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인터뷰] "직장 내 왕따는 심각한 사회 문제... 전체 조직 문화 혁신 필요"-유계숙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01/18 (월)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의료와 교육, 그리고 금융 부문에서 일하는 종사자 10명 가운데 1명이 직장에서 집단 따돌림을 겪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왕따라고도 불리는 따돌림 문제. 학교나 동아리뿐만 아니라 성인들로 구성된 집단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요. 자살이나 폭력 사태와 같은 극단적인 사태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업무 능력 저하와 같은 경제적인 추가 비용도 유발하고 있어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유계숙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유계숙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이하 유계숙)> 네. 안녕하세요.
◇최영일> 직장인들의 집단 따돌림. 어떤 상황을 말하는 건가요? 어떤 행동을 통해서 동료들을 괴롭히는 거죠?
◆유계숙> 네. 직장 내 집단 따돌림이라는 것은 각 직장에서 한 명 이상의 다수 구성원들이 개인 근로자에게 일단 권력 불균형적인 상황을 만들고요. 그 다음에 모욕이나 위협, 처벌을 목적으로 피해를 주는 그런 상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폭력이나 폭언, 널리 알려진 그런 직접적인 공격도 있지만요. 우회적으로 업무 성과를 좌우하는 정보를 고의로 차단한다든지, 또는 특정인에 관한 험담이나 소문을 퍼뜨린다든지. 이런 우회적인 공격까지. 한 마디로 피해자에게 반복적,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매우 광범위한 부정적, 공격적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최영일> 교수님 설명을 들으니까 직접 겪었거나 간접적으로 목격한 경우들은 아마 많이들 떠오르실 것 같아요. 이번 조사를 진행한 이유는 어떤 것이었나요?
◆유계숙> 네. 이미 여러 매스컴에서 이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보도된 바와 같이. 현재 우리 사회 공공, 민간 부문 할 것 없이. 또 남녀노소,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 집단 따돌림 폐해가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거든요. 또 제가 속한 교육 서비스 업종을 망라하고 의료나 금융, 이런 서비스 업종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집단 따돌림 문제가 고객 서비스라든지, 조직 성과를 저해할 수 있고요. 우수 인력의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전체적인 조직 문화의 혁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저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실증 연구를 통해서 이렇게 직장 내 집단 따돌림 문제의 심각성과 예방책 같은 것들에 대해서 대중에게 홍보할 수만 있다면. 제 작은 소망이지만 우리 사회가 조금 개선되지 않을까. 이런 목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최영일>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디 의료와 교육, 금융 부문 뿐만이겠습니까. 더 많은 직장 현장에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교수님. 이 집단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었는지 설문조사로 대답한 비율과 직접적으로 물어본 결과가 상당히 달랐다고 들었는데요. 왜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은 걸까요?
◆유계숙> 저는 의료, 교육, 금융 서비스 업종을 연구를 했는데. 제 연구에서는 직장 내 집단 따돌림 경험 실태를 두 가지로 질문을 했습니다. 하나는 국제적으로 이 주제와 관련해서 통용되는 NAQ-R이라는 22문항의 척도가 있는데요. 이 척도를 통해서 최근 6개월간 따돌림이라는 말을 물어보지 않고 당신이 이러이러한 부정적인 행동을 경험한 것에 대해서 응답하도록 했을 때, 11.4%가 직장에서 따돌림을 경험한 것으로 나옵니다. 또 그와 동시에 그러면 당신은 직장에서 최근 6개월간 집단 따돌림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한 것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인 5.9%만이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한마디로 이 직장 내 집단 따돌림의 과소 보고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최영일> 네.
◆유계숙> 특히 이런 과소 보고 현상이 금융 서비스업이나 교육 서비스업에서 현저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이유에 대해서 이원적으로 축소해서 응답한 이유인데요. 여러 가지 추론을 해본 결과 금융이나 교육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사회적 위세가 높은 업종이라는 인식이 있고요. 그래서 본인들이 그러한 직장에서 따돌림 피해자로 인식이 되었다든지, 어떻게 보면 실패자로 인식이 되거나,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특히 교육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경우에는 본인들이 학생들의 따돌림을 감독하고 훈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요. 교육 종사자이기 때문에 도덕적, 바람직한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런 직장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이나 직업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거나, 그것을 인식하거나 보고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요. 또 그 밖에도 피해자 자신의 보고를 통해서 사태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든지. 또는 심지어 보복이나 불이익을 걱정할 수도 있고요. 그 다음에 이게 참 걱정이기는 한데, 우리 사회에서. 어느 직장에서든 집단 따돌림이 보편적인 현상 아니야? 이렇게 학습된 관용 의식이나 편향적인 태도도 굉장히 중요한 이유일 것이라고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최영일> 내면적, 외면적 이유가 다 있겠군요. 심지어 학교보다, 학교만큼 심각하다. 이런 이야기도 하던데요. 직장 내에서의 왕따. 원인은 어떤 것인가요? 아까 잠깐 조직 문화를 언급해주시기는 하셨습니다만.
◆유계숙> 네. 제가 이 연구를 하면서 외국의 여러 연구 결과들을 보면요. 무엇보다도 열악한 직장 환경이 집단 따돌림의 주 원인으로 지목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구성원들 간의 갈등 수준이 굉장히 높은 직장이라든지. 업무량 스트레스가 굉장히 높은 직장. 또 각 근로자들이 담당하는 업무가 모호한 직장도 있고요. 근로자들의 자율성이나 긍정성이 부재한. 이러한 등등의 열악한 조직 문화가 직장 내 집단 따돌림의 주범으로 외국 연구에서는 자주 지목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저의 연구에서도 이런 열악한 조직 문화를 측정했고, 그것이 직장 내 집단 따돌림의 경험율을 높이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그에 더해서 한국적인 특유의 원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다양성을 배척한다든지, 결과만 중시한다든지. 이러한 우리 사회의 수직적 획일주의, 파벌연고주의, 이런 것들도 직장 내 집단 따돌림을 발생시키는 한국적 특유의 원인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최영일> 그렇겠군요.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도 잘 취해지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이 집단 따돌림을 막기 위한 중요한 앞으로의 대책. 교수님 어떤 것을 지적하고 싶으세요?
◆유계숙> 네. 저의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의료, 교육, 금융 서비스업에는 66.4%의 직장이 이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1.5%는 아예 따돌림 대처 전략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따돌림이 발생할 경우 가담자에 대한 명확한 조치 제정도 없고요. 사건 보고 시스템 개발, 이런 적극적 제도 정비가 상당히 미흡한 실정입니다. 그냥 제가 보기에는 대체로 이런 의료, 교육, 금융 서비스업 쪽에서 막연한 소통 관련 대처, 고충 처리. 이런 것에서 그치고 마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최영일> 네. 교수님. 끝으로 이 집단 따돌림을 정말 우리 사회에서 추방하기 위해서 꼭 좀 주시고 싶은 말씀, 한 말씀 주세요.
◆유계숙> 네. 작년에 국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왕따 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는데요. 제 생각에는 정부 차원의 법 정비나 규제도 중요하고요. 그것보다 오히려 제 생각에 따돌림 방지가 법제화된다 하더라도 각 직장에서 조직 문화가 혁신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를 표면적이고 사후적으로 다룰 수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보다 근본적이고 시급한 과제가 반 따돌림 대처에 대해서 경영진이나 관리자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고요. 그러한 리더십을 토대로 해서 이런 관련 정책들이, 전략들이 전사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제 개인적인 바람은 앞으로 우리 사회 직장이든, 학교든, 군대든 어느 집단이든 간에요. 이 집단 따돌림 상황이 내 문제가 아니라고 방관하는 다수의 방관자적인 태도. 이 태도가 보다 적극적인 제지와 개입으로 바뀌기를 희망합니다.
◇최영일> 네. 리더십도 중요하고, 우리 모두의 관심, 방관하지 않는 모두의 노력이 중요하겠군요.
◆유계숙> 네.
◇최영일> 그렇군요. 앞으로 우리가 넘어야 할 산들, 이것을 막기 위한 대책들이 좀 촘촘하게 나와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중요한 연구 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오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유계숙> 네. 감사합니다.
◇최영일> 지금까지 유계숙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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