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 수유동 북한산국립공원 내 수유 국가관리묘역이 멧돼지 습격으로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3일 서울 강북구 북한산국립공원. 심산(心山) 김창숙(1879∼1962년) 선생의 묘 앞에 놓인 노란색 안내판에는 '멧돼지에 의해 봉분이 훼손돼 복구 중에 있습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유림단(儒林團) 진정서를 파리 만국평화회의에 보낸 독립운동가이자 성균관대 창립자인 김창숙 선생의 산소는 옆에 놓인 비석 없이는 묘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뜩 파헤쳐진 상태였다. 인근을 지나던 등산객들이 혀를 차거나 탄식을 내뱉을 정도다.
강북구 주민 윤모(68) 씨는 "지난주만 하더라도 묘 아랫부분만 살짝 파인 정도였는데 이번 주 들어 더 심해졌다. 멧돼지들이 그사이 또 왔다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숙 선생의 묘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있는 또 다른 독립운동가 단주(旦洲) 유림(1898∼1961년) 선생 묘도 같은 처지에 놓이는 등 멧돼지의 습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가보훈부는 지난 13일 김창숙 선생과 유림 선생의 묘역이 멧돼지에 의해 망가진 것을 확인한 뒤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유림 선생 묘역은 열흘 만인 23일, 김창숙 선생 묘역은 24일 모두 복구됐다.
수유 묘역을 자주 찾는다는 한 주민은 "멧돼지 때문에 독립유공자 묘가 훼손된 것을 올해만 수도 없이 많이 봤다"며 "동물과 공존하면서 이런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멧돼지가 묘소 주변 나무나 둘레석 밑을 파는 경우는 간혹 있었지만 이렇게 봉분이 크게 훼손된 것은 드물다"며 "수유 묘역 내 독립유공자 15분 묘소 모두 순차적으로 멧돼지 퇴치제를 살포하고 태양광 경광봉과 울타리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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