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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과 자살 - 조현병은 타해보다 자해·자살이 더 심각

2019.04.29 오후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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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과 자살 - 조현병은 타해보다 자해·자살이 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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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 센터장


조현병과 자살 - 조현병은 타해보다 자해·자살이 더 심각


- 묻지마 범죄의 원인 조현병? 실제로는 자살률이 더 높아
- 우리나라 자살 원인 1위, 조현병
- 진주 방화. 살인사건으로 인한 관심 급증, 조현병에 대한 불안 조장
- 정신질환으로 인한 강력범죄 비율 0.5% 불과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얼마 전, 진주에서 10여 명의 주민이 숨지거나 다친 방화 살인 사건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는데요. 이 사건 피의자가 조현병 환자로 알려졌죠. 그리고 불과 일주일 만에 창원에서 조현병 치료 이력이 있는 10대가 위층 할머니를 흉기로 살해하는 범죄가 다시 한 번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조현병에 대한 대책과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묻지마 강력범죄와 조현병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조현병으로 인한 타해보다는 자해, 자살이 더 심각하다는 겁니다. 오늘은 이 조현병으로 인한 자살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 가져보려고 합니다. 함께 이야기 나눠주실 중앙자살예방센터장, 경희대 정신의학과 교수님이시죠. 백종우 센터장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 센터장(이하 백종우)> 네, 안녕하세요.

◇ 김양원> 조현병 환자들의 강력범죄가 사회적인 문제로 이야기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실제로는 조현병을 앓는 환자들의 자살률이 타살률보다 더 심각하다고요?

◆ 백종우> 네, 맞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강력범죄에서 정신장애가 차지하는 비율은 0.5% 정도로 낮습니다. 반면 세계적으로 조현병 환자의 5~10%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요. 실제 우리나라 경찰청 발표로도 우리나라 자살의 36% 정도가 정신과적 문제이고, 숫자로는 우울증이 많지만, 환자 수 대비해서는 조현병이 1위입니다. 그 정도로 심각하고, 이분들을 잘 도우면 자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김양원>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다르게 오히려 조현병으로 인한 타살보다는 자살이 더 많다, 이런 말씀이었는데요. 그러면 왜 조현병이 이런 묻지마 범죄의 원인으로 자꾸 지목되는 걸까요?

◆ 백종우> 실제 묻지가 범죄가 일어났을 때 나중에 법원의 판단을 보면, 조현병과 정신장애와 무관한 경우도 꽤 많습니다. 실제 일본에서 이케다 초등학교 살인사건이라고 해서 여러 학생들이 다쳐서 굉장히 문제가 심각했는데, 범인이 정신병을 가장했습니다. 나중에 법원에서는 사이코패스로 밝혀졌거든요. 정신질환이 전혀 아니었던 거죠. 이렇게 너무 처음부터 조현병이다, 이렇게 몰아가서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보통 범죄는 원한관계나 이해관계, 어떤 범죄의 목적이 있는데, 조현병의 일부, 아주 드물지만 피해망상이나 환청과 같은 병리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이번에 진주에서도 내 머릿속에 뭘 넣었다든지, 위에서 벌레를 보는 등 망상 때문에 공격을 하니까 일반인의 입장에서 불안하고, 분노하게 되는 각인 효과가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 김양원>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진주 방화 살인사건의 피의자죠. 안인득. 이 사람에 대해서 사실 경찰이 초기에 사이코패스인지, 아니면 어떤 정신질환이 있는 건지, 그것에 대해서 검사를 먼저 하겠다는 보도가 처음 나오기는 했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현병이 저희한테 많이 알려진 질환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최근 이렇게 강력범죄와 함께 이슈가 되면서 우리나라에 마치 조현병 환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처럼 인식이 되고 있거든요?

◆ 백종우> 그동안은 사실 가족이 다 감당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핵가족화가 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부모님이 연로하신 젊은 환자들이 늘고 있고, 2017년 법 개정 이후에 탈수용화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국내 조현병 진로 환자는 12만 명 정도 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지역 사회에 있는 조현병 유병률이 0.5~1% 정도거든요. 실제 조현병 환자는 더 많이, 25~50만 명까지도 보는데, 보수적으로 봐도 한 25만 명이라고 보기 때문에 약 10~15만 명은 아직 치료받고 있지 않은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김양원> 그러면 이게 특별히 우리나라라고 해서 더 많은 것 같지는 않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렇게 많은 비율은 아닌 것 같은데요. 조현병이라는 이제 와서야 많이 회자되는 이 병. 이게 유전적인가요?

◆ 백종우> 유전병은 아닙니다. 유전적 요인은 있고, 환경적 요인 당뇨, 고혈압 수준이지만, 어느 한 가지 원인이 아닌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일어나는 뇌 질환으로 봐야 합니다. 심리적 요인, 환경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조현병 환자들은 감각이나 지각, 행동, 여러 측면에 광범위한 증상을 일으키게 되기 때문에 이때 주로 환청, 피해망상과 같은 증상이 발생합니다.

◇ 김양원> 환청, 또 환시. 그러면 조현병에 의한 자살이나 타살, 타해, 이런 것들이 이런 환청이나 환시 때문에, 망상 때문에, 발생한다고 봐야 하나요?

◆ 백종우> 매우 드문 현상이지만, 아주 응급상황에서는 죽어라, 죽어라, 하는 소리. 누구를 죽여라, 하는 소리가 귀에 계속 들리는 겁니다. 그것에 이끌려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 이런 피해망상 때문에 내가 방어해야겠다는 행동 때문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율은 사실 적고요. 훨씬 많은 경우는 조현병이 지나가면서 조현병 우울증이 생기고, 이때 자살이 굉장히 높습니다. 조현병인 경우는 오히려 병전에 학력이나 기능이 좋았던 분들이 내가 이런 병이 생겼다는 것에 대한 좌절감을 많이 느끼고, 병식이 생긴 후에 자살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때는 우울증도 함께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김양원> 조현병의 후유증이 우울증으로 나타나고, 우울증으로 인해서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군요.

◆ 백종우> 네, 맞습니다.

◇ 김양원> 그러면 이번 사건에서도 보듯이 그동안 치료를 받지 못해왔다, 이런 것들이 기사화됐잖아요. 치료를 하면 이 병을 낫게 할 수는 있는 건가요?

◆ 백종우> 물론입니다. 제가 보는 많은 분들도 결혼을 하고, 직업을 가지고, 잘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고요. 다른 나라도 어떤 나라나 1950년 이전에는 장기 요양원이나 일본 같은 나라는 사택감치라고 해서 집에 수용되는 상황이었습니다. 1950년대에 항정신약물이 개발되면서 환청과 망상의 치료가 가능해지기 시작합니다. 이게 기반이 되면서 1980년대부터 새로운, 이전보다 훨씬 부작용이 적어지고, 음성 증상, 의욕이 없고, 대인 관계에도 효과가 있는 약이 개발되면서, 또 사회의 인권 의식이 높아지고, 이제 격리 수용을 해야 할 게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자유롭게 치료 받자는 탈수용화 운동이 미국, 유럽, 여러 나라에서 활성화되게 되었고요. 이후에는 병원에서 주던 서비스를 지역 사회에서 오히려 집으로 찾아가면서 제공하는 적극적 지역 사회 치료 프로그램이 약물 치료, 정신 치료와 함께 지금은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 김양원> 그러면 이 조현병을 치료할 수 있으면, 조현병 환자들에게서 발생하는 자살율, 이것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네요?

◆ 백종우> 네, 맞습니다. 입원을 오래하고 있던 환자들을 탈수용화하면서 초반에는 자살, 범죄가 더 늘어났다는 결과를 보이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이게 준비가 부족했거나 지역사회의 프로그램이 적었던 경우라 대개 지역사회 시스템을 잘 갖춘 나라들은 자살율도 감소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달에 뉴욕 주 자살예방센터를 같이 방문했었는데요. 뉴욕에서 사망자들의 데이터를 검시관이 조사해서 모아봤더니 3년 자살 사망자 중에 무려 74%가 정신과를 방문한 적이 있는 정신과 중증 환자였다는 분석을 했거든요. 굉장히 높은 수치죠. 그래서 이 부분만 조기에 발견되어도 자살을 막을 수 있겠구나, 해서 이에 기반한 정책이 모든 정신과 병원에, 특히 조현병을 포함해서 매년 이분들의 자살 검진을 전문가들이 평가를 하고, 적극적으로 자살 예방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런 병원에 인센티브도 주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뉴욕 주의 자살 수준은 우리나라의 1/3 수준으로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 김양원> 효과를 본 거군요?

◆ 백종우> 네, 그렇습니다.

◇ 김양원> 앞서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조현병을 치료하는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 탈수용화 방식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하셨는데, 사실 조현병이 치료도, 또 관리도 환자 혼자서는 어려운 질환인 것 같아요.

◆ 백종우> 네, 맞습니다.

◇ 김양원> 그러다 보니 혼자보다는 주변의 도움이랄까요, 이런 것들이 필요해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 백종우>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실제 노벨상을 수상한 존 내쉬 교수의 일대기입니다. 그분도 조현병이었고요. 본인도, 가족도 굉장히 힘든 시기도 있었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었는데, 함께 이겨내는 과정이 굉장히 깊은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지금 사실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굉장히 많은 환자분과 가족분들이 있고, 사실 이전에는 이게 가족과 개인의 몫이었기 때문에 다 감당해왔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분들을 도울 방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조현병의 급성기에는 병식이 없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이때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본인이 회복한 환자입니다.

◇ 김양원> 선배 환자들이요?

◆ 백종우> 네, 맞습니다. 동료 상담가라는 제도를 외국에서 많이 운영하고, 우리나라에도 시작했는데요. 아파본 사람들이 치료 안 받겠다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설득하면, 의료진보다 훨씬 더 마음을 여시거든요. 그래서 이런 제도들을 활용해서 저희가 이분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인정받고,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게 우리 사회가 자살이 없는, 살 만한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의 하나로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 김양원> 센터장님이 지금 계신 곳이 중앙자살예방센터잖아요. 이런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도 조현병 환자들이나 정신 질환자라고 보통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런 분들의 자살 예방 프로그램이 있나요?

◆ 백종우> 보건복지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것은 정신장애인을 위한 보고 듣고 말하기 자살 예상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특히 정신 장애인들이 입원했다가 퇴원한 다음에 자살률이 높습니다.

◇ 김양원> 이번 사건에서도 그랬죠.

◆ 백종우> 네,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이 부분을 제일 잘 아는 가족 강사나 이런 분들이 중앙복지센터에서 정신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을 교육하고, 생명 지킴이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다면, 분명히 자살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네, 조현병 추정 인구에 비해 진료 받는 환자 수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질병에 대한 오해 때문에 자꾸 감추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것 같은데요. 우리 언론에서도 이 조현병에 대해 조금 더 조심히 다뤄야 할 것 같아요. 백종우 센터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백종우> 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경희대 정신의학과 교수이신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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