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층간 소음으로 다투던 남성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현장을 보고도 경찰관이 제압하지 않고 사실상 도망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인천경찰청장은 소극적인 대처였다며 직원들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하지만, 가족이 다쳐 생사를 오가는 피해자는 용납할 수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정현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15일 오후 4시 50분쯤 인천 서창동 다세대주택으로 경찰관 2명이 출동했습니다.
4층에 사는 40대 남성 A 씨가 문을 발로 차고 있다는 아래층 주민 60대 B 씨의 신고가 접수된 겁니다.
경찰은 아랫집과 소음 문제로 자주 다퉈 평소 불만이 컸다는 A 씨를 다시 위층으로 올려보냈습니다.
이후 경찰관 1명은 신고자인 B 씨를 1층으로 데려와 자초지종을 들었고,
3층에선 경찰관 1명이 남아 B 씨의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흉기 난동 빌라 이웃 주민 : 그분이 맨날 술 드시고 이상한 분이었어요. 저한테도 막 시비걸고 그래서 제가 피하고 그랬어요. (문을) 발로 찰 때 그땐 제가 나갈 때였어요.]
이때 1층에 있던 B 씨는 비명을 듣고 곧바로 다시 집으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같이 있던 경찰관에게도 올라가자고 했지만, 뒤따라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족과 함께 있던 경찰관은 1층으로 뛰어 내려왔습니다.
결국, 혼자 3층으로 뛰어간 B 씨가 목격한 건 쓰러져 있는 부인, 그리고 딸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윗집 남자 A 씨의 모습이었습니다.
건물 1층에 내려와 경찰과 이야기를 나누던 60대 B 씨는 사건이 벌어진 3층까지 올라가 흉기를 든 피의자를 직접 제압해야 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있던 경찰관이 제 역할을 했더라면 부인과 딸이 무사하지 않았을까 분통이 터집니다.
[층간 소음 흉기 난동 피해자 B 씨 : (경찰이) 소리 지르면서 놀라서 그러고 간 거에요. 안 오니까 제가 계속 경찰 경찰 했죠. 그 시간이 얼마나 긴지, 나중엔 내가 힘이 없으니까.]
1층에 있던 경찰은 출입문이 닫혀서 못 따라갔다고, 3층에 있던 경찰은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송민헌 인천경찰청장은 직접 경찰 대응이 잘못됐다고 사과하고 철저한 감찰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부인이 흉기에 찔려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는 사과를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층간 소음 흉기 난동 피해자 B 씨 : 뇌가 손상돼서 산소 공급이 안 돼 하얗게 죽은 거에요. 식물인간 될 확률이 90%가 넘으니까, 그렇게 생각하시라고.]
시민을 지켜야 할 경찰이 오히려 범죄자 앞에 무방비 상태로 시민을 남겨두고 도망치면서 공권력에 대한 신뢰는 크게 금이 가고 있습니다.
YTN 정현우입니다.
YTN 정현우 (junghw504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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