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군 3000톤급 신형 잠수함 '안무함' 진수식 (2020년 11월 10일)
잠수함 9대 SLBM 78발 장전
지난해 11월 10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신형 잠수함 '안무함'의 진수식이 열렸습니다. 배수량 3,000톤이 넘는 장보고-Ⅲ급의 2번째 잠수함으로, 앞서 2018년 9월 진수한 도산안창호함과 쌍둥이 기종이라고 보면 됩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을 쏠 수 있는 수직발사대 6기가 탑재되죠. 장보고-Ⅲ급 잠수함은 다시 묶음이란 뜻의 배치(batch)-I·II·III으로 세분화됩니다. 단계별로 3대씩 총 9대의 잠수함을 건조할 계획인데, 배치-I 3대엔 SLBM 6발씩, 배치II·III 6대엔 10발씩 탑재한다는 구상입니다. 합치면 78발입니다.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우리 해군의 큰 그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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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SLBM을 전력화한 6개 나라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영국, 프랑스) 모두 핵보유국입니다. 우리나라가 SLBM 개발에 성공한다면 비핵 국가로는 세계 최초가 됩니다. 핵무기가 없으니 SLBM엔 재래식 탄두를 탑재할 수밖에 없겠죠. 바로 이 점 때문에 SLBM 개발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됩니다. 기본적으로 SLBM은 전략폭격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와 함께 3대 핵 투발 수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1957년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충격을 받은 미국이 SLBM 개발에 나선 게 시작이었죠. 소련이 ICBM으로 미 본토를 공격하더라도 바닷속에서 살아남아 핵 반격(second strike)을 하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보복 공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적들이 먼저 핵무기를 쓸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드는 ‘핵 억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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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SLBM은 핵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국산 SLBM은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2B를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거리 500km, 탄두 중량은 1t입니다. 탄두를 폭약으로 꽉 채운다고 해도 폭발력은 TNT 1t 수준입니다. 반면 보통 전략 핵무기는 폭발력 100kt 이상입니다. 1톤짜리 재래식 탄두의 10만 배입니다. 북한의 핵무기는 어떨까요? 우리 군이 평가한 2017년 6차 핵실험 위력이 50kt이었습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산술적으론 북한의 핵탄두 1개가 재래식 탄두 5만 개와 맞먹는 파괴력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참고로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한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1,000여 발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핵 분열·융합 반응과 화약의 산화 반응이 만들어 내는 에너지는 이론적으로 300만 배나 차이 난다”고 설명했습니다. 핵탄두 없는 SLBM이 팥소 없는 팥빵에 비유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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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BM vs SLCM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전략적 효용성이 떨어지는 SLBM 개발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지 말고, 차라리 실전 배치된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전력을 확충하자"고 주장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예비역 장성 “북한이 SLBM을 개발하니 우리도 가져야 한다는 논리는 우리 군에 아무런 전략이 없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국방 예산 50조 시대, 큰 무기 개발 사업을 선점하려는 육·해·공 각 군의 밥그릇 싸움은 고질적 병폐”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3,000톤급 잠수함에 수직발사관을 6기나 설치하면, 장병들이 활용할 공간이나, 잠항 시간을 늘려 줄 배터리 등 다른 설비를 탑재할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영국도 아스튜트급 중소형 원자력 잠수함에서 SLBM 대신 토마호크 같은 순항미사일을 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보다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 SLCM(submarine-launched cruise missile)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입니다.
물론 재래식 SLBM의 강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노무현 정부 때 핵잠수함 개발 사업을 맡았던 문근식 예비역 해군 대령은 “음속 보다 느리게 비행하는 SLCM은 요격될 확률이 높고 파괴력도 제한적”이라며 “SLBM의 은밀한 기습 공격 능력으로 적군을 견제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출신인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핵으로만 핵을 억제한다면 비핵 국가는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는 것이냐”고 반문합니다. “오히려 핵무기는 엄청난 살상력 때문에 사실상 쓸 수 없는 무기가 돼 버렸다”며 “재래식 SLBM은 실전 사용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억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익명을 요구한 군 고위 관계자는 “핵탄두의 위력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재래식 탄두라고 해도 정밀한 타격과 그를 뒷받침해주는 정보 자산 등을 비대칭 전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경항공모함 만큼 비싼 SLBM 검증은?
SLBM 개발은 비밀 사업입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물론 예산 규모도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3천톤 급 이상 잠수함 9대와 거기에 탑재되는 SLBM 78발을 갖추는데 드는 예산만 7조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됩니다. 최근 가성비 논란에 불이 붙었던 경항공모함 건조 사업에 버금가는 초대형 사업입니다. 그만큼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은 이뤄졌는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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