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남극에서 근무했던 90대 노인이 53년 전 잃어버렸던 지갑을 되찾아 화제다.
6일, AP 통신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는 폴 그리샴(91)이 미국의 남극 연구기지에 근무할 당시 잃어버렸던 지갑을 최근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애리조나주 더글라스에서 자란 그리샴은 1948년 해군에 입대해 기상 기술자로 일하다 기상 예보관이 됐다. 그는 1967년 민간 과학자를 지원하는 '딥 프리즈 프로젝트' 근무자로 뽑혀 남극으로 보내졌다.
그리샴의 지갑은 지난 2014년 남극의 맥머도 기지에서 건물 철거 작업을 하던 중 사물함 뒤편에서 발견됐다. 기지 관계자는 몇 년 동안이나 지갑을 보관하고 있다가 과거 자신과 함께 근무했던 스티븐 디카토에게 지갑을 보냈다.
디카토는 그리샴의 지갑을 퇴역군인 단체로 보냈고, 이 단체는 해군기상협회와 접촉해 그리샴의 주소지를 확인했다. 철거 작업 도중 또 다른 지갑 한 개도 발견됐지만 그 지갑의 주인은 2016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는 숨진 남성의 유족에게 지갑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리샴이 되찾은 지갑 속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은 해군 신분증과 운전 면허증이 들어 있었으며 화학 무기 공격시 대응 요령을 담은 카드와 맥주 배급 확인 카드, 세금 원천징수 증명서, 아내에게 보낸 우편환 등이 보관돼 있었다.
그리샴은 부인과 두 아이를 두고 남극 기지로 파견돼 13개월을 근무했다. 그는 일주일에 단 한 번 단파 라디오를 통한 음성 중계로 가족에게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었다. 그리샴은 파견 근무가 끝난 뒤에도 1977년까지 해군으로 복무하다 은퇴했다.
그리샴은 "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지갑을 받으러 내려갔다"며 지갑을 되찾아 주어서 고맙다는 소감을 남겼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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