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전임 시장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시작된 만큼 이른바 '젠더 선거'로 일컬어집니다.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 쟁점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한 건데요.
최근 여야는 이런 선거의 출발점은 까맣게 잊은 듯, 너도나도 차별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송재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문제의 발언들이 나온 건 선거를 보름 남짓 앞두고 여야의 '네거티브 전'이 격화할 때였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여당의 부동산 문제를 공세하면서 박영선 후보를 이렇게 불렀습니다.
[안철수 / 국민의당 대표 (지난 22일) : 도쿄에 아파트 가진 아줌마는 충분히 상대 가능합니다.]
통상 중년 여성을 낮춰 부르는 의미의 아줌마라는 단어 자체도 문제지만, 맥락과 관련 없이 굳이 여성 후보의 성별을 부각해 비판했다는 점에서 지적을 받았습니다.
"나는 집 없는 아저씨"라는 안철수 대표의 해명이 핵심을 비껴간 이유입니다.
그런데 야당에서 아줌마가 됐던 박영선 후보가 여당에 와선 엄마, 그리고 딸이 됐습니다.
[이낙연 /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지난 22일) :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보살피고 기를 그런 마음가짐, 딸의 심정으로 어르신을 돕는 그런 자세를 갖춘 후보입니다.]
여성의 역할을 아이나 노인을 보살피는 것에 가두는 차별성 발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박영선 후보가 '엄마 리더십'을 공식 선거전략으로 받으면서 비판은 더 커졌습니다.
4선 의원에 장관 출신인 중견 정치인이 정치력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낡은 성 역할 인식까지 굳히는 게 적절하냐는 겁니다.
[조혜민 / 정의당 대변인 (지난 22일) :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면 뭐합니까. 돌봄을 여성의 몫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이런 가운데 상대에 대한 공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민주당에선 성 소수자 차별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김종민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지난 22일) : 그린벨트 해제는 엄청난 수익이 생기는 일입니다. 남성을 여성으로 여성을 남성으로 성별을 바꾸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란 말까지 있습니다.]
이번 선거가 전임 시장들의 성추행 문제로 시작된 만큼, 여야가 무엇보다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던 게 불과 몇 달 전의 일입니다.
[이낙연 /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표 (지난해 11월) : 사과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성인지 교육도 강화했고 더 강화하겠습니다.]
[안철수 / 국민의당 대표 (지난 1월) : 엄정하게 제도, 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한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치권의 문화 자체를 바꿔야만 합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성인지 감수성을 내면화하겠다던 여야의 다짐이 단순히 위기 모면, 혹은 상대 공격을 위해 내놓은 일회성 약속에 그치고 말지, 선거를 앞두고 지켜보는 눈이 많습니다.
YTN 송재인[songji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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