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동으로 사람 얼굴을 인식해 체온을 측정해 주는 값비싼 기기가 관공서에 대거 설치됐습니다.
그런데 YTN 취재진이 성능을 살펴봤더니 측정기에 사진을 갖다 대도 사람 얼굴로 인식해 정상 체온이라고 판단하는 등 오류가 확인됐습니다.
더구나 허가도 받지 않은 불법 제품이라 최근 식약처는 판매중단조치와 함께 해당 업체를 고발했습니다.
김우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구청에 설치된 비대면 체온계.
인공지능 기술로 0.3초 안에 사람 얼굴을 인식한 뒤 체온을 잰다는 이른바 '스마트패스'입니다.
구청 직원뿐만 아니라 민원인들도 청사 출입 때 이 기계로 발열 상태를 점검합니다.
[이호현 / 서울 강남구청 총무과장 :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직원들을 보호하고, 비접촉으로 체온을 측정할 수 있는 체온계기 때문에 우리는 도입해서 청사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연 알려진 대로 정확하게 얼굴을 인식하고 체온을 측정할 수 있을까.
구청의 협조를 받아 실제 설치된 기계의 성능을 취재진이 시험해봤습니다.
종이로 인쇄한 얼굴 사진을 기계에 대자 사람 얼굴로 인식하더니 체온까지 표시합니다.
['스마트패스' : 체온 측정 중이니 가까이 와주세요. 정상체온입니다.]
사진을 잡고 있는 손을 체온으로 감지한 것일 수도 있어 장대를 사용해 다시 측정해봤지만, 결과는 같습니다.
['스마트패스' : 정상체온입니다. 정상체온입니다.]
핵심인 체온 측정의 정확도 역시 미심쩍습니다.
뜨거운 음료를 잠시 이마에 대고, 인위적으로 체온을 높인 다음에 정상적인 적외선 체온계로 이마를 쟀을 때는 38.3도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지점을 기계에 쟀을 때는 36.3도가 나왔습니다.
'스마트패스'는 지난 6월부터 주로 구청과 경찰청 등 관공서 출입구에 설치됐습니다.
서울에선 6개 구청이 84개, 1억4천만 원어치를 계약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기에 내장된 열화상 카메라의 성능이 떨어져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주형 /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 32x32는 일반적으로 열화상 카메라로 적합하게 쓰지 않는 종류 중 하나입니다. 거리가 좀 떨어져 있을 경우는 해상도 자체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감염병 환자의 정확한 온도 측정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현장에선 체온 측정이 정확하지 않다는 민원인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고온으로 나와서 일반 체온계로 다시 쟀더니 정상 체온으로 나오는 식입니다.
[구청 관계자 : (기계에서) 체온이 높게 나와서 혹시나 하고 다른 곳 더 재 보라 해서 손목이랑 이마랑 귀 뒤랑 더 재보고 정상으로 다시 나와서 가신 것이 3건]
더 큰 문제는 당국의 허가 자체를 받지 않은 불법 의료기기라는 겁니다.
YTN 취재결과, 식약처는 '스마트패스'가 의료기기법을 위반한 것으로 최종 결론짓고, 지난달 판매중단조처를 내렸습니다.
[식품의약품 안전처 관계자 : 제품이 무허가 제품이라서, 무허가 제품으로 적발돼 (해당 과에서) 고발 조치했다고 합니다.]
관공서들은 대당 2백만 원짜리 기기를 대량 구매하면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구청 관계자 : 그때 코로나 때문에 빨리한다고…. 전국에 다 깔렸어요. 그때 줄 서서 샀어요.]
이에 대해 업체는 얼굴 인식 오류는 내장된 프로그램 설정 값이 잘못돼 발생한 문제고, 체온 실험의 경우 얼굴 일부분이 아닌 전체 평균값을 내기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불법 체온계로 식약처 제재를 받아 의료기기 인증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업체 관계자 : (제재받은 걸) 소비자에게는 저희가 알릴 의무는 없고, 저희는 의료기기 인증이 나오면, 기계는 합법 제품이 되는 거예요.]
지난 6월, 업체는 올해 매출 예상액을 지난해 대비 6배가 넘는 2천억 원이며, 이 가운데 '스마트패스' 매출은 1천6백억 원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YTN 김우준[kimwj0222@ytn.co.kr]입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YTN은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YTN을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온라인 제보] www.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