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핵폭탄이 상공에서 터지면 반경 수십 킬로미터 내에는 강한 전자기파, EMP가 쏟아져 내립니다.
이 EMP 때문에 작게는 신호등부터 열차나 비행기 관제 통신, 금융 전산망 등의 전자 회로가 마비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IT 수준을 자랑하는 만큼, EMP 공격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자 부품이 들어간 무기도 예외는 아니겠죠.
그런데 이미 2년 전 전직 미국 중앙정보부, CIA 국장은 북한이 EMP 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곧 러시아나 중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북한 EMP 기술이 수준급에 이른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우리 군도 전쟁 지휘부인 합동참모본부에 EMP를 막는 시설을 만들었는데, 공사를 잘못해서 전혀 방어를 못 한다는 국방부 자체 평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선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여름 북한이 시험 발사한 중거리 무수단 미사일은 사거리 1/10도 채 날아가지 못하고 공중에서 터졌습니다.
북한은 당시 일부러 미사일을 터뜨렸고, 이런 방식으로 EMP탄을 폭발시키면 미국 정찰 위성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北 조선중앙TV (지난 7월) : 설정된 고도에서 탄도 로켓에 장착한 핵탄두 폭발 조종장치의 동작 특성을 다시 한 번 검열(점검)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도 북한이 이렇게 시험발사 한 미사일 가운데는 실제로 EMP탄 개발을 위한 것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인균 /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 (북한의 핵 공격은) 미국의 핵 보복을 받지 않기 위해서 북한 상공에서 터뜨리는 EMP 공격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군의 레이더나 통신이 마비되어서….]
EMP 탄은 수 km에서 수십km 반경의 전기회로를 태워 모든 전자기기를 순식간에 마비시키는 가공할 무기체계입니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지난 2012년 신축된 합동참모본부 건물에 200억 원 가까이 들여 지하벙커 EMP 차단 사업인 이른바 201 사업을 실시했습니다.
합참은 군사 작전을 총괄 지휘하는 우리 군의 전쟁 지휘부로, 당시 국방부는 완벽한 방호 시스템을 갖췄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지난해 12월 실시한 시험평가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시공구간 4곳 가운데 3곳이 EMP 방어 기준치 60dB~80dB에 못 미치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겁니다.
특히, 검사한 지점 가운데 적어도 80여 곳은 한 곳도 기준치에 맞는 EMP 차단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어딘가에서 계속 EMP가 흘러들어와, 정확하게 검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자파 측정 기관 연구원 : 다른 데서 (전자기파가) 새어 들어오는 것 때문에 규격 요구치보다 작게 측정이 되는 모양이에요. 측정해 봐야 다 규격 미달이니까 (정확한 수치를) 안 쓴 것 같아요.]
국방부는 지난 1년간 이 같은 시험 결과를 숨긴 채 허겁지겁 땜질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YTN 이선아[leesa@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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