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박O스, 목O디 먹어도 음주측정기 걸린다?

"박O스 마시고 음주측정기 걸렸다", "목O디 먹고 음주감지기에 나왔다", "까스OO수 먹어도 음주 수치 나온다". 지난주 구강청결제를 쓰면 음주측정기에 걸리는지 팩트체크했던 기사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 6월 29일 "[와이파일]음주측정기 좀 불어본 기자의 '구강청결제' 속설 팩트체크"
https://www.ytn.co.kr/_ln/0103_201906290800067721
(위 기사를 한 줄로 요약하면 '구강청결제 쓰면 음주측정기 걸리니까 물로 입 헹궈라'입니다)

▲ 지난주 기사에서 "음주단속이나 속설에 대해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음 기사에 팩트체크해 보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음주 속설 팩트체크 2탄', 시청자 여러분께서 달아주신 댓글을 토대로 실험을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건 '박O스'였는데요. 바로 약국에 가서 샀습니다. 두 모금을 마신 직후 음주측정기를 불었는데요.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0.048%, 면허 정지 수준이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아니 박O스에 술 성분이라뇨. 제품에 붙은 성분을 보니 정말로 '에탄올'이 적혀 있었습니다. (에탄올은 알코올의 종류입니다)

▲ 박O스를 마신 직후 음주측정기 결과

▲ 박O스 병에 붙은 첨가제 성분. '에탄올' 글씨가 선명하다

제조사에 문의해봤습니다. "박O스는 1% 미만의 에탄올이 들어가 있다"며, "주로 용매 보조제라고 해서 성분들을 융해하는 역할을 한다"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럼 박O스 먹으면 안 되냐고요? 아닙니다. 물로 입만 잘 헹구면 됩니다. 제가 그렇게 하고 5분 뒤 다시 측정하니 0%로 돌아왔습니다. 만약 박O스 마시고 음주단속에 걸리셨다면 이렇게 물로 입을 헹구고 다시 측정하시면 됩니다.

▲ 박O스를 마시고 물로 입을 헹군 뒤 5분 후 음주측정을 했더니 다시 0%로 떨어졌다

이번에는 '까스OO수'입니다. 마찬가지로 두 모금을 마신 뒤 음주측정기를 불었는데요. 결과는 0.133%! 면허 취소 기준인 0.08%보다도 무려 0.05%나 높은 수치였습니다. 음주감지기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습니다.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병에 붙은 원료 성분을 보니 정말 에탄올이 있었습니다. 박O스에도, 까스OO수에도 에탄올이 있었다니…. 댓글을 달아주신 시청자분들의 경험과 지혜에 탄복했습니다.

▲ 까스OO수를 마신 직후 음주측정기 결과

▲ 까스OO수 병에 붙은 첨가제 성분에도 '에탄올' 글씨가 쓰여 있다

수치가 워낙 높아서인지, 물로 입을 헹구고 5분 뒤에 쟀을 때도 0.027%였습니다. 면허 정지 기준인 0.03%보다는 낮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수치죠. 10분이 지나고 난 뒤에야 0%로 떨어졌습니다.

▲ 까스OO수를 마시고 물로 입을 헹군 뒤 5분 후 음주측정기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027%

▲ 10분 뒤 다시 측정했더니 그제야 0%로 떨어졌다

이런 댓글도 눈에 띄었습니다.

▲ "액체형은 물로 입을 세척하면 해결되지만 스프레이 타입은 강력한 가스 방식으로 입안을 세척해도 안 된다"

저는 스프레이 타입 구강청결제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약국에 갔더니 정말 있더라고요. 민트향, 라즈베리향, 청포도향 3가지 맛으로 샀습니다. 전에 기사에서 썼듯, 구강청결제는 에탄올이 들어있기 때문에 물로 입을 헹구지 않고 음주측정기를 불면 수치가 나옵니다. 스프레이 타입은 액체형과 달리, 정말 물로 헹궈도 수치가 나올까요? 입안에 3차례 칙칙칙! 뿌리고 물로 헹군 뒤 5분 뒤에 재봤습니다.

▲ 스프레이 타입을 뿌리는 모습. 입안이 얼얼하다

▲ 제품 설명서를 보면 주의 사항에 "이 제품에는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어 사용 후 음주측정을 하는 경우, 음주 측정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다

결과는 0%였습니다. 민트향만 그런가? 싶어서 청포도향도 해보고, 라즈베리향도 해봤습니다. 모두 0% 나왔습니다. 0%인데 왜 저렇게 생각하셨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댓글을 보면 '스프레이 타입은 강력한 가스 방식'이라고 적어 주셨는데, 혹시 헤어스프레이 같은 가스 형식으로 오해하신 건 아니신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프레이형 구강청결제는 가스 방식이 아닌 단순 펌프 방식입니다. 이 제품을 쓰셨어도 물로 입을 잘 헹구시면 음주측정기에 걸리지 않습니다.

▲ 스프레이 방식의 구강청결제

'스프레이 방식은 일부를 삼키기 때문에 음주 측정에 걸린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액체형은 입을 헹궜다가 뱉는데, 스프레이형은 소량이라 그냥 삼키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제품은 마시지 마십시오'라고 주의사항에 적혀 있지만 말이죠. 결론은 '이 정도는 괜찮다'입니다. 먹는 양이 극소량이라서입니다. 스프레이 방식에 담긴 구강청결제는 7ml, 다 쓸 때까지 눌러봤는데 133차례 분사됐습니다. 1번 눌렀을 때 사용량은 7ml ÷ 133번 = 0.05니까 2, 3차례 뿌린다 쳐도 0.1ml 정도 마시는 셈입니다. 보통 소주 1잔 마시면 음주단속에 걸린다고 하는데, 소주 1병이 360ml, 대개 7잔 정도 나오니까 1잔에 50ml정도입니다. 500배 차이입니다. 물론 구강청결제와 소주의 에탄올 함유량이 다르지만, 구강청결제 한두 차례 뿌리는 것 정도의 양은 괜찮습니다.

▲ 여러 종류의 목O디

마지막으로 목O디입니다. 5분 정도 빨아먹고 재봤는데요. 측정 전, 함량 스티커를 슬쩍 봤더니 에탄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0% 나오겠지~하고 사탕을 입에 문 채 음주측정기를 불었는데 웬걸요. 0.034%가 나온 겁니다. 당황한 저는 황급히 사탕을 뱉고 다시 측정기를 불었습니다. 수치는 0.031%, 아주 약간 낮아졌지만 여전히 면허 정지 수준이었습니다.

▲ 목O디를 입에 문 채 음주측정 한 결과 면허 정지 수치

▲ 뒤늦게 사탕을 뱉었지만 수치는 여전히 면허 정지 수치

혹시 이 회사 제품만 이런 걸까? 다른 회사 제품은 어떨까? 목O디와 유사한 제품을 사서 측정해봤는데요. 결과는 0.057%, 더 높게 나왔습니다. 제품 외곽에 표시된 성분 표시에는 에탄올이 없었습니다.

▲ 다른 제조사 제품도 면허 정지 수치

제조사에 문의해보니 "목O디에는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다"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애초에 알코올이 들어있지도 않지만 들어있다 하더라도, 사탕을 만들 때 끓여서 굳히는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다 날아간다는 겁니다.

그러면 대체 왜 측정기에 음주 수치가 뜬 걸까요? 명확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이런 가능성을 유추해볼 수 있었는데요. 목O디 부류의 사탕은 대개 청량감을 주는 멘톨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멘톨은 당알코올(sugar alcohol)인데요. 당알코올과 에탄올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물질입니다. 제가 산 음주측정기가 당알코올과 에탄올을 다 같은 알코올로 감지해서 오차가 생겼을 수 있는 거죠. 댓글을 달아주신 분도 음주감지기에서는 삐 소리가 났는데, 음주측정기에서는 괜찮았다고 말씀하신 걸 보면 경찰이 쓰는 제품은 음주 수치가 안 뜨지 않을까 추측이 들었습니다. 확인해보고 싶어서 경찰에 장비를 납품하는 제조사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중요한 건 설사 목O디를 먹고 음주측정기에 수치가 나왔더라도, 물로 입을 헹구고 다시 불면 됩니다. 제가 해봤는데, 물로 입 헹구고 5분 뒤 다시 음주측정기를 재봤더니 0%가 나왔습니다.

▲ 경찰이 쓰는 음주측정기

구강청결제에서 시작된 음주 측정 속설 기사를 박O스와 목O디, 까스OO수와 스프레이까지 알아봤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댓글로 부족한 기사를 A/S 한 셈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건 술을 한 모금이라도 입에 대셨다면 절대 운전대 잡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한동오 [hdo86@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