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의료폐기물을 수거 소각하는 업체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처리비용을 2배로 인상해도 어쩔 수 없이 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황선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이 맺은 의료폐기물 처리계약서입니다.
처리비용은 kg당 7백 원, 계약 기간은 2017년 2월 1일부터 3년간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1년여밖에 지나지 않은 지난해 4월 처리비용을 kg당 850원으로 인상한 계약을 다시 맺었습니다.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넉 달 후 다시 천 원, 그로부터 다섯 달 후인 올해 1월에는 1,450원으로 인상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2년 사이에 4차례 계약을 맺고 처리비용은 2배 이상으로 오른 겁니다.
배출된 지 15일 이내에 의료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병원 입장에선 소각장이 폐기물을 받아 주지 않을까 봐 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소연합니다.
[박성국 / 요양병원장 : 의료 폐기물 단가를 올리자고 했을 때 다른 수거 운반업자를 만나 계약을 하려고 했는데 소각장에서 계약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한 병원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3차례 계약을 다시 맺고 그사이 처리비용이 65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지만 다른 처리업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건 의료폐기물 배출량이 전국 13곳에 불과한 소각장의 처리능력을 넘어서면서 소각장이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박성국 / 요양병원장 : 소각장, 운반업자, 병원 3자 계약으로 돼 있기 때문에 2곳 중 1곳이라도 계약을 안 하면 성립되지 않아요. 최종 칼자루는 소각장이 가지고 있습니다.]
처리업체들은 비용 증가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입니다.
[의료폐기물 처리업체 관계자 : 차량을 더 사야 하고 인원을 더 써서 병원에 차질이 없도록 수거해야 되기 때문에 비용이 2배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악화하자 환경부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염 우려가 없는 일회용 기저귀를 우선 의료 폐기물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소각장 신설 등 구조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인상과 갑질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YTN 황선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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