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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엔 머리 긴 여자만 노리는 연쇄 살인마가 산다" 범인 잡은 결정적 증거

2024.11.05 오후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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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엔 머리 긴 여자만 노리는 연쇄 살인마가 산다" 범인 잡은 결정적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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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1월 05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덕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2000년 5~6월경의 일이었을 겁니다. 경기도 안산시 일대에서 아주 흉흉한 괴담이 돌고 있었죠. 괴담의 내용은 밤마다 긴 머리의 여성을 노리는 연쇄 살인마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흉흉한 소식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어쩌면 바이러스보다도 더 무서운 기세로 안산 시내에 퍼져 나갔습니다. 도시 전체가 그야말로 패닉이었죠. 동네마다 반상회가 열리고 밤에 홀로 외출은 가급적 삼가라는 안내방송도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주민들을 공포에 빠뜨린 안산 연쇄살인마 괴담은 진짜였을까요? 그렇습니다. 한동안 안산 일대를 불안에 빠뜨렸던 연쇄살인마 괴담은 그저 떠도는 소문이 아니었습니다.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걸까요? 사건 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덕진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덕진 변호사(이하 김덕진) :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김덕진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연쇄 살인마가 있다 이런 소문이 돌면 정말 무섭고 불안할 것 같거든요.

◇ 김덕진 : 맞습니다. 너무 두려워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2000년 경기도 안산 일대에 밤마다 긴 머리 여정을 노리는 살인마가 있다. 이런 소문이 돌면서 반상회도 열리고 미용실에서 긴 머리를 자르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이랬다는 건데 당시 경찰에서도 이 소문을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건가요?

◇ 김덕진 : 당시 괴담이 퍼지기 전에 실제 발생한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경찰은 괴담이 아니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경찰이 비공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공개 수사를 하게 되면 공포심이 조성되고 모방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적정 시점에 공개 수사로 전환되기는 하였습니다.

◆ 이원화 : 맞습니다. 사실 공개수사로 너무 빨리 진행이 되면 범인이 종적을 감추거나 또 잡기 어려워지는 경우들도 많이 생기기 때문에 경찰에서 어떻게 보면 전략적으로 수사를 한 거라고 봐야겠네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 김덕진 : 2000년 4월 28일 오후 11시쯤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24세 여성 남 모 씨는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귀가하던 중 집 앞 골목길에서 괴한으로부터 돌멩이로 뒤통수 및 얼굴을 총 4차례 가격 당했습니다. 범인은 의식을 잃어가는 남 모 씨의 가방과 주머니를 뒤져 3만 원을 챙겼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남 모 씨의 옷을 벗긴 후 성추행을 하였고,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를 남 모 씨의 음부에 넣기까지 하였습니다. 아파트 주민이 골목길을 지나다가 남 모 씨를 발견하였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곧바로 수사본부가 꾸려져서 관련 조사가 시작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CCTV 설치가 일반화되지도 않았고, 목격자도 없어서 뚜렷한 단서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 이원화 : 내용을 보면 정말 엽기적이란 말밖에 나오지 않는데 목격자도 없고 CCTV도 당시에는 없었다 해 주셨잖아요. 혹시 돌멩이에서는 지문 채취 같은 건 좀 어려웠었나요?

◇ 김덕진 : 네. 피 묻은 돌멩이가 유일한 단서였는데 돌의 특성상 지문 채취가 좀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수사에 별다른 진전 없이 두 달이 지났는데 두 번째 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귀가하던 41세의 신 모 씨는 20년 6월 19일 새벽 4시쯤 첫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서 1km쯤 떨어진 안산시 원곡동 한 주유소 앞길을 걷던 중 괴한으로부터 쇠망치로 머리를 가격 당했습니다.

◆ 이원화 : 범행이 진화했네요.

◇ 김덕진 : 범인은 두 번 더 신 모 씨를 쇠망치로 가격한 뒤 신 모 씨의 지갑에 있던 4만 원을 챙겼습니다. 범인은 신 모 씨를 끌고 옆에 있던 슈퍼마켓 화장실 쪽문으로 이동하였고, 첫 번째 범행처럼 신 모 씨의 옷을 벗긴 다음 신체 부위를 훼손했습니다.

◆ 이원화 : 아까는 3만 원, 지금은 4만 원 겨우 고작 그 정도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추행을 하고 신체를 훼손하고 했다는 건데 수법이 좀 비슷해 보여요. 연쇄 살인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 김덕진 : 네 경찰은 범행 수법이 유사하였기에 1차 살인 사건과 동일인의 소행으로 판단하였으나 단서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약 일주일 만에 또다시 범죄가 발생하였는데요. 33세 김 모 씨는 20년 6월 25일 새벽 2시 안산시 와동 상가 건물 1층 화장실에 들어갔는데요. 뒤따라 들어온 괴한이 쇠망치로 김 모 씨를 가격하려 하였으나 범행이 여의치 않아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범인은 이 범행을 저지른 날 무려 세 차례나 범행을 시도하였다는 것입니다.

◆ 이원화 : 하루 3건이요? 그러면 방금 말씀해 주신 사건 말고 또 다른 사건들이 같은 날에 있었던 거네요?

◇ 김덕진 : 네 맞습니다. 범인은 같은 날인 6월 25일 새벽 3시 45분쯤 안산시 신길동의 한 주유소 앞길에서 34세의 변 모 씨를 발견하고 돌로 머리를 가격한 후 현금 20만 원과 10만 원짜리 수표 3장을 챙긴 후 성추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같은 날 오후 10시 안산시 원곡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혼자 귀가하는 20세 여성 박 모 씨를 돌로 공격하였습니다. 그러나 박 모 씨는 이미 안산에서 벌어지는 사건 보도를 접한 상태에서 경계 태세를 갖췄고 범인의 공격에 찰나에 뒤를 돌아보아 돌을 비껴 맞았습니다. 그리고 범인에게 반격도 가했습니다. 이에 범인은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 이원화 :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처음으로 이 범인을 본 목격을 한 피해자가 나온 거네요.

◇ 김덕진 : 네 맞습니다. 피해자 박 모 씨는 허름한 옷차림에 키가 작은 20대 남성이라는 진술을 하였습니다. 경찰은 이때 공개 수사로 전환하고 지역 언론은 이를 속보로 알렸습니다.

◆ 이원화 :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데 뭐 단서다운 단서는 나오지 않으니까 경찰 입장에서도 굉장히 답답했을 것 같긴 하거든요. 그런데 20대 남성의 작은 키 사실 사건을 해결할 만한 아주 결정적인 단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수사를 하는 데 있어서 힘은 됐을 것 같긴 합니다.

◇ 김덕진 : 맞습니다. 사건의 해결 실마리가 없던 와중에 용의자를 특정 하는 데 필요한 단서를 제공하였습니다. 그런데 이후 결정적 단서가 등장하였습니다.

◆ 이원화 : 결정적 단서 뭐였을까요?

◇ 김덕진 : 앞서 범인이 안산시 신길동의 한 주유소 앞길에서 34세 변 모 씨를 공격한 후 수표 3장을 챙겼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범인은 수표를 사용하다가 덜미가 잡혔습니다.

◆ 이원화 : 요즘은 사실 수표를 잘 쓰지 않습니다만 수표를 보면 그 일련번호가 있잖아요. 맞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아마 이 부분을 좀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모양이네요.

◇ 김덕진 : 네 경찰은 돈이 필요해지면 수표를 사용할 것이라 생각했고, 변 모 씨가 강취당한 수표의 번호를 확인한 뒤 은행에 경보를 발령한 상태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은 마지막 사건이 발생한 때로부터 2주 뒤인 2000년 7월 10일 수배해 둔 수표가 회수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 이원화 : 은행으로 들어온 거네요. 맞습니다.

◇ 김덕진 : 경찰은 수표에서 지문을 채취하고 배서자 이름과 연락처를 확인하였고, 수표가 마지막으로 사용된 슈퍼마켓에서 수표 사용자의 인상착의를 조사하였습니다.

◆ 이원화 : 근데 그 배설을 할 때 그래도 이 범인이 자기 이름이랑 전화번호를 썼나 보네요.

◇ 김덕진 : 네 자기가 어떻게 가짜 이름을 사용해야 할 줄을 좀 생각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수표가 그렇게 특정될 거라는 점을 외국인이기 때문에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용의자가 그래서 결국 특정이 됐나요?

◇ 김덕진 : 네. 용의자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가 도주해 불법 체류자가 된 중국인 왕리웨이로 신원이 확인되었습니다.

◆ 이원화 : 이 사람이 범행을 인정을 했습니까? 왜 그렇게 했다고 합니까?

◇ 김덕진 : 범행 일체를 자백했습니다. 왕리웨이가 강도 행위를 저지른 이유는 불법 체류자로서 생활고가 심해졌기 때문이고, 성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발기부전증으로 원만한 성생활을 하지 못한 데다가 성도착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혀졌습니다.

◆ 이원화 : 영화 추격자의 한 장면이 생각이 나기도 하네요. 이 사람이 재판에 넘겨졌을 텐데 범행이 한 건이 아니고 굉장히 여러 건이잖아요.

◇ 김덕진 : 네 경찰 수사 결과 왕리웨이는 같은 방법으로 총 11차례 범행을 저질렀고 2명을 살해하고 9명에게 중상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왕리웨이는 2건의 강도 살인, 8건의 강도 살인 미수로 기소되었고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 이원화 : 심신미약 주장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연쇄 살인을 해놓고 심신미약이라는 게 잘 이해는 안 돼요. 근데 이건 진짜인가요?

◇ 김덕진 : 네 맞습니다. 왕리웨이는 정신적 문제와 주체할 수 없는 충동에 의한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이원화 :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뭐 충동 조절이 안 된다 이런 얘기를 했던 건가 보네요?

◇ 김덕진 : 네 맞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뭐 이런 것들이 받아들여졌는지 궁금하긴 하거든요.

◇ 김덕진 : 제1심 법원인 수원지방법원은 범죄가 중대하다고 판단하고 사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왕리웨이는 항소하였으나 제2심 법원은 항소를 기각했고 이에 왕리웨이는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여 사형이 확정되었습니다.

◆ 이원화 : 2000년이면 지금으로부터 20년도 훨씬 더 된 시기이긴 하지만 사실 사형을 구형을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재판부에서 사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정말 극히 드물잖아요. 실무적으로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죠. 그런데 이 사건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었는지를 재판 결과를 통해서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는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 김덕진 : 맞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라 사형이 집행되는 일은 없는데요. 2023년 8월 기준 사형수는 총 59명이고 그중 유일한 외국인 사용수가 왕리웨이입니다.

◆ 이원화 : 유일한 사형수인가요?

◇ 김덕진 : 예 그렇습니다. 왕리웨이는 평생 감옥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은 안산 지역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강도 살인과 8차례의 강도 살인 미수를 저지른 중국인 사형수 사건 살펴봤습니다. 제소자 한 명을 관리하기 위해 드는 연간 비용 대략 3100만 원 정도라고 하죠. 이 사건의 범인이 검거된 게 2000년이니까 올해로 벌써 24년째 어마어마한 세금이 들어간 겁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사건이 아니었나 싶네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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