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열차 테러를 막겠다며 주요 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보안 검색이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족한 검색대는 피해서 가면 그만이고, 검색 대상자를 선정하는 매뉴얼은 허술했습니다.
강진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역 2층 승강장 출입구에 설치된 보안 검색대입니다.
폭발물과 총, 칼 등 위험물질을 갖고 기차에 타는 사람들을 적발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곳을 통과하는 사람은 하루에 200명꼴.
서울역 하루 평균 이용객 6만 3천 명의 0.3%에 불과합니다.
[정혜경 / 서울역 이용객 : 제가 지금 시골에 사는데 공항에 갈 때 기차 이용을 많이 하지만 보안 검색 있다는 것은 처음 들었어요.]
시민 불편을 덜기 위해 CCTV 등을 통해 거동이 수상한 사람만 골라서 검색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인데, 문제는 그 방식입니다.
YTN이 입수한 '철도보안검색 매뉴얼'입니다.
'부피가 큰 가방이나 캐리어를 소지한 여객 위주로 대상자를 선정'하도록 했습니다.
승차권을 살 때 목적지를 번복하거나 직원의 눈을 피하는 사람 등이 관찰 대상인데 기준이 모호합니다.
이렇다 보니 여행용 가방이나 등산 가방을 멘 사람들이 주로 검색 대상에 오르고 있습니다.
'작은 서류 가방'이 이용된 지난 4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 등 갈수록 지능화되는 테러 수법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 외국도 저희처럼 선별적 검색을 하거든요. 그걸 반영해서 시행은 하고 있는데, 완벽한 방비는 현실적 여건상 어렵다고 봐야죠.]
그나마 설치된 보안 검색대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입니다.
서울역의 승강장 출입구 3곳 가운데 보안 검색대가 설치된 곳은 1곳에 불과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검색대를 피해서 기차에 바로 탈 수 있습니다.
오송과 익산, 부산역 등 보안 검색이 실시되는 다른 역 3곳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전현희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선별적 검색을 하더라도 혹시나 있을 철도 테러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 보여주기식이 아닌 제대로 된 검색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큰 불상사는 없었지만, 남북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다가와 테러 위협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항공과 더불어 주요 다중이용시설인 철도 보안을 강화하는 게 시급한 이유입니다.
YTN 강진원[jinwo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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