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영화는 꿈이라고 한다. 때로 아침에 일어나도 선명한 꿈이 있지만, 대부분 꿈속에서마저 희미하게 사라져 버리기 일쑤다.
감각이 면도날 위를 걷는 듯 하던 젊은 시절도 속절없이 흘러가고, 가졌던 꿈도 갈수록 아련해지지만 영화라는 꿈은 언제 건 다시 재생 할 수 있어 지나간 그 시간과 장소를 일깨운다.
하물며 그 꿈의 거리를 찾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여기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의 거리가 있다. 바로 남포동과 할리우드다.
◆ 남포동, 아기에서 청년으로…그 발자취를 더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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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한국에서 영화의 거리는 어디인가. 흔히 충무로로 대표되지만 현실적으로 충무로에서 그 발자국을 찾기는 쉽지 않다. 기껏해야 충무로역에 붙어있는 철지난 영화제 사진 정도랄까.
올해 부산영화제가 파행위기를 겪고 있지만, 남포동 부산국제영화제(BIFF) 거리는 영화가 아니어도 여전히 활기에 차 있다.
올해 치러진다면 21회, 초창기를 함께 했으니 남포동은 거의 20년만이다. 영화제의 태어남을 같이 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그 아기가 스무살 청년이 되어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20년이라니. 기억나는 게 있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스타들의 핸드프린팅이 너무 방치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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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찾을려고 한 게 아니라 우연히 발견한 줄리엣 비노쉬의 프린트.
어두움과 긴장의 아이콘, 그녀로 인해 숨길 수 없는 추억의 나이테가 드러난다.
강렬함에 열광하는 청춘의 속성, 그 흔적이 줄리엣 비노쉬에게도 선명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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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기껏 그리움 하나 때문에 윤회하고 있단 말인가” 진이정 시인의 말마따나 알 수 없는 그리움에 가슴 서늘해지는 건 영화가 주는 숱한 추억 때문이리라. 이 거리를 걸으면 예전 주말의 명화, 토요명화의 오프닝 음악이 환청처럼 귀에 쏟아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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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남포동은 분명 영화의 거리지만 옆의 자갈치 시장과 더불어 오래된 부산의 도심이다. 거리 곳곳에 스며든 바닷물의 짠 내음이 비로소 부산에 와 있음을 실감케 한다.
부산에 와서 돼지국밥과 밀면을 먹지 않을 수 없다. 골목길의 밀면집은 줄을 서야 한다.
◆ 할리우드, 번쩍거리는 영화공장의 쇼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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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할리우드는 문자 그대로 꿈의 공장. 꿈에 초점을 맞추는가, 공장에 대해 얘기하는가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텍스트가 되지만 그런 이야기야 아무려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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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안정효가 한세대 앞의 할리우드 키드였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꿈의 공장에서 팔아대는 상품에 마음 뺏기지 않은 사람이 누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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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할리우드는 그 막강한 공장의 진열대다. 죽어서도 항상 웃음밖에는 보여주지 않는 마릴린 먼로부터 수많은 슈퍼스타들의 이름이 새겨진 거리를 걷노라면, 이 꿈의 공장의 거대한 역사와 규모를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거리의 각종 공연과 코스프레는 의심없이 “당신은 지금 꿈의 거리에 와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듯 하다. 각종 기념품과 옷 가게도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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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문득 발걸음에 들어온 잉그리드 버그만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누구의 팬이라면 하나도 남김없이 그의 필모그래피를 섭렵해야 마땅하다고 말하지만, 그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잉그리드를 기억하기에 카사블랑카 하나만으로 족하다. 마지막 공항신에서의 그 눈동자를 어떻게 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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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어질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서둘러 이곳을 떠났다.
이 영화 공장의 쇼룸과도 같은 거리는 이제 내게 아무것도 팔게 없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영화 속 기억 외에는.
이 레스토랑 역시 이곳을 거쳐간 스타들의 추억을 팔고 있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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