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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준책방] 명절 후유증을 겪는 '부모님'을 위한 책 처방

2019.09.16 오후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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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준책방] 명절 후유증을 겪는 '부모님'을 위한 책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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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남영준 중앙대 교수

[영준책방] 명절 후유증을 겪는 '부모님'을 위한 책 처방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모란인들 어떠하며 작약인들 어떠하리.’
‘이 세상 엄마는 모두 바보다.’
‘자식은 어미를 버릴 수 있지만
어미는 자식을 버릴 마음이 없구나.‘

매주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영준책방>. 오늘은 원철 스님의 산문집,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에 실린 구절로 시작해봤는데요. 영준책방의 책 주치의,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영준 교수와 함께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교수님, 안녕하세요. 추석 명절 잘 보내셨나요?

남영준 중앙대 교수 (이하 남영준) : 네, 명절 잘 보냈습니다.

조현지 : 아무래도 명절날,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교수님의 <영준책방>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어요?

남영준 : 부모님은 칭찬만 해주시고 아이들은 이거 고쳐라, 저거 고쳐라 지적해주더라고요. 또 친구들은 나도 이 책 저 책 추천해달라고 시끌벅적했습니다. 아주 연예인 같이 명절을 보냈습니다.

조현지 : 화기애애하게 보내셨는데요. 사실 명절 끝나고 나면, 항상 포털사이트 상위 검색어 란에 오르는 말이 있죠. 바로 ‘명절증후군’인데요. 오늘 극한상사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요즘 명절증후군은 신체적인 고통이 수반되는 증후군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고 하더라고요.

남영준 : 훨씬 크죠. 음식 준비하는 것부터, 모여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각자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이야기를 할 때 가족 간의 다툼이나 갈등이 생기더라고요. 요새 제 주변에서는 아예 만나서 반갑게만 얘기하고 헤어지는 거로 명절 문화를 바꾸면 어떠한가, 음식은 준비하지 않는 거로 하자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조현지 : 앞서서 저희 청취자들 사연 중에서도 괜히 말 한마디로 서로 상처를 주고받은 경험을 문자로 받았는데요, 오늘 교수님께 책 처방을 원하는 청취자분의 문자도 일종의 명절증후군과 관련된 사연인 것 같은데요. 제가 소개를 좀 해드릴게요.
[청취자 문자] 안녕하세요. 교수님. 여기는 전남 고흥입니다. 저는 남편이랑 둘이 농사일을 하며 사는 60대 주부인데요. 올 추석, 우르르 몰려놨던 삼 남매가 떠나고 나니, 좁기만 한 집이 커 보이기까지 합니다. 사실 아이들이 분가하기 전엔, 시집가라, 장가가라, 입이 닳도록 말했었는데요. 이렇게 허전하고 섭섭할 줄 알았으면 계속 품에 두고 키울 걸 그랬나 봐요. 명절만 지나면, 헛헛한 제 마음을 교수님의 책 처방으로 달래주세요.
진짜 고향 집에서 오매불망 자식들 오는 날만 기다리셨던 우리 부모님들은 명절이 끝나고 나면, 마음이 허하실 것 같아요.

남영준 : 사실 저도 8623님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아들만 세 명이고 두 아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 이번 추석에도 막내아이 두고 조금은 쓸쓸하게 차례를 지냈거든요. 큰아이는 또 왜 그리 일찍 장가는 갔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쉽습니다.

조현지 : 그럼 교수님도 8623님처럼, ‘품 안에 조금 더 둘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드셨나요? 왜 요즘 장가가라, 시집가라 하는 부모님 잔소리에 명절에 집에 안 가는 미혼남녀들이 많거든요.

남영준 : 저는 우리 아이와 제대로 시간을 보내보지도 못하고, 사랑하는 며느리에게 일찌감치 아들을 보냈습니다. 저도 8623님처럼 ‘섭섭’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심심합니다. 또 나름 멋진 시아버지가 돼 보려고 멋진 시아버지 되는 법을 도서관에서 찾아보기도 했는데요. 그런 책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봤던 책 한 권을 8623님께 처방해드리려고 합니다.

조현지 : 그럼 왠지 이번 책 처방은 교수님의 깊은 공감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떤 책을 처방해 주셨나요?

남영준 : 먼저, 조현지 아나운서가 오늘 오프닝에서 멋지게 소개해주신 책이죠. 원철스님의 산문집,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리 않다>입니다. 짧은 산문으로 구성된 책인데요. 아들을 괜히 장가 일찍 보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책을 연구실에서 들춰봅니다. 원래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모란인들 어떠하며 작약인들 어떠하리”였는데요. 8623님이 어머니라고 하시니까, 먼저 “이 세상 엄마는 모두 바보다”를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저도 8624님처럼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가 많아요. 특히 한창 바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녀들이 더욱 보고 싶은데요. 그때 제가 읽으며 마음을 달래던 책입니다. 저랑 공감대가 100% 일치한다는 마음으로 처방을 준비해 왔습니다.

조현지 : 그럼 8624님께 특히 어떤 부분을 권해주고 싶으신가요?

남영준 : 유명한 스님이 출가하면서 어머니에게 ‘아들은 이미 출가하였으니 이제 없는 자식처럼 여기시라’라는 사친서 즉 어머니와 이별 편지를 짧은 글로 남겼답니다. 그러자 출가한 아들에게 이런 답장을 했답니다. “자식은 어미를 버릴 수 있지만, 어미는 자식을 버릴 마음이 없구나.” 자식들이야 의무방어전으로 명절 때 잠깐 와서 정신을 쏙 빼놓고 가버리면 끝이지만 다음 자식을 볼 때까지 그리움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은데요. 물론 제가 책 처방을 해드린다고 하더라도, 8623님의 섭섭함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도움이 좀 좋겠습니다.

조현지 : 그럼 혹시 교수님께서는 ‘자식들이 너무 보고 싶다’ 하실 땐, 어떻게 하시나요?

남영준 : 저는 자식들이 보고 싶으면 그냥 연락합니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 사진을 보내라, 통화하자 막 요구합니다. 또 생각보다 아이들이 잘 받아줍니다. 어떨 때는 아이들이 저보고 질척거리는 아버지라고 자기들끼리 흉을 보기도 하는데요. 흉을 본들 어쩌겠습니까. 아버지인데.

조현지 : 그런데 오늘 8623님을 위해 한 권 더 처방해 주시겠다고요?

남영준 : 네, 제가 우울할 때마다 읽는 책인데요. 코믹하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을 하나 더 추천합니다. 죠반디노 과레스끼의 <돈까밀로와 뽀강 사람들>이라는 책인데요.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시리즈입니다. 그 중에서 ‘돈 까밀로와 뽀강 사람들’을 추석 헛헛함을 없애줄 소설로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조금은 거칠지만, 한없이 돈까밀로와 빼뽀네가 작은 마을의 지도자로서 티격태격하는 내용입니다. 특히 체면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나, 우리의 모습입니다. 8623님! 오늘 제가 특별히 두 권의 책을 처방해드렸으니까요. 말씀드린 처방책이 어떠셨는지 다음 주에 꼭 문자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왜냐면 저도 제 책 처방의 약효를 좀 알아보고 싶어서요.

조현지 : 자, 이렇게 남영준 교수님께 책 처방 원하시는 분들은요. 문자로 말머리 ‘책 처방’ 달아서 사연 보내주세요. 교수님, 오늘은 한 분 더, 처방해 주신다고요?

남영준 : 네, 지난주 방송에서 살짝 소개해드렸던 김안구 님의 문자에 책 처방을 해드릴까 합니다.

조현지 : 김안구 님의 문자, 제가 좀 소개해드릴게요.
[청취자 문자] 우리 아이는요. 책을 안 읽습니다. 어렸을 때는 책을 많이 읽어줬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요즘 아이들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보는 영상에 익숙해져서 더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요.

남영준 : 사실 김안구 님께는 딱히 어떤 책을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이가 몇 살인지 그리고 성격이 어떤지 몰라서인데요. 다만 아이가 책을 읽게 만들 수 있는 방책을 하나 처방할 수 있습니다.

조현지 : 어떤 건가요?

남영준 : 아이들은 부모님을 흉내 내거든요. 엄마가 바르는 립스틱을 대부분 아이들은 기어코 따라 합니다. 아빠가 담배를 피우면 아이들은 담배를 피울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걸 역으로 생각하면 부모님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 반드시 따라 합니다. 집에서 효과가 없습니다. TV나 휴대폰과 같은 다른 것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입니다. 집 근처에 어린이도서관이 있으면 최고이고, 그렇지 않으면 조금 멀리 있더라도 어린이 도서관을 방문하셔서 아이를 전혀 의식하지 마시고 아버님이 보고 싶은 책을 골라서 읽으세요.

조현지 : 아이의 거울이 돼라! 이런 말씀인가요?

남영준 : 네 맞습니다. 요즘 도서관은 편하게 책상다리를 하시고 심지어는 누워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 보고 책을 고르라, 말라 말씀도 마시고 도서관에서 그냥 놀라고 하세요. 그러면 아이가 이 책 저 책을 골라 옵니다. 그럴 때 골라온 책을 끝까지 읽으라고 강요만 하지 마세요. 부모님이 책을 고르면 부모님이 보시기에 아이들에게 의미가 있는 책을 고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설령 만화책을 뽑아오더라도 그냥 두세요. 도서관에서 선정한 만화책이라면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좋은 책이라고 믿으시면 됩니다.

조현지 : 도서관에 같이 가되, 아이가 어떤 책을 고르든 터치하지 마라는 말씀인 거죠?

남영준 :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은 전부 도서관 사서들이 엄선해서 선정한 책들이니까요. 만화책을 읽어도, 그림책을 읽어도 아이들이 읽기에 대부분 유익한 책입니다. 제가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은 아버님이 도서관을 즐기셔야 합니다. 아이를 위해서 시간 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아버님이 가고 싶어서 도서관을 가주셔야 아이 독서 습관 기르기는 성공합니다. 참. 아이가 글을 아직 읽지 못하면 아빠가 읽어주어야 하는데, 그때도 무성의하게 혹은 할 수 없다고 거절하지 마시고 아이 입장에서 즐거워하면서 읽어주세요. 최고의 낭독은 지난주 조현지 아나운서님께서 읽어준 ‘효자손’처럼만 읽어주시면 대박입니다.

조현지 : 김안구 님 먼저, 도서관과 책을 즐겨라! 약간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겠어요.

남영준 : 자녀에게 먼저 모범을 보여야 자녀도 부모를 따라 한다는 점, 잊지 말아 주세요. 끝으로 지난주 예고한 것처럼 이번 주는 사서 선생님에게 100% 도움받는 하나의 팁입니다. 도서관에 있는 모든 사서선생님들은 독서 상담과 정보검색 전문가입니다. 특히 공공도서관은 ‘사서에게 물어보세요’라는 하나의 국가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만나시는 분이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려우면 국가에서 가장 그 대답을 잘할 도서관 사서에게 질의를 연결합니다. 오늘의 날씨나 교통상황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내가 과제 해결을 위해 참고할 자료 찾기의 달인입니다. 숙제해달라고 하는 것은 안되지만, 숙제나 과제를 A+받기 위한 핫 아이템을 기꺼이 기쁘게 찾아줄 것입니다. 우리나라 것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자료를 후다닥 찾아준답니다. 당연히 무료이고요. 사서들은 시민들의 의미 있는 요구를 항상 기다리고 있으니 사서분들을 많이 바쁘게 만들어주세요.

조현지 : 네, 좋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나누다보니, 벌써 마칠 시간이에요. 지금까지 남영준 교수와 함께 하는 특별한 책 이야기! 매주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영준책방> 중앙대학교 남영준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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