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교과과정 밖에서 출제되는 이른바 '킬러 문항'이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에 내몰고 있다면서 이번 주 공정한 수능의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킬러 문항' 출제로 수능이 어려워질수록 학부모가 부담하게 되는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요.
실제로 상관관계가 있는지, 부장원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기자]
우리나라 전체 고등학생 사교육비는 지난해 기준 7조 원에 육박했습니다.
정부는 이른바 '킬러 문항'으로 불리는 고난이도 문제의 배제를 해결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주호 / 교육부 장관 (지난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정말 어려운 (대학) 전공 수준의 문항들이 나온 사례들이 있거든요. 그거는 정말 '킬러 문항'이고 그건 학원에서 정말 기술을 배우지 않으면 풀기 힘든 문제들이거든요.]
그래서 2013학년도부터 2022학년도 수능까지, 난이도가 높았던 이른바 '불수능'일 때, 이듬해 사교육비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봤습니다.
통상 국어와 수학에서 '불수능'과 '물수능'을 구분하는 표준점수 최고점 140점을 기준점으로 삼았습니다.
국어는 2019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네 개 연도가 연이어 '불수능'으로 꼽혔습니다.
이듬해 1인당 국어 사교육비 증가율은 모두 두자릿수였습니다.
그렇다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에 못 미친 이른바 '물수능' 때는 어땠을까?
2016학년도부터 2018학년도까지 세 개 연도 모두 사교육비 증가율이 20%대를 넘겼습니다.
'불수능' 때보다 증가세가 더 가팔랐습니다.
난이도가 아닌 문제 유형의 변화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구본창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 : (이전에는 국어가) 공부를 안 한다고 고득점을 못 맞는 것은 아니다 이런 과목이었는데, 지문이 길어지고 지문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국어도 철저한 퍼즐 맞추기 유형학습을 해야 된다….]
수학 과목도 살펴봤습니다.
표준점수 최고점 149점의 '불수능'이었던 2020학년도를 보면 이듬해 1인당 월평균 수학 사교육비 지출은 9.6%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표준점수 최고점이 비슷했던 2013, 2014학년도에는 7.1%나 줄거나 5.2%가 느는 등 엇갈린 양상을 보였습니다.
최고점 147점이었던 2022학년도에는 수학 사교육비 증가율이 6.6%였는데, 그해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오른 건 1% 남짓입니다.
이렇게 국어와 수학 모두 '불수능'과 사교육비 증가의 상관관계는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불수능' 때문에 사교육비를 더 쓰고 '물수능' 때문에 덜 쓴다고 볼만한 근거가 부족해 사교육비 증가의 직접적 원인이 '킬러 문항'에 있는지에 대한 판정은 유보합니다.
2016년 이후 고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 증가율은 재작년을 제외하고는 수능 난이도에 상관없이 해마다 10% 안팎의 가파른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YTN 부장원입니다.
촬영기자;이동규 정태우
그래픽;이상미
▶취재기자 : 부장원[boojw1@ytn.co.kr]
▶인턴기자 : 정연솔[jysno@snu.ac.kr]
YTN 부장원 (boojw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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