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초등학생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판화를 만들어본 기억이 있으시죠?
일일이 판을 만들고 찍어내야 해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미술인데요.
디지털 시대에 소외되고 있는 판화의 매력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승은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분노' / 윤동천, 2017년]
분노를 담은 짱돌입니다.
어엿한 판화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판에 구멍을 파고 글자를 새기는 스텐실 기법이 쓰였습니다.
['걸레' / 김구림, 1974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식탁 위 더러움을 표현한 김구림의 '걸레'
1970년대 판화냐 아니냐 논쟁이 붙었던 문제작입니다.
이처럼 판화 기법은 현대미술 곳곳에 스며들어 작가와 관객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민족은 판화와 매우 친숙합니다.
['화엄' / 강행복, 2019년]
작은 판화들을 엮어 책으로 만들어낸 작품들은 삼라만상 작은 것들이 엮여 더 큰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윤범모 / 국립현대미술관장 : 우리나라의 경우는 목판·금속활자의 인쇄술, 종이를 만드는 제지술 이런 것들에 탁월한 민족이 아닙니까? 이런 전통을 현대화하는 데 판화가들의 역할이 크다고 봅니다.]
196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판화는 다양한 기술 발전과 함께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매체로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80년대에는 강한 사회성을 담으며 대중에게 다가갔습니다.
[도깨비 / 오윤, 1985년]
술을 마시고 씨름을 하는 빨간 도깨비는 우리 민중을 상징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판을 깎고 만들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찍어내는 판화는 가장 느린 미술 분야입니다.
[최희승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각각의 작가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기술을 연마하고 연구하기 위해 무수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됩니다. 우리는 판화 작품 안에서 작가들이 자신만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과 과정들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천 년대 들어 미디어아트, 융복합 예술 등 새로운 미술의 홍수 속에서 소외되고 있는 판화.
국립현대미술관은 13년 만에 대규모 판화전을 열고 판화의 재발견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YTN 이승은입니다.
['판화, 판화, 판화'展,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5월 14일부터 8월 16일까지]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