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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합의'...일본 입맛대로 들어준 박근혜 정부

2017.12.28 오후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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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기호 /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김병민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앵커]
어제 오후 외교부 장관 직속의 위안부합의 TF가 약 5개월간의 검토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죠. TF는 당시 정부가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비밀 협상과 이면합의에 치중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논란을 일으킨 최종적, 불가역적 문구가 합의문에 포함된 경위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얘기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그리고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어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검토TF가 보고서를 내놨는데 그 내용을 보면 2년 만에 위안부 합의 과정의 면면이 여실히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어제 발표 내용을 먼저 들어보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오태규 / 외교부 위안부 합의 조사단 위원장 : 한국 쪽에 일방적으로 부담되는 관련 단체 설득 등이 다시 비공개 부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공개된 부분만으로도 불균형한 합의가 더욱 기울어지게 되었다고 저희 TF는 판단했습니다. 외교부는 잠정 합의 직후 '불가역적' 표현이 포함되면 국내적으로 반발이 예상될 것이므로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합의 결과에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앵커]
양기호 교수님도 TF에서 같이 활동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인터뷰]
그렇습니다.

[앵커]
조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으셨을 텐데 지금 들어보면 비공개 합의 내용을 보면 우리 측에 민감한 내용이 많고요. 또 일본 측 요구사항이 굉장히 반영이 됐단 말이죠.

[인터뷰]
역시 비공개 부분은 상당히 말씀드리기 민감한 부분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비공개 부분이 그대로 노출돼서 공개 부분하고 마찬가지로 알려질 경우에는 이번 합의는 도저히 피해자들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겁니다.

국내적으로도 수용이 불가능하고. 그런 면에서 의도적으로 아마 그 부분을 따로 모아서 비공개 부분에 넣었다고 봅니다.

[앵커]
이것이 공개되면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뷰]
이건 합의가 불가능한 겁니다.

[앵커]
내용을 보면 전대협을 한국 정부 측이 설득한다든가 소녀상 이전 문제라든가 성노예 문구 이거 쓰지 말도록 정부가 하도록 하겠다, 이런 내용들이 담겨 있거든요.

[인터뷰]
이게 이면합의라는 표현을 쓰고 비공개 합의라는 얘기를 하게 되는데 일본 정부의 요구사항이 있었고 거기에 대한 우리 정부의 답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 정부의 요구사항을 우리 정부가 그대로 답변해서 다 받아들인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여기에 말한 일부분에서 얘기하고 있는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달라라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우리 정부에서 위안부라고 하는 게 대한민국의 공식 입장이다라고. 그러니까 일본 정부의 입장을 완전히 받는 건 아니지만 일본 정부 입장유사하게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거고요.

제3국의 기림비 같은 문제는 이건 정부의 소관사항이 아니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이 두 번째 부분은 양국간의 합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첫 번째로 얘기하고 있는 정대협 문제라든가 대한민국에 대한 단체를 설득해 달라고 하는 얘기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긍정적인 얘기를 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절반 정도는 굉장히 좀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이 여전히 상존해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특히 당시 위안부 합의가 있은 이후에 일본이 빚 독촉하듯이 소녀상 이전을 집요하게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이 때문에 이면합의 문제가 당시에도 거론이 됐었는데요.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 우리 측 입장을 반영한 최선의 결과였다, 이렇게 말하기도 했는데요. 들어보시죠.

[윤병세 / 당시 외교부 장관 (2015년 12월 31일) : 과거에도 이 문제 해결하고자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 진전을 이루지 못했는데 박근혜 대통령께서 취임부터 역점을 두시고 한일 간 집중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서, 또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로 최종 타결을 도출한 것입니다. 현실적 제약 속에서 우리 측 입장을 최대한 반영시킨 최선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은 과거 일본 민주당 정부 때도 이루지 못했는데 역사문제에 대한 인식이 판이하고 훨씬 보수적인 아베 총리 정부와 협상해서 타결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저 합의 당시에 윤병세 장관이 이면합의 없었다 이렇게 강하게 부인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검토를 하시면서 윤병세 장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셨습니까?

[인터뷰]
거기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관련자들은 대부분 다 면담 진행이 됐습니다. 말하자면 외교부 내의 여러 가지 문서를 검토했고 그리고 청와대하고 국가정보원 관련 문서가 전부 다 검토 대상 안에 포함이 됐습니다. 아울러서 직접 관련했던 핵심 당사자들 대부분이 다 면담이 이루어졌고 그다음에 이병기 실장은 당시 구속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일정상 면담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우리 입장을 반영한 최선의 결과였다, 2015년에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이 얘기를 그대로 견지를 하던가요?

[인터뷰]
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마는 당시의 협상 과정에 대해서,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그것을 기본적인 자세를 설명하는 것으로 그렇게 질의응답이 있었습니다.

[앵커]
일본이 성노예라는 단어 사용하지 말자. 이 얘기를 줄기차게 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 부분도 비공개 합의문에 들어 있는데 성노예라는 표현은 사실 미국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위안부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 이러면서 쓰기 시작한 표현 아니겠습니까?

[인터뷰]
공개적으로 얘기를 한 적이 있고요. 그리고 미국에서 대표적인 여성 의원이라고 알려진 제인 하먼이라고 하는 전 연방하원의원도 사실은 성노예라는 단어가 맞게 됩니다. 위안부라는 단어에 대해서 대한민국 표준국어대사전을 보게 되면 주로 전쟁 때 남자들의 성욕 해소를 위해서 군대에 강제로 동원된 여성이라는 표현을 쓰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위안부라는 표현 자체를 썼다는 것만으로도 문제 삼기는 어려우나 우리 정부가 굳이 성노예라는 단어를 쓰지 않겠다고 얘기하면서 외교의 운신의 폭을 좁힐 필요는 없다는 거거든요.

게다가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위안부에 대한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함께 공동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와의 공식 합의를 통해서 이 문제를 못을 박게 될 경우 타국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으로까지 볼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여기에 대해서 좀 정부가 성급하게 외교적 문서에 기록을 남긴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앵커]
지금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이 불가역적 해결, 이 표현인데요. 불가역적이라는 말은 우리 쪽에서 먼저 꺼낸 말이기도 한데. 당초 의도는 불가역적 해결, 이 부분은 아니었죠?

[인터뷰]
맞습니다. 국장급 협의회에서 국장급협의회가 처음에 진행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고위급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장급 협회의에서 이 이야기를 했었는데 왜냐하면 일본 측이 자꾸 망언하지 않습니까? 강제된 것도 부인하고. 그러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 두 번 다시 일본 정부가 사죄를 반복하지 않도록, 번복하지 않도록... 그 번복하지 않도록 하는 담보 장치로써 한 겁니다.

그래서 한국 외교부로서는 이것을 완전히 담보할 수 있도록 일본에서 각의 결정, 내각 결정을 하게 해 달라. 말하자면 최종적, 불가역적인 사죄가 담보될 수 있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내용을 고위급 협의에다 올렸거든요.

고위급 협의회에 들어가게 되면 우리는 이병기 당시 비서실장하고 일본 측은 NSC의 사무국장이 나왔습니다마는 둘이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그 내용이 묵살이 되게 된 겁니다. 그러면서 거의 대부분 반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나중에 일본 측에서 이 불가역적이라는 문구를 끝까지 유지해야 된다는 식으로 나왔고 결과적으로 보게 되면 어떻게 됐냐면 10억 엔이 지급되고 그러면 이것이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이 된다, 돈을 내면. 이런 해석이 가능한 여지를 남겨둔 것은 굉장히 실책이죠. 사실 외교부는 여기에 대해서 굉장히 심각성을 알고 있었고 이걸 삭제해 달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튼 고위급 협의회에서는 이 내용이 기본적으로는 일본 정부도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그대로 두자는 식으로 해서 그 부분을 충분히 한국 외교의 말하자면 이익을 지키지 못한 부분이다, 이건 굉장히 큰 실책입니다.

[앵커]
그러니까요. 지금 사죄하는 부분에 대해서 다시 번복할 수 없다 이 의미로 우리 정부가 꺼내든 말인데 이게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걸로 어떻게 보면 일본에 역공을 당한 셈이 되는 거거든요.

[인터뷰]
그러니까 여기에 대해서 최종적인 합의문을 발표했을 때 문구가 들어가게 되니까 이 문구가 들어가게 됐을 경우에 나중에 국내 여론을 비롯해서 추가적으로 대한민국 국익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외교 당국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종적인 결정 과정 속에서 이런 외교부 당국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하는 건데. 애당초 처음에 대한민국 정부가 외교부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던 건 저는 온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일본 정부가 과거에도 했던 담화 내용들을 뒤집었던 경우가 있기 때문에 처음에 아베 총리가 사과를 하고 나서 나중에 추가적으로 이 내용을 뒤집게 됐을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터라 이걸 불가역적으로 해결해야 된다는 건 인정하나 결국 최종적인 과정에 가서는 그 문제가 빠져버리고 전체적인 해결 문제에 대한 불가역성이라는 게 들어가게 된다면 여기에 대한 문제제기를 분명히 했어야 되는데 최종적으로 왜 이와 같은 문제들을 바로잡지 못했는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청와대에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거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마 추가적인 내용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명백한 외교적 실책이에요.

[인터뷰]
제가 하나 더 추가하자면 사실은 2007년에 아베 내각에서 강제 연행을 부인했거든요, 공식적으로. 그 이후에 전혀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아베 내각 내부에서 변화가 있어가지고 그걸 디딤돌로 해서 약속이 이루어져야 되는데 2007년에 강제연행을 부인하고 나서는 전혀 태도 변화가 없었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건 아무리 약속을 해도 결국 최종적 불가역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일본 아베 정부는 야스쿠니 가고 또는 강제연행 부인하고 할 것이라는 것을 한국 외교부나 고위급에서는 알고 있었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그런 점에서는 이것을 말하자면 처음에 내세운 것도 잘못이고 또 이것을 완전히 협상 과정에서 주고받는 식으로 말하자면 밀실협의한 것도 잘못이고 애당초 출발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라고 봅니다.

[앵커]
그러니까 불가역적이라는 표현 자체가 협의 과정에서 어떻게 보면 일본 측에 끌려가게 된 셈인데 이 문구가 나중에 문제가 될 거라고 외교부가 감지를 했거든요. 그래서 외교부에서 빼자고 요구했는데 청와대에서 이걸 묵살했다.

[인터뷰]
이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게 박근혜 정부에서 연내로 최종적인 협상을 타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마지막 협상 과정에서 일본 측이 요구했던 부분들을 결국 받아들이면서 끌려갔던 것이 아닌가 하고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는 거고요.

여기에 대해서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사과라는 만큼 이 부분은 완전히 매듭 짓겠다고 얘기하고 있는 거고 다만 일본군 피해 할머니들이 분명히 생존해 계신 과정 속에서 이것이 불가역적으로 무조건 끝낼 수 있는 문구를 집어넣는 게 국제적 인권 문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적인 협의 과정에서 문제는 분명히 지적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양기호 교수님, 또 하나 궁금한 것이 일본이 출연하기로 한 10억 엔이 10억 엔은 어떤 근거로 산출해낸 겁니까?

[인터뷰]
사실은 정확한 근거가 없습니다.

[앵커]
근거가 없습니까?

[인터뷰]
근거가 없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이 예를 들면 개인 보상 또는 배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금액을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견 또는 집합적인 의견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앵커]
피해자들의 의견도 안 들어보고 금액을 산출해냈다는 거군요?

[인터뷰]
전혀 그것은 이야기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전혀 이야기되지 않았고 아마도 평균적으로 2000만 원 또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따르자면 1억 엔이라고 하면 큰 금액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전후 보상에서 각국 국제 비교를 하게 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정 자체는 일종의 주고받기 식의 밀당식의 말하자면 이쪽에서 1억 원 하면 저쪽에서 100억 원 하면 결국 중간에 10억 원 한다든지. 그러다 보니까 금액이 주먹구구식으로 된 겁니다. 기준이 있었던 건 절대 아닙니다.

[앵커]
당시 한일 위안부 협상의 민낯이 드러난 셈인데요. 정확히 2년 전 2015년 12월 28일에 한일 위안부 협상 당일, 그날의 분위기는 어땠을까요?

오늘로부터 꼭 2년 전이네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법적'이라는 표현이 빠졌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이 명기됐고, 아베 총리가 사죄의 뜻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또 일본 정부의 예산을 투입해 피해자들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못 박았습니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는데요. 피해 할머니가 46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 前 대통령 (지난 2015년) :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일본 측의 조치가 신속히, 그리고 합의한 바에 따라서 성실하게 이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협상 결과를 지켜보던 피해 할머니들은 가슴을 쳤습니다. 할머니들 입장에서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저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죄를 하길 바랐던 겁니다.

[이용수 / 위안부 피해 할머니 : 보상은 너희가 돈 벌러 갔으니까 불쌍하니까 조금 주는 것이 보상이고, 죄에 대한 것이 배상입니다. 공식적으로 사죄하고 배상해야 합니다.]

[이옥선 / 위안부 피해 할머니 : 나는 (정부의) 말을 믿었는데, 이제 보니까 저것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해결 안 하려고 하는지….]

[유희남 / 위안부 피해 할머니 : 정부가 하는 대로 우리가 따라가야지 뭐 어떡하겠어요. 지금 만족하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을 생각하면….]

외교부에서 할머니들 찾아뵙고 협상 결과 설명하고, 미리 상의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지만, 할머니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습니다.

[임성남 / 당시 외교부 1차관 :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결말을 짓고, 해결하면 좋겠다는 지침을 저희한테 주신 거고, 그런 지침에 따라 저희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김군자 / 위안부 피해 할머니 : 피해자는 우리인데 정부가 어떻게 함부로 합의합니까? 우리는 그거 인정 못 해요.]

이렇게 울분을 토했던 김군자 할머니는 안타깝게도 지난여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이제 서른두 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당시 발표 때도 뜬금없는 부분들이 많아서 이면합의 논란이 계속 있었는데 총 협상 과정을 보면 여덟 차례 고위급 비공개 협의가 있었다 이렇게 전해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처음에는 외교부 중심으로 되다가 이것이 이병기 전 국정원장 중심으로 해서 국정원장 시절 그리고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옮겨간 이후에도 계속 청와대의 주도로 협상이 이뤄졌단 말이죠.

[인터뷰]
비밀 협의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건데요. 애당초 외교부 국장급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성과를 사실 도출하지 못했고 핵심있는 당국 관계자가 나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이병기 국정원장이 국정원장의 자격으로 했다기보다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주일대사를 역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당시 일본과의 관계를 맺었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앵커]
주일대사를 거쳐서 국정원장으로 갔다가 청와대 비서실장 이렇게 옮긴 거죠.

[인터뷰]
그러니까 최종적으로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갔던 부분들을 고려해 봤을 때 박근혜 정부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명확히 꿰뚫고 있고 일본과의 파트너를 통해서 야치 쇼타로 NSC 국장과 협상 파트너를 가지고 협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던 부분이 존재하는 거죠. 이병기 원장이 이 협상을 주도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되는 게 아니라 이병기 원장이 주도하는 부분에서 외교부가 배제가 됐다고 주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제 TF의 전체적인 내용들을 쭉 읽어보다 보니까 외교부는 조연에 불과했다는 표현이 나오게 되는데요. 결국 피해 당사자라고 볼 수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충분한 소통, 외교 당국자 간의 협의를 통해서 이병기 원장이 이 부분을 주도해서 박근혜 대통령과 같이 적당한 협의 과정을 이끌었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으나 비공개 과정 속에서 모든 협의를 이끈 게 아니냐는 것에 대해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위안부 문제에 굉장히 강경한 입장을 보였었는데 왜 이렇게 마지막에 이렇게 급작스럽게 왜 이렇게 다 일본의 요구를 들어주면서까지 합의를 했을까요?

[인터뷰]
사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일본 측이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은 한일 정상회담도 어렵다는 식의 기본적인 태도 견지가 있었거든요. 그러고 보니까 3년 반 동안 정상회담이 없었습니다.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태였고 그러다 보니까 미국에서 역사 피로증후군 같은 게 나타나서 역사 문제로 한국이 지나치게 일본에 대해서 이런 한미일 협력 관계에 대해서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난이 있었습니다.

[앵커]
미국 측의 외교적인 압박이 좀 있었다?

[인터뷰]
맞습니다. 그리고 2015년이 한일 수교 50주년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연내에 이것을 타결한다라는 어떤 그런 시점을 정한 것,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이쪽에서 좀 내주더라도 빨리 결말을 짓자 이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이게 졸속합의가 된 그런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앵커]
졸속 협의를 하면서까지 한일 정상회담을 꼭 했어야 했는가 국민들은 이런 의문점을 보내고 있는데 시점을 정해놓고 합의를 한 것, 이 부분이 패착이었군요.

[인터뷰]
맞습니다. 가장 큰 패착은 이 문제는 사실 한국 정부하고 일본 정부 간의 협상으로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 정부가 여기에 대해서 사죄, 반성하고 개인 보상하고 미래세대에 교육시키면 되는 문제거든요. 그래서 1993년에 김영삼 정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진상을 규명하되 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었습니다.

그런데 일단 이것이 협상에 들어가게 되면 협상은 주고받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소녀상 이전이라든지 아니면 최종적, 불가역적 또는 성노예 표현을 쓰지 않겠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철학적인 측면에서 이게 협상을 할 것인가. 그러면 하면 어떤 방식으로 해서 어떤 결론을 기대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있었어야 되는 거죠.

그런데 그런 것들이 면밀한 검토가 없었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것을 이끌어내두고 계속 쫓기다가 나중에는 급기야 부랴부랴해서 말하자면 잘못된 합의를 이끌어낸 그런 잘못된 길로 가버린 거죠.

[앵커]
어제 TF 발표 내용을 들은 당사자들, 얼마나 마음이 답답할까 싶기도 한데. 어제 TF가 공개한 결과 보고서를 보면 외교적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지금 우리 정부의 향후 대외 교섭 과정에서도 어떤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인터뷰]
여기에 대해서 외교적인 부담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외교 문서가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외교 문서는 사실 30년 비공개가 원칙이고요.

이후로도 이것을 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일반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거죠. 과거 2014년 6월달에 일본 아베 총리에 들어서 고노담화에 대한 검증 결과를 공개했을 때 대한민국 정부도 마찬가지로 일본에 깊은 유명을 표명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문제에 대해서 지금 피해자 할머니분이 계신 거고 일반적인 외교 문제와 달리 지금 위안부이라고 하는 좀 굉장히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 부분들에 대한 우리 국민적 정서와 공감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마는 국제사회 속에서 대한민국의 외교적 관계들을 이렇게 좀 공개하는 면들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이해할지, 이걸 우리 정부가 풀어가야 될지는 또 다른 측면에서 고민해야 될 지점이라고 봅니다.

[앵커]
오태규 TF 위원장의 녹취가 있으면 좀 들어볼까요.

[오태규 / 외교부 위안부 합의 조사단 위원장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 : 외교적 고려와 국민적 알 권리가 충돌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잘 조화시킬까, 그걸 진짜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오태규 / 외교부 위안부 합의 조사단 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저는 여성 인권과 관련된 이러한 인류 보편의 가치 문제가 과연 비공개 부분으로 들어가 있어야 하는가 그런 부분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일부 조항은 한국 정부가 부담이 되니까 당시 비공개로 하면 좋겠다, 예를 들면 정대협이라든가 소녀상 문제 같은 것들은 그렇게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

[앵커]
이게 외교 문서 공개를 하면 외교 마찰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공개 여부를 두고 TF 내에서도 참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지금 인류 보편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왔거든요.

[인터뷰]
비공개 부분을 제외하게 되면 사실 핵심적인 내용이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적어도 생존자, 지금 살아 계신 분들이 지금 TF를 설치해서 그동안 5개월 동안 조사를 했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 비공개 내용이 빠진 상태에서 보고서를 내게 되면 사실 이것은 인간적인 도리에 저는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그리고 또 하나 문제는 뭐냐하면 일본 측에서는 여기에 대해서 이건 조약이 아닙니다. 양국의 정상이 사인을 하고 문서가 있어서 정식으로 구속력을 가진 조약이 아니거든요. 이건 정치적인 합의에 불과한 겁니다.

여기에 대해서 이것이 비공개 사항이라고 해서 개방해서는 안 된다, 오픈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저는 지금까지의 어떤 과정, 또는 살아 계신 생존자 또는 국민들의 관심이라든지 TF 설치의 목적 이 자체를 생각하게 되면 그런 지적은 저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앵커]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 그야말로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 돼버렸는데 김복동 할머니는 박근혜 정부가 10억 엔에 우리를 팔아먹었다 이 한마디가 다 대변을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굉장히 마음 아픈 일이죠. 사실 이번 TF의 주된 31페이지의 핵심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피해자 중심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모든 것들을 다 차치하고 피해자분들을 중심으로 하는 합의가 가장 제일 우선이 돼야 되는데 일단 아베 총리에 대한 단 한 번도 있지 않았던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이 부분을 통해서 일본과의 관계 복원에 매진하려고 하는 부분들 때문에. 사실 대한민국 정부 입장에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자 하는 정부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피해자분들을 중심으로 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들이 가장 아쉬웠던 대목이고요.

오늘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긴급 발표를 통해서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피해자분들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과정들을 거치겠다라고 하는데 역사 문제는 역사 문제이고 일본과의 관계 문제는 관계 문제대로 복원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것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역사적인 과정 속에서는 과거사 문제와 우리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관계는 늘 맞물려 있었거든요.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앞으로 남은 중요한 숙제인 것 같습니다.

[앵커]
결국 두 분다 피해자 주도가 아니라 외교적 주고받기식 이런 협상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해 주셨는데 이번 TF 결과 발표로 정치권 반응도 분분한 상태입니다. 정치권 반응 들어보시죠.

[강창일 / 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 : 일본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지가 아닌가, 생각하는데요. 위안부 문제 없이는 한 발짝도 한일 관계가 나갈 수 없다, 이렇게 못을 박아버렸어요. 거기에서 꼬여버린 거예요. 매국노도 아니고 어떻게 그렇게 창피한 문서를 만들 수 있는 겁니까? 이렇게 해서 더욱더 한일관계를 꼬이게 해버린 거죠. 일본에 놀아난 한국 정부가 문제였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이정미 / 정의당 대표 (cpbc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 : 위안부 할머니들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을 속인 일이고, 국민 전체를 식민범죄 가해자의 들러리로 세운 꼴입니다. 친일파나 매국노나 다름없는 짓이었다고 생각을 하고요. 한마디로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의 핵심 범죄가 될 것이다.]

[이용호 /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 일본에 말려든 박근혜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보고서는 책임을 몽땅 전 정부에 떠넘기는 내용 뿐입니다. 국민 절대 다수가 원하는 건 합의 무효화이며 폐기입니다.]

[유승민 / 바른정당 대표 :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도 이 합의가 무효라고 이야기하고 재협상을 약속했습니다. 대통령과 외교부가 박근혜 정부 시절의 이면 합의에 대한 잘못만 열심히 지적하고 도대체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습니다.]

[앵커]
민주당과 정의당 그리고 한창 통합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바른정당하고 국민의당 얘기까지 다 들어봤는데 지금 국민의당하고 바른정당은 좀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박근혜 정부 잘못, 물론 했지만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이냐 이 문제를 지금 얘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죠. 사실은 위안부 합의 과정 속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건 대한민국 국민들이 어느 정도는 대다수가 인식하고 있었던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TF를 통해서 좀 더 구체적인 내용들에 대해서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마는 TF 입장에서도 정부에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정책적 조언을 하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워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받아들이겠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니까 방금 전에 유승민 대표가 얘기했던 게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합의에 대한 무효 그리고 재협상을 주장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TF에 대한 결과 내용들을 들여다보게 됐을 경우는 문제가 도처에 너무 많고 오늘 문 대통령의 얘기를 따르더라도 절차적, 내용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후로 재협상을 할 것인가.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는 결국 일본이라고 하는 협상의 당사자가 있기 때문에 이걸 재협상으로 끌고 간다고 우리 정부가 주장을 한다 한들 일본에서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지금 이 문제를 통해서 북핵 문제가 굉장히 대한민국과 한반도에 엄중한 상황 속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에 대한 공조가 대단히 중요한 상황에 이걸 가지고 계속해서 한국과 일본 간의 양국 관계를 발목 잡게 된다면 우리가 아무리 역사적인 문제를 따로 두고 일본과의 관계를 복원한다고 얘기를 한들 사실은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저는 개인적으로 위안부 TF에 대해서 열심히 노력하신 부분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마는 그걸 전국민적으로 공표하기보다는 문제를 인지하고 위안부 할머님들과의 충분한 협의 내용을 공개를 하고 그 과정들을 통해서 일본과의 관계 복원하는 문제는 투트랙으로 달리 갈 수 있는 부분들은 없었겠는가 하는 아쉬움도 일부 남습니다마는 이제 이 문제를 대한민국의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되는 중차대한 숙제로 떠안은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앵커]
이 합의로는 위안부 문제 해결 안 된다, 후속조치 마련하라, 청와대에서 오늘 이런 입장을 내놨는데. 지금 일본 아베 총리 같은 경우는 1mm도 움직이지 않겠다, 상당히 강한 입장을 내놓고 있거든요. 이건 재협상이 가능할까요? 시기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도 앞두고 있어서요.

[인터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저는 보고서에서 나온 것처럼 기본적으로 위원회 자체나 여기에 대한 선택지를 조언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 점을 말씀드리고 싶고 그런데 일본 정부도 지금 이 한반도 국제정치라는 게 상당히 엄중한 그런 위기 속에 있는 것이고. 그 점은 한미일 간의 공동 협력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또 평창올림픽도 있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도 있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는 우리 남은 4년 동안, 또 아베 총리도 장기 집권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양자 간에 한일 관계를 잘 관리해 나가자는 그런 공감대는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6개월 동안, 지난 6개월 동안 한일 양국 정상이 수차례 정상회담을 했거든요.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신뢰 관계를 다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너무 비관하지 말고 이걸 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우선 들으시고 그걸 전체적으로 잘 모아서 현명한 정책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싶습니다.

[앵커]
일본과의 관계도 생각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건 문재인 정부, 굉장히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는데 어떤 요소가 나올지 좀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성공회대 양기호 교수님 얘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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