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美서 5·18 질문받자 “무기 들고 난동 부리면 민주인사냐”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8년 퇴임 직후 미국을 방문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질문에 ‘무장 세력의 난동’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가 29일 공개한 비밀해제 외교문서에 따르면 전두환은 1988년 3월 22일부터 약 3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 뉴욕, 하와이 등을 방문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이듬해 2월 그가 자리에 물러나고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는 방미 후반인 4월 7일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주제로 연설한 뒤 한 참석자로부터 광주 사태에 대한 사과 의향과 재임 중 언론을 탄압하고 경찰국가를 운영한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전 씨는 “광주사태는 근세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대단히 유감스러운 사건”이라며 “많은 외국 언론이 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일으킨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로서는 대통령 취임 후에 그 사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해왔다”며 “(한국을) 경찰국가라고 했지만, 뉴욕에서 무기와 수류탄을 가진 사람들이 혼란을 일으키는 난동을 벌일 때 미국 경찰은 그런 사람을 민주 인사로 볼 것인가, 또는 질서를 파괴한 범법자로 볼 것인가 묻고 싶다”고 답했다.

이는 5·18 민주화 운동이 전두환 신군부의 집권 음모에 맞서 민주화를 요구하며 일어났음에도 단순 무장세력의 난동인 것처럼 왜곡해 답변한 것이다.

그는 또 재임 기간 국민 기본권과 자유의 확대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면서 “평화적 시위자들을 구금하고 포악하게 다뤘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씨는 야당 인사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오래전부터 그 인물이 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며 “야당에서 유능하고 국민의 기대를 받으며 약속을 지키는 인물이 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퇴임 후 역할에 대한 질문에 전 씨는 자신을 “헌법을 준수, 평화적으로 퇴임한 (한국) 최초의 대통령”이라며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이 없고 고려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YTN 곽현수 (abroad@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