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침팬지나 오랑우탄과 같은 유인원은 생김새나 행동뿐 아니라 유전적으로 사람과 가장 비슷한 동물인데요.
이런 유인원에게도 유머감각이 있고, 상대의 기분에 맞춰 장난도 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동은 기자입니다.
[기자]
어린 침팬지 한 마리가 어른 침팬지의 등을 앞발로 치고 달아납니다.
멀찍이 떨어져 살펴보다 반응이 없자, 다시 한 번 다가가 등을 치고 도망갑니다.
이 침팬지는 상대가 돌아볼 때까지 두어 번 더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이번에는 오랑우탄이 나무에 매달린 줄로 다른 개체의 머리를 툭툭 건드립니다.
특별한 반응이 없자 직접 다가가 몸을 부딪쳐 봅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동료를 놀리거나 장난을 치는 것입니다.
[이자벨 라우머 / 막스플랑크 동물행동학연구소 박사 : 보노보,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등 4종의 유인원에게서 장난스럽게 놀리는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 뒤로 몰래 다가가 손가락으로 찌르거나 때려서 놀라게 하는 행동 등입니다.]
미국과 독일 연구팀의 관찰 결과, 유인원이 친구를 놀리는 방법은 모두 18가지로 나타났습니다.
유대감을 쌓기 위해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일종의 '짓궂은 장난'을 거는 것입니다.
특히 이들은 상대의 눈치를 살핀 뒤 반응에 따라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더 심하게 장난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높은 지능을 가진 만큼 상대의 생각과 행동을 예측해 그에 맞춰 장난의 정도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이자벨 라우머 / 막스플랑크 동물행동학연구소 박사 : 단순히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얼굴을 관찰하면서 반응을 기다립니다. 또 상대방의 반응이 없거나 적으면 행동을 반복하고 더 정교하게 발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유인원에게도 유머 감각이 있으며, 말 대신 몸짓으로 이를 표현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유인원이 사람과의 공통 조상에서 분리된 천3백만 년 이전부터 이런 유머와 장난의 본능을 공유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YTN사이언스 이동은입니다.
YTN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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