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 '명절 증후군'. 이로 인해 추석을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명절을 없애자'는 청원까지 여러 번 등장했다.
본격적인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추석', '명절'과 같은 키워드로 검색했다. 지난 8월 말부터 "명절을 폐지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잇따라 올라와 있었다. 지난 설과 추석에 이어 이번 명절에도 이어진 청원이다.
청원 내용을 보면 대체로 현대 사회에서 대가족이 모여 음식을 하고 차례를 지내는 의미가 퇴색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명절이 부부 갈등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명절 폐지를 주장한 한 청원자는 "명절만 되면 음식을 준비하는 여성들도, 장시간 운전하는 남성들도 모두 힘들어 이혼율이 증가한다"며 "명절로 인한 부담을 줄여달라"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법원행정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설날과 추석 연휴 전후로 하루 평균 577건의 이혼신청서가 접수됐다. 명절 아닌 평상시 하루 평균 이혼 신청이 298건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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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결혼 20년 차 주부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차례를 지내는 집은 명절이 갈등과 스트레스의 원인"이라며 "제사가 따로 있는데, 왜 명절에 차례를 지내야 하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산소에 미리 가서 벌초하고 간소하게 음식으로 조상에게 예를 갖추면 된다"라며 명절의 간소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명절에 시댁에 가자마자 앞치마 두른다. 시댁을 나서는 순간까지 편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라고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전통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바꿔나가자는 한 청원자는 "명절을 없애고 다른 공휴일을 지정하든 대처 방안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정부에서도 성 평등이 실현되는 명절 문화를 홍보하고 안내해주기 바란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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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명절을 완전히 폐지하자는 내용은 대다수의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명절 덕분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다", "차례 간소화는 각 집안의 문제", "그래도 명절은 명절"과 같은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명절마다 간소화, 폐지 요구가 나온다면, 꼭 정부 차원이 아니더라도 가정마다 변화를 고민해 봐야 할 문제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상담대학원 대학교 이남옥 교수는 YTN PLUS에 "명절 스트레스로 인한 부부 상담 사례가 실제로 많다. 오죽하면 국민 청원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실제로 아내가 명절에 시댁을 가기 싫다고 하자 남편이 발로 차면서 '얼른 일어나'라고 소리쳐 이혼 상담을 온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절은 즐거운 날이지만 유독 며느리들에게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며느리의 노동을 당연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이 차례상을 차려도 남편과 시댁이 존중하거나 고맙다는 인식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먼저 며느리가 시댁에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사진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GettyImagesBank,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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