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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김해숙 "연기 인생 44년, 여전히 내면은 끓는 중"

2018.07.01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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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김해숙 "연기 인생 44년, 여전히 내면은 끓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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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우리네 엄마도 하나의 장르로 만드는 배우가 있다. 지고지순한 모성부터 어긋난 집착까지. 한 역할 안에서도 다양한 측면을 비추며, 가장 친숙한 존재를 가장 낯설게 만든다. 엄마뿐 아니다.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꺼내는 탓에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스펙트럼을 가늠하기 어렵다. 배우 김해숙은 그렇게 친숙한 역할조차 예사롭지 않게 소화하며 스크린 속에서 빛나왔다.

그런 그에게도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는 연기 인생 44년을 통틀어 "가장 고통스러운 작품"이었다. 반세기 가깝게 카메라 앞에 섰지만 이런 작품은 처음이라고 했다. 배우로서 응당 부릴 수 있는 연기 욕심마저 놔 버린 순간을 경험했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의 삶을 그저 하나의 캐릭터로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교만이 아니었을까요?" 김해숙은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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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김해숙 "연기 인생 44년, 여전히 내면은 끓는 중"

이번 작품에서 김해숙이 맡은 배정길이라는 인물도 누군가의 엄마다. 다만 그는 엄마 이전에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겪은, 위안부 피해자다. 최근 인터뷰로 만난 그는 "연기를 보고 잘했다, 못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적은 처음이다. '해냈다'는 느낌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에 괴롭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간 한 많은 엄마 역을 참 많이 했어요. 아들 대신 죽은 엄마부터 자식을 살인자로 만든 엄마까지. 보통과 달리 이 인물은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알 수가 없었죠. '같은 인간으로 어떻게 이런 삶을 살았을까' 싶었죠. 오죽하면 '이런 연기를 안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고 했겠어요?"

연기자로 살면서 수많은 작품과 누군가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갔을 테다. 그럼에도 배정길이라는 인물은 달랐다. "보통 체중 증량이나 감량, 헤어스타일 등 외적인 변화가 그 캐릭터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나. 이 영화는 그 어떤 시도도 캐릭터와 관련이 없어진다는 게 숨이 막혔다." 그저 작품에 대한 진심, 그 하나만 잡고 끝까지 갔단다.

"사실 배우가 캐릭터에 빠진다는 건 기쁘고도 홀가분한 일이에요. 그때부터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거든요. 이 작품은 달랐어요. 빠질수록 늪에 빠지는 느낌을 받았죠. 영화가 끝나도 후유증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6개월 가까이 우울증에 시달릴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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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김해숙 "연기 인생 44년, 여전히 내면은 끓는 중"

진심은 베테랑 배우의 마음가짐 가짐도 바꿨다. '허스토리'의 백미로 꼽히는 재판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명장면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할머니들의 마음에 0.001%라도 다가가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촬영 전 기도를 했어요. 그분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빙의가 되어 어떤 마음인지 조금이라도 알고 연기하게 해달라고요. 그래서일까요? 울분이 올라왔는데 울고 싶지 않았어요. 당당하고 싶었거든요. 평소 말이 없는 배정길이 유일하게 자기 얘기를 하는 순간이지만 울지 않았죠. 그분들로부터 '내 심정이랑 조금 비슷했다'는 그 한마디 듣는 거 만큼 바라는 것이 없죠.”

그 역시 힘든 여정임을 알고 있었을 테다. 고생을 감수하고도 참여한 이유를 묻자 "여전히 진행중인 이야기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소재 외에도 민규동 감독에 대한 믿음도 한 몫했다. 민 감독이 위안부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기존과 확실히 달랐다.

"과거의 아픔을 그리는 부분이 없어 좋았어요. 할머니들이 15~17살에 겪은 일은 이미 꽤 접했잖아요.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지금 살고 있는지, 현재를 말하는 영화는 없죠. 인간으로 상상조차 못 할 고통의 삶을 살고 있던 분들 자신을 드러냈고, 6년에 걸쳐 스물 세 차례 재판을 치렀어요. 그 용기와 뜨거움을 많은 분이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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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김해숙 "연기 인생 44년, 여전히 내면은 끓는 중"

'허스토리'가 개봉하는 2018년은 그가 연기를 시작한 지 꼭 44년을 맞이하는 해다. "어머, 그렇게나 흘렀나, 시간이. 많이도 됐네요"라며 빙긋 미소짓는 그에게 소회를 묻자 "여전히 연기를 사랑하고 좋아하고 새로운 일에 가슴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게 고마울 따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를 정말 사랑해요. 누군가의 삶을 연기로 표현하는 건 여전히 긴장되고 벅찬 감동을 주는 일이에요. 주·조연을 떠나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면 기꺼이 참여하죠. 특별출연한 '터널'이나 '신과 함께'가 그렇죠."


환갑을 넘은 지금도 무대 위 새로움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했다. 어떻게 하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얼굴로 관객에게 다가갈지 고민하는 두 눈이 빛났다. 연륜을 방패삼아 자기 복제의 유혹에 휘둘리기보다 치열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김해숙이다.

"밖으론 티나지 않을지 몰라도 제 내면에선 작품 속 역할과 김해숙이 고통스럽게 싸우고 있어요. 작품마다 조금씩 비슷하진 않을까, 늘 경계하거든요. 노력하지 않고 이 자리를 지키겠다고 버틸 순 없으니까요.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계속 현역에서 활동하는 제 모습을 그리면서요."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 = 김태욱 기자(twk55@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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