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주년이요?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어요. 감사할 따름이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죠."
세월이 흘러도 품격은 여전했다. 데뷔 25주년을 맞은 배우 장동건은 아직도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성실한 배우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좋은 아빠, 집에서는 좋은 남편이고 싶지만 잘 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기도 했다. 장동건이 지난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한국영화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오픈토크 '더 보이는 인터뷰'를 통해 진솔한 속내를 드러냈다.
1992년 MBC 2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장동건. 그는 데뷔와 동시에 현재까지 명실상부 최고의 톱스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긴 시간을 배우로 살면서 꼽은 아쉬운 점은 작품의 개수였다. 그는 "작품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너무 신중하지 않았나 싶다. 돌이켜보면 그 때 조금 더 저지르고 끌리는 걸 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최근 장동건의 '열일'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브이아이피'에 이어 하반기에는 영화 '7년의 밤'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창궐'은 현재 촬영에 한창이고, 내년에는 SBS '신사의 품격' 이후 7년 만에 KBS2 '슈츠'로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얼마 전에 박중훈 선배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모니터로 청취자의 글을 실시간으로 봤는데 어떤 이는 '마지막 승부'를 또 다른 이는 '친구', '신사의 품격'을 얘기하더라고요. 그들의 세대가 차이 나는 것을 보고 '내가 25년 동안 다양한 연령층에 다양한 기억을 주면서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도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마음도 먹었고요."
대중들 앞에 서는 배우 장동건 말고 남편 장동건, 아빠 장동건 등 일상적인 장동건의 모습에 대해서는 "주변 선후배나 나보다 늦게 가정을 꾸린 후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결국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웃으며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꾸린다는 게 어려움도 있고 에로사항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크고 그 안에서 작은 일상을 누리며 얻는 즐거움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큰 아이가 8살이에요. 돌이켜보면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네요. 그래서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보내고 싶어요.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조금 있으면 아빠랑 안 논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기 전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죠.(웃음)"
아내 고소영과는 1998년 영화 '연풍연가'로 호흡을 맞췄다. 다시 한 번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는데 그때마다 우리 둘 다 쑥스러워서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멋쩍은 웃음을 보인 뒤 "앞으로는 안 해본 여배우와 연기를 해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현장을 폭소케 했다.
장동건은 부산을 고향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초등학교를 부산에서 다녔고, 장동건 시대를 열어준 영화 '친구'(2001)는 부산에서 찍은 작품이다. 올해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까지 맡아 부산과 더욱 돈독한 인연을 쌓았다. 특히 그는 최근 몇 년간 부산국제영화제가 외압으로 인한 탄압, 그로 인한 축소 등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국제적 명성을 유지하면서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성장통이자 더 좋은 영화제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부산국제영화제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에 정치적인 성향을 이유로 탄압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부산=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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