곳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어둡고 끔찍한 비극이고 이야기하면서 분노를 풀 곳 없는 사회 분위기에서 관련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앞으로는 관련 일을 하는 후배들을 위해서, 그리고 범죄 심리 분석이 일선 수사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YTN PLUS 최가영 모바일PD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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