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개통한 서울 양양 간 고속도로에는 야생동물들을 위한 생태통로 20여 개가 설치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생태통로는 야생동물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부실투성이 어서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송세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양양 고속도로에 육교처럼 만든 생태통로입니다.
1억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생태통로와 연결된 산비탈입니다.
거의 직각에 가깝게 깎여 있어서 사실상 야생동물이 다니기는 불가능합니다.
인근 다른 생태통로 역시 도로 공사로 인해 양쪽 산자락이 절벽으로 변했습니다.
생태통로에 듬성듬성 심은 나무 가운데 일부는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을 생태통로로 유도하는 울타리입니다.
하지만 안쪽에서 이렇게 쉽게 문이 열리다 보니 야생동물이 언제든 도로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울타리 망은 토끼 같은 작은 포유류가 빠져나갈 수 있을 만큼 간격이 넓습니다.
도로 아래 있는 터널형 통로의 폭과 높이는 기준의 절반도 안 돼 경계심이 많은 야생동물이 이용할지 의문입니다.
[조범준 / 야생동물연합 사무국장 : 야생동물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여기 생태통로는 보여주기식의 일을 하기 위한 통로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이에 대해 도로공사는 환경부 지침과 환경영향평가 보완 지시에 따라 설치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홍순욱 / 도로공사 차장 : 지반이 매우 약해 애초 터널로 설계돼 있었고 환경 분야 전문가 의견 수렴 결과 본 터널 상부는 동물 이동통로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돼 동물 이동통로로 조성했습니다.]
생태 고속도로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서울 양양 고속도로, 동홍천∼양양 71.7km 구간에 수억 원을 들여 설치한 생태통로만 22개나 됩니다.
하지만 상당수 생태통로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숫자 늘리기에 급급해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YTN 송세혁[shso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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