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군에서 30년 가까이 사용해온 무전기 안테나가 유독 3년 전부터 걸핏하면 부러져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납품업체가 기존에 쓰던 합금강 대신 변형과 파손에 약한 스테인리스 재질의 값싼 중국산을 썼기 때문입니다.
신준명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산화에 성공해 지난 1993년 주력화 된 통신 장비 PRC-999K 입니다.
현재 전군에서 31,000여 대가 운용되고 있는데, 반경 8km까지 송수신하기 위해서는 AT-72K라는 긴 안테나를 부착해야 합니다.
이 안테나가 망가지면 통신도 일순간 마비됩니다.
그런데 유독 지난 2018년 무렵부터 훈련 중에 안테나가 부러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당시 부사관 / 2019년 상사 전역 : 행군할 적에 나뭇가지에 걸리거나 하면 그냥 꺾여버리는 거죠. 실제 작전상태에서 본부와 통화가 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는 거죠.]
[현역 부사관 : 차로 이동할 때 차 뒷좌석에 안테나를 밖으로 빼서 (차가 달리면) 바람이 세지잖아요. 그럴 때는 휘는 게 많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충격을 받으면 찌그러져야 하는데 그거는 깨진다고….]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20여 년 넘게 써온 기존 안테나와 비교해봤더니, 2017년 이후 납품된 건 아예 재질이 달랐습니다.
줄곧 합금강을 써 만들어 왔는데, 돌연 스테인리스로 바뀐 겁니다.
스테인리스는 합금강과 비교해 잡아당기는 힘에 견디는 저항력이 절반에 불과하고 늘렸을 때 복구되지 않는 한계치도 4분의 1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군은 국산화 전부터 긴 안테나엔 합금강을 쓰도록 규정해 왔습니다.
[국방기술품질원 관계자 : (재질과 강관은 같은 걸 써야 한다는 거잖아요?) 네, 미국 원본 도면으로 들어가 보고 끝까지 추적해보면 결국은 같은 거로 확인돼요. (합금강을 사용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당시 납품업체는 기존 안테나에 비해 가격이 3분 1에 불과한 중국산 스테인리스 안테나로 바꾼 뒤 기존에 계약한 단가 그대로 군에 납품했습니다.
납품 업체 측은 단가를 맞추기 위한 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납품업체 관계자 : (계약) 단가를 저희가 마진(이윤)을 갖고, 하청 업체에 내려주면 그건 거기서 알아서 하는 거잖아요. 정해진 단가를 가지고 저희가 최대한 아끼면서 해야 하는 거고.]
지난 2017년부터 3년 동안 납품된 중국산 안테나는 31,000여 개로, 계약 단가는 16억 원이 넘습니다.
군은 지난해 9월에서야 뒤늦게 진상 파악에 나섰습니다.
YTN 신준명[shinjm752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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