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0년 5월 19일 (화요일)
□ 출연자 : 나혜인 YTN 사회부 기자
나혜인 YTN 사회부 기자
- 음성유서, 5분가량씩 녹음 파일 3개
- 극도의 공포심과 두려움 느껴져
- ‘가해자 얼굴만 봐도 무섭다, 고문을 즐겨’
-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있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어제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던 아파트 경비원의 음성 유서가 전해졌습니다. 모두 3개였고요. 15분 분량이라고 하는데요. 이 음성 관련 취재를 초기부터 취재해온, 그리고 2개의 파일을 넘겨받아서 보도했던 나혜인 YTN 사회부 기자님과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나혜인 YTN 사회부 기자(이하 나혜인): 네, 안녕하세요.
◇ 노영희: 먼저 돌아가신 아파트 경비원 성함이 고 최희석 씨잖아요. 이분이 음성 유서를 남기신 게 어제 공개됐는데요. 사건이 공론화되고 시간이 상당히 흐른 뒤에 이제 와서 이게 공개된 이유가 있습니까?
◆ 나혜인: 먼저 지난 10일에 고인이 안타깝게 돌아가신 이후에 자필유서가 먼저 발견이 됐는데요. 앞서 보도를 해드렸듯 자신의 억울함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 자신을 도와준 입주민들에 대한 고마움, 이런 것들이 적혀 있었죠. 음성 유서는 지난 금요일까지 유가족들도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 어제 보도가 나가고 눈물 흘리시는 분들 많았을 텐데 사건 이후에 수사에 나선 경찰이 고인의 휴대전화를 분석하면서 이 음성 유서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5분가량씩 녹음 파일 3개가 핸드폰 안에 있었고요. 이 가운데 수사하는 데 보안유지가 필요한 1개를 제외하고 지난 금요일 2개를 유가족들에게 공개한 거고, 저희는 이틀이 지나서 그제 일요일 날 전에 받게 되었습니다.
◇ 노영희: 그러니까 처음에는 자필 메모, 자필 유서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핸드폰을 나중에 경찰이 조사를 해보니까 그 안에 음성 유서가 3개가 들어있었다는 거네요.
◆ 나혜인: 네, 맞습니다.
◇ 노영희: 그렇게 되면 결과론적으로 이 음성 유서를 언제 남겼나 봤더니 지난 4일 날 남긴 것으로 나와 있는데요. 이게 아마 첫 번째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하는, 병원에 있다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겠다고 했다가 주민들이 말려서 못했던 그날이었죠?
◆ 나혜인: 네, 맞습니다.
◇ 노영희: 지금 최희석 씨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 중 하나가 이렇게 맞아본 것은 생전 처음이다, 나는 나이가 60인데 71년생 막내동생 같은 사람한테 이렇게 협박당하고 맞고 감금당했다고 밝히고 있고요. 특히 억울해하는 부분이 본인이 코뼈를 일방적으로 맞아서 부러진 상황이었는데도 가해자가 코뼈를 때린 것은 본인이 아니라 경비원의 친형이다, 이렇게 억지주장을 한 것에 대해서 반박 증거를 유서로 남겼다,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 나혜인: 내용을 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증거물로 남기기 위해서 음성 유서를 남겼다, 그런 차원도 있을 수는 있었겠지만 아마 가장 컸던 것은 그만큼 공포가 컸고, 또 억울한 마음도 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이 내용을 들어보면서 들었는데요. 물론 음성 유서에 자신이 그동안 당했던 상세한 피해 정황이나 상습폭행, 협박, 괴롭힘, 갑질, 이런 내용들이 들어있지만 말씀하신 대로 남긴 시기를 보면 고인이 일하던 우이동 아파트에서 처음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 직전이었거든요. 극한의 상황에서 극도의 공포심이나 두려움 등이 목소리에서도 느껴지는 게 사실이고요. 내용을 보면 가해자 얼굴만 봐도 무섭다, 또 가해자가 고문을 즐기는 것 같다, 이런 내용도 들어있고요. 공포심과 더불어 협박도 당하지 않습니까? 수술비를 2000만 원 준비해라, 맞고소를 하겠다, 이런 협박에 대한 억울함, 결백, 이런 것들을 고인이 흐느끼면서 15분 동안 이야기를 했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감당하기 어려운 그런 폭력적인 상황에 처해있으면서 자신이 아무 힘도 없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이런 무력감 같은 것이 컸던 것으로 보이고요. 어떻게 보면 마지막 그런 절규하는 느낌으로 남기게 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 노영희: 맞은 것도 억울한데 이 가해자가 CCTV가 없는 곳을 골라서 그 사람에게 폭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증거가 없으니까 나는 저 사람한테 맞았는데 나는 맞았다고 해도 가해자가 나 아니야, 증거 내놔, 이러면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그게 더 억울하고 속상하고 분통 터졌다, 이런 이야기인 것 같고. 또 하나는 이분이 따님이 둘이었는데 이혼하고 혼자 키우는 따님 둘 중에 한 분이 남았단 말이에요. 그 따님을 결혼시키기 위해서 끝까지 경비직에서 나가면 안 되는데 가해자가 나가라고 하면서 자꾸 협박을 하니까 이 공포를 못 이겼다,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 나혜인: 실제로 가해자가 계속 폭행을 하면서 사직을 강요하고 이런 상황에서 고인이 도리어 자신이 사과를 합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딸과 같이 사는데 딸과 같이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오히려 말도 안 되는 갑질을 한 가해자에게 본인이 읍소를 하게 되는 이런 상황이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 노영희: 이 음성 유서를 유족들로부터 넘겨받으신 거잖아요? 유족들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 나혜인: 유족들도 이거를 경찰조사 과정에서 듣게 된 겁니다. 고인의 친형 같은 경우는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실 저희가 취재를 하면서 친형이 굉장히 담담하게, 어떻게 보면 가누기 힘든 슬픈 상황인데도 담담하게 모든 것들을 장례나 이런 것들도 치러온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이 음성 유서를 듣고는 친형도 정말 많이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지켜보는 과정에서 굉장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 노영희: 제삼자인 제가 보기에도 너무 마음이 아픈 상황인데 그 가족들은 슬픔을 참는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겠습니까? 그런데 최희석 씨의 음성 유서를 들어보게 되면 흐느끼면서 사직서를 안 냈다는 이유로 산으로 끌고 가서 100대 맞아라, 길에서 보면 죽여 버리겠다, 이렇게 살해협박을 해놓고 2000만 원 내놔라, 이러면서 입주민이 경비원을 가해해놓고 오히려 지금 망인이 없다는 이유로, 또 맞는 장면이 증거로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입주민은 쌍방폭행이다, 내지는 경비원이 자해해놓고 오히려 나를 덮어씌우는 거다, 이렇게 주장한다면서요?
◆ 나혜인: 우선 가해자가 일요일에 경찰에서 첫 조사를 받았는데요. 애초에 알려졌던 것처럼 쌍방폭행이라는 주장을 경찰에서는 적극적으로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처음부터 쌍방폭행을 주장하면서도 고인이 때렸다는 진술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지금까지 파악이 됐는데요. 단지 고인이 자신을 밀어서 자신이 다쳤다, 그래서 쌍방폭행이다, 이렇게 주장을 했던 건데 근거로 내밀었던 진단서가 지난해 이번 사건과 무관한 교통사고로 다친 엉뚱한 내용이었다는 것이 이미 알려졌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었을 거고요. 그다음에 쌍방폭행이라고 변명을 해도 어찌 되었든 폭행은 폭행이기 때문에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지금 가해자가 가장 크게 주장할 수 있는 게 코뼈는 내가 부러뜨린 게 아니다, 이런 점인데. 코뼈 골절 혐의가 인정이 되면 폭행을 넘어서서 상해가 적용되거든요. 형량이 훨씬 높아지게 됩니다. 최대 징역 7년까지 나올 수 있는 부분인데 그래서 아마 가해자가 경찰에서 코뼈 골절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친형한테 맞았다가 억지주장을 했다가 급기야는 자해라는 그런 표현까지, 고인과 유가족을 또 한 번 상처를 주는 그런 진술을 한 것으로 지금 전해지고 있습니다.
◇ 노영희: 아마도 본인도 법률가의 도움을 받았겠죠. 이런 것을 인정하게 되면 형량이 늘어나게 되니까 가급적이면 줄여라,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는데요. 제가 얼핏 생각해보아도 일반적인 폭언이나 폭행을 했으면 단순 폭언·폭행이 될 수 있고, 또 하나는 이게 항시적으로 이런 일이 있었으면 상습폭행으로 넘어갈 수 있단 말이죠. 그리고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코뼈를 부러뜨릴 정도의 중한 결과가 나왔다고 하면 상해가 되고 이게 영구적으로 해결이 안 되고 회복이 안 되면 중상해가 될 수 있고요. 더 중요한 것은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작년에 교통사고로 인해서 다쳤던 진단서나 이런 것들을 마치 이번에 이 경비원과의 싸움 때문에 다친 것으로 이렇게 바꿔서 협박을 했다는 거잖아요? 돈 달라고 하고. 그렇다고 하면 그것은 사기 공갈에도 들어가는 거란 말이에요.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을 합쳐서 보게 되면 죄질이 상당히 무겁고, 많아요. 그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경하게 만들기 위해서 이런 여러 가지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경찰에서는 이 사람에 대해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입니까?
◆ 나혜인: 경찰은 우선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상해나 폭행, 협박, 업무방해, 공갈까지 포함해서 많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그리고 지속적으로 가해자가 고인의 고통을 알면서 괴롭혔고, 결국 안타깝게 극단적 선택까지 이어진 만큼 죄질이 나쁘고, 또 사회적으로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지 않습니까. 고인도 음성 유서에서 힘없는 경비원을 때리는 사람들 강력히 처벌해 달라, 울면서 호소했고요. 유가족이나 입주민, 시민사회에서 모두 그런 목소리가 높은 상황입니다. 또 시민단체에서 잇따라 가해자를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을 별도로 한 상황이거든요. 그동안 이런 경비원에 대한 갑질이 반복되어 왔는데 이번에는 정말 경종을 울릴 수 있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 노영희: 그렇죠. 엄벌에 처해야 하고, 철저하게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조금 아쉬운 게 그분이 그렇게 고통당하고 힘들어 할 동안에 주변에 있는 같은 경비원 동료라든가, 아니면 아파트 관리소장이라든가, 부녀회라든가, 아파트 관리하는 분들을 거두는 그런 업체가 있지 않습니까? 이런 곳에서는 어떻게 경비원 분을 보호하거나 이런 상황을 처리하려고 노력했을까요?
◆ 나혜인: 사실 안타까운 일이기도 한데요. 어제 공개된 고인의 음성 유서를 보면 고인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 대한 약간의 서운한 감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관리사무소도 이런 입주민의 비상식적인 갑질에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었던 것도 또 사실이거든요. 사건 개요를 보면 주차문제로 첫 폭행이 벌어진 지난 21일 같은 경우 폭행이 일어난 다음에 실제로 가해자가 관리사무소로 숨진 경비원을 끌고 갑니다. 해고를 소장한테 종용을 하는데, 소장은 사실 권한이 없다는 말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가해자가 관리사무소에 해고를 고압적으로 요구할 때 위압감을 느꼈을 것 같고요. 가해 입주민 어찌 되었건 관리사무소장 이하 모든 경비원들을 같은 아파트 구성원으로 생각하기보다 하대해도 된다고 하는 그런 존재로 여겼던 것으로 지금까지 보면 보이거든요. 그래서 사건이 진행된 상황을 보면 다른 입주민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나서 행동에 나선 이후에 CCTV 등 사건 정리에 도움을 주는 데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요. 비상식적인 입주민의 갑질 이후 아파트 단지 내에 구조적 위계관계, 이런 것들까지 작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다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이게 또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아파트에서 용역업체와의 관계와 아파트 입주자회 간의 관계가 있으니까요.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습니다. 폭행과 협박을 일삼은 입주민에 대해서 처벌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데요. 이것 외에도 이런 경비원에 대한 갑질, 사회적 제도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 나혜인: 정부나 지자체나 국회나 사법부나 각각 할 일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지자체 쪽에서 고인의 일터가 있던 서울 강북구에서 행동에 나서겠다고 어제 발표한 내용이 있습니다. 경비원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인권증진 방안 등을 담은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를 했는데요. 우선 다음 달 초까지 관내 아파트 예순 곳을 대상으로 근무환경 긴급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경비운영 방식이나 업무교대 방식, 입주민 고용업체와의 갈등 등을 파헤쳐 보겠다고 했고요. 사실 현행법에도 공동주택 관리법에 규정된 내용을 보면 입주자나 입주자대표의 관리주체 등은 경비원 등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인권 증진을 위해서 노력하게 되어 있습니다. 업무 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할 수 없게 되어 있고요. 다만 처벌규정이 없다는 건데 이런 것을 어겼을 때 이런 것은 입법이 또 필요하겠고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됐는데, 여기에 아파트 입주민은 사용자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보면 내가 낸 관리비에서 경비원 월급이 나오니까 입주민은 내가 고용한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경비원은 대부분 고용구조를 보면 간접고용 형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있는 상황이고요. 그런 점에서 입법도 뒷받침되어야 하고 정부는 근로감독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고, 사법부는 엄한 판결, 갑질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 말고 엄정하게 처벌해서 이런 것을 뿌리 뽑을 수 있어야 할 거고요. 무엇보다 입주민들 스스로 경비원을 공동체 구성원이라고 하는 인식 전환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노영희: 네, 그렇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나혜인: 네, 감사합니다.
◇ 노영희: 지금까지 나혜인 YTN 사회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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