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YTN이 단독 보도한 유명 백화점 매장에서 벌어진 '매출 20억 카드깡' 사기는 매장 관리자가 3년 가까이 벌여온 '부정 거래'의 결과였습니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매장 의류업체와 백화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해당 의류업체는 손해를 본 건 마찬가지라며 잠적한 관리 직원을 고소했습니다.
권준수 기자가 단독취재했습니다.
[기자]
백화점에서 실적을 쌓기 위해 20억 원 규모의 '카드깡' 사기를 벌인 뒤 잠적한 매장 관리자 이 모 씨.
이 씨에게 카드를 빌려준 피해자는 단골과 동료 직원, 그리고 재판매업자까지 다양합니다.
한 번에 많게는 수천만 원씩 카드로 미리 결제해놓은 다음, 나중에 취소해 주거나 옷을 싼값에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사기 피해자 측은 매장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며 이 씨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의류업체와, 오랜 기간 수수료를 챙긴 백화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백화점 카드깡 사기 피해자 : 고객들의 피해는 전혀 배려하지 않고 (카드 결제를) 취소해줄 생각이 지금은 없는 듯해요.]
그러나 백화점과 의류업체는 입점한 매장에서 위탁판매 계약을 맺은 개인 사업자가 벌인 일일 뿐이라고 반박합니다.
정식 직원이 아닌 데다가, 수상한 거래를 하나하나 들여다볼 순 없었다는 겁니다.
의류업체는 최근 매장 관리자 이 씨와 계약을 해지한 데 이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까지 제출했습니다.
이 씨로 인해 재고 손실 등 2억 원 가까이 피해를 봤다는 게 업체 측 주장입니다.
하지만 법원 판례를 보면 백화점에서 일하는 매장 관리자 등은 일반적으로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왔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근무 여건에 따라 판단이 조금 다를 순 있지만,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업체에 일정 부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한만목 / 공인노무사 : 사용자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사용자 책임은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든지 고용 계약이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사용자 책임이 인정될 여지는 충분히 있는 사례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 씨와 계약한 의류업체와, 이 씨가 일해온 백화점에서 만약 수상한 거래를 눈감아 온 것이 입증된다면, 피해자 측에선 일정 부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카드깡 사기의 특성상 매장 관리를 맡은 이 씨가 주도적으로 벌인 일인 만큼, 보상은 쉽지 않을 거란 의견도 있습니다.
[노종언 / 변호사 : 의류업체 또는 백화점이 일정 부분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겠지만, 카드깡이라는 건 업무와 굉장히 동떨어진 일이기 때문에 배상할 액수는 많이 적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열 명이 넘는 피해자들은 믿었던 매장 관리자로 인해 억대 카드빚을 짊어지게 된 상황,
유명 백화점과 대기업 의류업체라면 책임을 회피할 게 아니라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내쉽니다.
YTN 권준수입니다.
촬영기자; 권석재 유준석
디자인; 임샛별
YTN 권준수 (kjs81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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