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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킹] 이은해·조현수 검거, 자수했지만 진술 거부권 행사..."자수감경 적용 어려워"

2022.04.18 오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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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방송일시 : 2022년 4월 18일 (월요일)
□ 진행 : 박지훈 변호사
□ 출연자 : 구자룡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지훈 변호사(이하 박지훈): 가평계곡 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은해, 조현수가 검거되었습니다. 검찰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과연 법적으로 자수감경이 될지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입니다. 이런 법적 궁금증과 이후의 사건 진행까지 함께 ‘사건구반장’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자룡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구자룡 변호사(이하 구자룡): 안녕하십니까.

◇ 박지훈: 가평계곡 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은해, 조현수가 공개수배 17일 만에 검거된 거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공개수배로부터는 17일 만에 검거됐지만, 이들이 잠적한 것으로부터 따져보면 무려 4개월만입니다. 이들은 숨어있는 4개월 가량을 거의 오피스텔에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식사는 배달앱 현금 결제로만 해결하면서 버텨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입주민들은 물론 건물 관리인이나 상가 근무자들이 얼굴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고 했을 정도로 극단적인 은신을 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잡힐 즈음에는 둘 다 식사도 제대로 못해서 상당히 야윈 상태였다고 합니다.

◇ 박지훈: 두 사람이 자수 의사를 밝혔다고 하는데, 어떻게 자수하게 된 건가요?

◆ 구자룡: 형식적으로는 이들이 스스로 문을 열고 수사팀이 있는 밖으로 걸어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더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사기관의 포위망이 좁혀져 왔기 때문에 포기하고 투항한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합동검거팀이 여러 수사기법을 사용해서 이은해와 조현수가 일산에 숨어있는 것으로 이미 파악을 했고, 이 과정에서 CCTV 분석을 통해 이들이 고양시 삼송역 근처에서 포착된 화면까지 확인하고 일산의 오피스텔로 포위망을 좁혔습니다. 이를 통해 합동검거팀이 이들이 숨어있는 오피스텔까지는 특정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이은해의 아버지를 통해서 자수를 권유하도록 하면서 이들을 검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아버지를 통해 수사망이 턱밑까지 왔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자수 권유를 받자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 정도 파악했으면 뒤져서 잡아냈어야지 왜 자수감경의 빌미를 주느냐’라고 불만을 가지신 분들도 많으실텐데, 오피스텔이 생각보다 범위가 넓기 때문에 검거 과정에서 놓칠 우려도 있고, 또 호실까지 파악해서 들이닥칠 경우에도 검거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저로서는 수사팀이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 박지훈: 정말 어떻게 찾나 걱정스러웠는데 수사팀이 결국 찾아냈네요. 이게 정말 대단히 어려운거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포위망이 좁혀왔으니 투항한 것이지 수사가 엉성하면 이런 방식으로도 검거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수사기관의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시간에 이 사건을 다룰 때에는 검거 전이라서 말씀 안 드렸는데, 이제 검거됐으니 수배자에 대한 수사기법을 간단히만 소개드려 보자면, 핸드폰 위치추적이나 카드 사용내역은 너무 상식적인 수준이고, 이들의 마지막 행적부터의 동선을 추적하기 위해서 지역단위의 CCTV를 모두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지인들의 전화번호를 파도타기 식으로 조회해서 이상 흐름을 체크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어플리케이션이 자동 로그인 되는 경우가 많고 이때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플회사마다 조회를 넣어서 IP주소 추적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했던 사건에서는 1년간 도주하던 분이 체포된 사건도 있었는데, 그분이 대포폰으로 추적을 따돌리는 와중에 게임사이트에 접속할 때 깜빡하고 자기의 아이디로 접속해서 핸드폰 게임을 했던 것을 검찰이 IP주소 추적을 통해 검거했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피의자와 가족 및 측근의 부동산 보유 내역을 파악해서 수도, 전기요금 변동까지 파악하는 방식도 동원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은 지금도 도망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주기 위한 취지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말씀드린 것은 정말 일부이고 수사기관은 이 이외에도 수백가지의 방법을 더 동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형사사건에서 의뢰인들에게 ‘도망가면 징역 2번 산다’라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도망 다니는 동안도 지옥이고 그 어려운 도피생활 이후 돌아와서 양형상 선처 사유도 사라진 채 형사처벌을 이어서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검거를 위해 노력하신 수사기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 박지훈: 자수하고 검거됐는데,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회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거 자수라고 볼 수 있나요? 어떻게 보세요?

◆ 구자룡: 지금 상태로는 자수라고 평가할 수 없고, 따라서 자수 감경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도 없다고 판단됩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형법 제52조 1항 ‘자수’ 규정은 ‘죄를 지은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법률 용어인 자수의 개념에 관해서 판례는 ‘형법 제52조 제1항 소정의 자수란 범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범죄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그 소추를 구하는 의사표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자신의 위치만 알리고 검거에 협조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또한, 판례는 ‘자수를 형의 감경사유로 삼는 주된 이유는 범인이 그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점에 있으므로 범죄사실을 부인하거나 죄의 뉘우침이 없는 자수는 그 외형은 자수일지라도 법률상 형의 감경사유가 되는 진정한 자수라고는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도2130). 그래서 실제로 대법원은 피의자가 경찰에 자진출석하였으나 범행을 부인한 사례의 경우에는 자수감경 규정을 적용했던 원심을 파기시킨 사례도 있습니다. 자수감경 규정을 적용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안도 이은해와 조현수가 진술을 거부하면서 범행에 대한 자백과 뉘우침이 없다면 자수감경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 박지훈: 그럼, 자수하겠다면서 검거에 응했는데 지금 진술을 거부하는 이유는 뭐로 봐야 할까요?

◆ 구자룡: 전형적인 피의자의 수싸움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수사기관이 질문을 해서 혐의를 입증해 나가듯이, 피의자들도 질문을 받으면서 자신에 대한 수사의 정도 및 증거수집의 정도를 역으로 파악해 나갑니다. 증거가 제시되어 추궁된다면 ‘아, 여기까지 아는구나!’라고 파악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 최대한 묵묵부답을 하면서 어디까지 수사가 진행되었는지 역으로 파악해 나갈 생각으로 보입니다. 왜 그러냐면 이들은 지금 혐의가 여러개이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사건에 대한 진술을 하다가 엉키면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나갈 수 없게 될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최대한 버티다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인정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이고, 이것이 법적으로도 그럴듯한 시나리오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자수에 관한 판례 법리에 관해서도 ‘수개의 범죄사실 중 일부에 관하여만 자수한 경우에는 그 부분 범죄사실에 대하여만 자수의 효력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여러개의 범죄를 저질러서 함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혐의를 부인하기 때문에 이 자수 전체의 효력을 부인하지는 않고 시인한 부분은 자수감경의 대상으로 고려를 하니까,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아마 ‘진술을 안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물증에 의해서 혐의가 입증될 부분’ 딱 이만큼만 버티다가 인정하면서 그 부분만 자수 감경을 노려보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입장을 정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추론됩니다.

◇ 박지훈: 그동안 두 사람의 행방에 관해 여러 얘기가 나왔는데, 도시 한복판에서 검거가 됐어요. 오피스텔에 숨어 있었다는 건 다른 조력자가 있다 는거 아닐까요?

◆ 구자룡: 그럴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대포폰을 쓰고 흔적을 지운다지만 이게 숨어 지내는 것이 정말 어렵기 때문에 주변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쉽지가 않습니다. 체포 당시 이은해의 아버지를 통해서 이은해, 조현수에게 연락하고 경찰이 동행해서 체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이은해가 아버지와는 연락이 가능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아버지 등 가족은 도피생활에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물론 가족은 ‘제151조(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①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에 의해서 처벌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이외의 인적 관계가 있는 사람은 범인은닉으로 처벌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고, 이런 두 사람의 도피행각에 ‘친족특례’로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닌데 도움을 주었다면 필연적으로 이은해 일당의 살인죄부터 공범관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수사가 진행될 것입니다. 진술도 받아내야겠지만 이들이 진술을 거부하고 있으니 현재로서는 체포 현장에서 압수한 대포폰 분석이 중요할 것입니다.

◇ 박지훈: 앞으로 수사를 거쳐 기소될 텐데, 두 사람의 혐의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 구자룡: 전 남편에 대한 2번의 살인미수와 살인죄, 그리고 이 살인사건을 익사 사망사고라면서 보험금을 청구했던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죄가 혐의 내용입니다. 살인과 관련한 혐의를 정리하자면, ① 낚시터에서 빠트려서 살해하려 한 혐의, ② 복어독이 섞인 음식을 먹게 해서 살해하려 한 혐의, 그리고 ③ 가평 용소계곡에 빠지게 하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살인 혐의만큼이나 살인미수 혐의의 입증도 중요한 문제인데,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은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주거지에서 대포폰 20여대를 발견하여 압수하였고, 포렌식 과정에서 대포폰에서 ‘복어독을 넣었는데 왜 안죽지’라는 텔레그램 메시지가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이은해가 조현수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살인에 관한 강력한 증거인 동시에 두 사람의 공모에 관한 강력한 증거입니다. 살인혐의만큼이나 관심을 모았던 살인 미수 혐의에 관해서도 검찰은 상당한 수준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 박지훈: 이은해의 사망한 전 남자친구에 대한 의혹도 여전한데, 예전 남자친구에 대한 추가 범죄도 수사 대상이 될까요?

◆ 구자룡: 이 부분도 굉장한 관심을 모으는 부분입니다. 압송 과정에서 ‘전 남자친구 부분 혐의를 인정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관해서도 이은해는 묵묵부답을 하였다고 합니다. 혐의 내용은, 지난 2010년 인천 미추홀구(당시 남구) 석바위사거리 한 도로에서 이은해와 남자친구가 타고 있던 차량이 사고가 난 뒤 남자친구만 숨졌고, 이은해가 동승자로서 보험금을 수령했다는 내용입니다. 또, 2014년 태국 파타야 스노클링 사망 사고 의혹은 이씨의 또 다른 남자친구가 함께 스노클링을 하다가 의문사 했다는 내용입니다. 2건의 의혹은 이씨의 전 남자친구의 의문사 배후에 이씨가 있다는 내용으로 확산되어 있지만, 경찰이 석바위사거리 교통사고와 관련해 수사해 보니 이씨와 관련된 사고 자체가 확인되지 않아 경찰은 해당 의혹에 대해 내사 종결 처리하기로 했고, 파타야 의혹에 관해서는 태국 주재관을 통해 사건 기록 등을 검토한 결과 이씨와 관련된 사고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당시 이씨의 전 남자친구 보험금 수령금 대상자가 이씨가 아닌 전 남자친구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합니다. 이에 경찰은 석바위사고 의혹과 관련해서는 내사 종결하되 태국 파타야 사건에 대해서는 이씨 검거 후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조사를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런 결정은 확정적인 효력은 없기 때문에 이번 검거 이후 조사 과정에서 이 부분에 관한 수사는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 박지훈: 지금 이 사건이 정치권의 ‘검수완박’ 논란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일각에선 ‘검수완박이 이뤄졌으면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변호사님은 어떻게 보세요?

◆ 구자룡: 이 사건은 정치인에 대한 사건도 아니고 정치적인 사건도 아닙니다. 사상범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을 검수완박과 연결지어 말씀하시는 분들의 의견은 논리 정합성이 있다기 보다는 자기 하고 싶은 주장에 이어 붙이는 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심지어 모 국회의원은 ‘이 사건이 2019년 사건인데 지금 전면에 나선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일종의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것을 보니 더 그렇게 느껴집니다. 검수완박과 관련한 일반 형사사건에 관한 의견을 드리자면, 청취자 분들이 ‘경찰의 수사결과를 놓고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해서 다른 결론에 이르렀다. 진범을 잡았다.’라는 기사를 접하신 적이 있는지를 놓고 판단해보시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검수완박에 관한 논의는, ①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수사가 모든 형사범죄 분야에서 동일한 결론을 내왔는가. 수사력이 동일한 수준인가, ② 얼마 전 시행된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이후 수사결과가 그 이전보다 좋았고 성과가 더 있었는가, ③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가진 6대 범죄에 대해서도 수사권을 빼앗을때의 문제점은 없는가. 라는 점을 중심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검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것과 검수완박은 결이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의 자정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하면서 이것을 그 자체로 검수완박의 당위성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검찰 자정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면 검찰을 통제하고 ‘제식구 감싸기’를 못하게 하는 방법을 논의해야지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이 해결책인 듯이 말하는 것은 본질을 벗어났다는 생각입니다. 과거 군사정권의 핵심이었던 ‘하나회 척결’을 예로 드시는 분들도 있는데, 하나회 척결은 정치군인을 솎아내는 인적 쇄신이었지 군대의 군사력을 해체하고 다른 곳으로 넘기는 방식의 해결이 아니란 점에서 적절한 비유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수사권은 아예 없앨 수 있는게 아니라 어떤 기관에게든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면 경찰이 더 많은 수사권과 권한을 부여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후 경찰이 ‘제식구 감싸기’를 한다거나 정권의 입맛에 맞는 특수수사를 할때는 뭐라고 비판하고 그걸 빼앗아서 다시 누구에게 주자고 논의할 것인지, 정말 그게 해결책이 되는지 의문입니다. 경찰이 수사했던 사건 중 이용구 차관 사건처럼 경찰이 수사하다가 뭍어버린 사례도 있었기 때문에 검수완박을 하고 경찰로 수사권을 넘기면 개혁이 완성되고 문제가 해결된다는 논리는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논의가 경찰에 대해서 다시 벌어질 것입니다.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빼앗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도 안되고 그것이 문제의 해결책인 듯이 언급되는 것도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형사사건을 많이 수행하는 입장에서 수사권 조정의 결과를 체감하고 있는데 수사권 조정이 사법시스템의 개선인지에 관해서 의문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민사적 문제까지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매우 많았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것을 ‘민사사건의 형사화’라고 불렀습니다. 왜냐하면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신속하게 잘 진행하기 때문에 형사사건이 진행되는 와중에 민사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도 했고 증거도 수사 진행 중 확보되는 경우가 많아서 민사소송을 하더라도 이 수사자료를 활용하면 쉽게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 후에는 ‘형사사건의 민사화’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은 스스로 수사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증거를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증거가 없으니 수사해달라고 고소했지 않느냐고 하면 ‘민사소송을 걸어서 증거를 수집하라’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처리하는 사건들 중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다른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고소대리를 한 사건은 경찰 수사에 대해서 이의신청을 하는 것이 거의 상식처럼 되어버렸고, 그렇게 해서 사건이 검찰로 올라가면 보완수사지시에 의해서 적극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난 후 납득할 만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체감상으로는 피해자 입장에서 진행하는 고소대리 등의 형사사건은 과거에 비해 진행이 매우 어려워졌고, 범죄 혐의를 받아서 피의자를 변호하는 사건은 그에 상응하는 반작용이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적어도 마감 시한을 정해놓고 일단 검찰의 수사권은 빼앗고 보겠다는 논의는 그 이후의 권한 분배에 관한 시물레이션도 전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을 위해 심사숙고의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박지훈: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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