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젯밤, 프로축구 K리그 2부리그에 속한 부천과 제주의 경기에 팬들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지난 2006년 부천 SK가 제주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시작된 악연 때문인데요.
부천 FC 입장에선 14년, 정확히 5천228일 동안 벼르고 벼른 제주와의 맞대결이었습니다.
조은지 기자입니다.
[기자]
[YTN 방송 영상 / 지난 2006년 2월 : 프로축구연맹은 이사회를 열고 부천을 홈으로 사용하던 SK 구단의 제주도 연고 이전을 승인했습니다.]
청천벽력, 하루아침에 제주로 떠난 축구단, 부천 팬들은 '재벌 기업의 야반도주'라며 반발했고,
국가대표팀 경기에 '붉은 악마'가 까만 옷을 입고 단체로 항의하는 등 파장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앞서 안양에서 서울로 옮긴 LG 구단에 이어 또 팬심을 무시한 '연고 이전'이 벌어진 건데, K리그 골수팬에게는 뼈아픈 역사입니다.
부천에는 이런 울분을 원동력으로 2007년 시민구단 부천 FC가 생겼고, 지난해 제주가 2부 리그로 강등되면서 두 팀은 14년, 무려 5천228일 만에 처음 만나게 됐습니다.
부천 FC는 안방 제주전을 앞두고 특별영상을 잇달아 공개하며 악연을, 또 결의를 강조했습니다.
[부천FC 선수단 : 살라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니…. 죽기 살기로 뛰어보겠습니다.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무조건 이길 수 있도록….]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코로나19로 텅 빈 경기장에는 팬들 함성 대신 살벌한 응원 문구가 걸렸습니다.
부천 선수들은 몸이 부서져라, 뛰었지만 후반 추가시간 주민규에 골을 내줬습니다.
한풀이는 못 했고, 개막 3연승 행진도 멈췄습니다.
얄궂게도 부천 SK 출신인 남기일 감독이 친정팀에 비수를 꽂으며 시즌 첫 승리를 챙겼습니다.
[남기일 /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 프로 선수로서 굉장히 즐거웠던 운동장이거든요. 처음에 들어섰을 때 굉장히 감회가 남달랐고…. 첫 승, 참 기쁘게 생각합니다.]
'연고 이전' 악연에 맞대결 명승부까지 쌓인 두 팀은 오는 7월 제주, 9월 부천에서 다시 만납니다.
'열정'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부천 FC 서포터, 헤르메스 응원단이 그때는 코로나를 딛고 마음껏 환호와 야유를 퍼부을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YTN 조은지[zone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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