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특정 종교를 강요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매주 아이들을 모아 놓고 잘못하면 지옥에 간다며 종교 교육을 한 건데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도, 학부모도 까맣게 몰랐습니다.
김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뱀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선악과 이야기를 하는 아이.
커피를 많이 마시면 지옥에 간다는 말을 꺼내 부모님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지옥 이야기 누가 알려줬어?) 원장 선생님이."
또 다른 아이는 종교 이야기를 비밀로 하라 배웠다고 말합니다.
"선생님이 '집에 가서 엄마한테, 엄마 아빠한테 말하지 마' 이렇게 했어."
아이들은 모두 경기 오산시에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죽음·지옥 같은 낯선 단어를 꺼내는 등 아이들 행동이 조금씩 이상해졌습니다.
결국,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찾아가 설명을 요구했고 원장 주도로 매주 종교 교육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학부모 : '예배를 드린다.' 이런 소리가 들리니까 '무슨 소리냐 부모 동의 전혀 없었는데' 해서 월요일 원장 선생님 찾아뵀더니 다 인정하시고….]
학부모 모두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설명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국공립어린이집이라 믿고 맡겼기에 배신감은 더 큽니다.
[학부모 : 국공립이랑 사립 어린이집이랑 뭐가 다른지…. 도대체 시청에서는 이런 (어린이집)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저희는….]
다른 선생님들 역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항의했지만, 원장의 확고한 철학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 : 몇 번 (종교 교육은 아닌 것 같다) 말씀드렸는데 그런 부분이 쉽게 수용되지는 않았습니다.]
확인 결과 원장은 또 다른 선생님 한 명과 함께 경기 성남시의 한 교회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주요 교단들에서 이단과 사이비 등으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원장은 종교 수업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지만, 모두 좋은 마음에서 한 일이라고만 답했습니다.
[어린이집 원장 :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에 한 5분…. 저는 다 이제 조사받을 거예요.]
신고를 받은 경찰은 종교 강요 등 행위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CCTV를 확보한 뒤 포렌식 작업 등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자체 조사에 나선 지자체는 최근 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한 뒤 대응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습니다.
[지자체 관계자 : 아이들 보육을 빨리 정상화하는 게 최선이기 때문에 거기 초점 맞춰서 지금 대체 원장 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기준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보육을 받는 아동은 23만여 명.
자라나는 아이들이 신체적 학대는 물론 정서적 피해에도 노출되지 않으려면 민간에 운영을 위탁한 이후에도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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