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정한 질병 메르스는 임종의 순간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16일 대전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이 울음바다가 됐는데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을지대병원에 60대 여성 A 씨가 뇌경색으로 입원했습니다.
그런데 이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가족 면회도 금지된 건데요.
A 씨를 돌보던 가족들도 자가격리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졸지에 이산가족이 된 가족들.
남편과 아들, 딸은 엄마의 의식이 희미하게라도 남아있을 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찾아갈 수도, 목소리를 전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간호사들에게 대신 편지를 읽어달라고 부탁한 겁니다.
먼저 남편의 편지.
38년 동안 자신의 옆을 지켜온 부인과 헤어지게 돼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는데요.
가난한 집에 시집와 살림을 일으킨 부인과 노후까지 함께 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아들의 편지에는 마음만은 함께 있기에 외롭다고 느끼지 말라는 당부가 담겼습니다.
얼굴 한 번 보여줄 수 없는 현실이 원망스럽기는 했지만 이제 바라는 것은 엄마의 편안한 안녕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 딸의 편지를 읽으려는 순간 이 방에 있던 다섯 간호사는 울음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엄마 딸로 살아서 행복했다고 남은 날들도 엄마의 딸로 열심히 살겠다는 딸, 다음 생에도 엄마와 딸로 만나자고 했는데요.
마지막 말은, '엄마 사랑해요' 였습니다.
임종 편지가 낭독된 지 5시간 후 엄마는 세상과 가족과 이별했습니다.
그래도 엄마를, 부인을 아직 만날 수 없습니다.
가족들의 격리가 22일에야 풀리기 때문인데요.
메르스는 임종도, 정상적인 장례절차도 가로막으며 유가족들의, 지켜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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