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1월 08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덕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대한민국 육군 염순덕 상사가 사망했습니다. 신분이 신분인지라 사건 현장엔 군과 경찰이 모두 출동했죠. 그런데 군과 경찰이 판단한 사인이 달랐습니다. 군은 뺑소니 차량에 의한 사고로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타살로 추정했죠. 그러던 중 현장에서 두 개의 담배꽁초가 발견됐습니다. 과연 이 담배꽁초에서 어떤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었을까요? 그렇습니다.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된 2명의 군인에겐 알리바이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끝나는 듯했죠. 그런데 15년여 만에 당시 그 알리바이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 사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건 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덕진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덕진 변호사(이하 김덕진):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김덕진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청취자분들께서도 이 방송 오늘만큼은 꼭 끝까지 들어주셨으면 하는 것이요. 정말 황당하고 화나는 사건이거든요. 일단 사건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할 것 같은데 군인 1명이 사망한 채 발견되는 그런 일이 있었죠.
◇ 김덕진 : 2001년 12월 대한민국 육군 수도기계화 보병사단 소속 염순덕 육군 상사가 경기도 가평군 하면 현리 일대 마을에서 군 관계자들과 회식 후 귀가하던 중 괴한에게 살해당한 사건입니다.
◆ 이원화 : 민간인이 아닌 군인에게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경찰이 출동하긴 하지만 결국에는 군에서 이 사건을 맡게 되는 거죠.
◇ 김덕진 : 네. 현재는 군사법원법이 개정되어서 군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민간에서 처리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군인이 관계된 사건은 군에서 해결해 왔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목격자가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였습니다만 신고를 받고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군 헌병대였고 이후 경찰이 도착했습니다. 군에서는 염 상사가 뺑소니 차량의 사이드미러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한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원화 : 뺑소니요? 뺑소니라고 판단할 만한 이유가 있었던 건가요?
◇ 김덕진 : 네 그런데 경찰에서는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왜냐하면 두부 외에 다른 신체에는 상처가 없었기 때문에 뺑소니라고 하기 에는 의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 이원화 : 그렇죠. 사람이 성인 남성의 키가 있을 텐데 두부에만 상처가 있었다고 하면 엄청 높은 차가 치고 가지 않는 이상은 그렇게 상처가 그런 상처만 남을 가능성은 좀 희박한 것 같고요.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결국에는 누구 말이 맞았습니까?
◇ 김덕진 : 네 경찰의 말이 맞는 것으로 흘러갔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혈흔이 남은 대추나무 몽둥이가 개천에서 발견되었는데 이 몽둥이의 상흔이 염순덕 상사의 두피 피격 상흔과 일치했습니다. 그리고 사망한 염순덕 상사 머리맡에 떨어져 있던 담배꽁초 2개비가 발견되었는데 경찰은 이를 국과수에 의뢰하였고 여기서 사건을 해결할 만한 단서가 나올지가 관건이었습니다.
◆ 이원화 : 굉장히 중요한 대목인 것 같아요.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 김덕진 : 당시 염 상사와 함께 술을 마신 홍준위, 이 중사 2명의 DNA가 검출되었습니다. 술자리가 있기 전 염상사와 홍준위는 트러블이 있었습니다. 큰 갈등 중 하나는 홍준위가 군용 연료를 착복한 것을 염상사가 알게 된 것에서 비롯되었는데요. 홍준위의 착복에 기무사령부 소속 이중사가 연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 이원화 : 홍준위와 이중사가 어떻게 보면 횡령을 저질렀는데 그걸 알게 된 사람이 이 사건의 피해자의 염 상사였다. DNA도 나왔고 갈등이 있었다는 점도 발견이 됐고 어떻게 보면 뭐 살해 동기가 나온 거 아닌가 싶어요. 누가 봐도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는데 혹시 바로 체포가 됐습니까?
◇ 김덕진 : 아닙니다. 당시 이들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알리바이요. 그렇습니다. 우리말로는 현장 부재 증명이라고 하죠.
◇ 김덕진 : 네 맞습니다. 이들은 술자리 이후 당구장에서 당구를 쳤다는 진술을 했고, 당시 군 납업을 하던 민간인 이 모 씨가 이 진술을 뒷받침해줬습니다. 그리고 당시 담배꽁초에서 홍준위와 이중사의 DNA가 발견되어서 피해자도 용의자도 전부 군인이었기 때문에 수사권이 전부 군측으로 넘어갔습니다. 결국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미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참고인의 진술만에 의한 알리바이 이것만으로 다른 객관적 증거들을 모두 배척했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알리바이가 있었다고 해도 그러면 왜 사건 현장에서 두 사람의 DNA가 묻어 있는 담배꽁초가 너무 공교롭잖아요. 이게 왜 거기서 발견됐을까 의아스럽긴 하거든요.
◇ 김덕진 : 맞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는 않는데요. 이에 대해 당시 군 측은 경찰이 룸살롱에 있던 것을 주워 가서 날조하는 거라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거의 15년 만에 사건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 증거가 나왔습니다.
◆ 이원화 : 뭐였습니까?
◇ 김덕진 : 먼저 말씀드릴 게 이른바 태완이법입니다.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었는데 살인죄에 대하여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게 되었고 당시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범죄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했습니다. 만약 이 사건이 살인 사건으로 분류될 경우 재수사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 이원화 : 태완이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네요. 맞습니다.
◇ 김덕진 : 그런데 아까 이들의 알리바이가 사건 당일 당구를 쳤다는 거 말씀드렸었죠.
◆ 이원화 : 그렇죠.
◇ 김덕진 : 당구를 쳤다는 것인데 경찰은 당구장 주인의 진술을 받지 않은 것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당구장 주인을 불러서 조사한 결과 당구장 주인은 4명이 들어와서 2명은 나갔다라고 진술했습니다. 결국 군납업체 이사장이 거짓말을 한 정황이 발견된 것입니다. 경찰은 이사장을 불러 재조사했고 이때 이사장은 사실 4명이 당구친 건 맞는데 중간에 2명이 나갔다 시간까지는 모르겠고 홍준위는 되짚어보니 비상계단 같은 데 나가는 것을 제가 본 기억이 있다.
◆ 이원화 : 사실 이게요. 15년 만에 진술을 다시 받은 거잖아요. 그러면 당시 상황은 15년 전이면 기억을 잘 하기가 어려울 텐데 이 정도까지 중간에 나간 것까지 기억을 하고 있을 정도면 뭔가 알고 있었던 거 아닌가 또는 그 당시에도 의심을 이미 하고 있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 김덕진 : 맞습니다. 그리고 이사장은 또 진술을 하기를, 그래서 국군기무사령부 마중사하고 저하고 둘이 서 당구 친 걸로 기억하고 있다 라고 또 진술했습니다. 이에 더해 국군기무사령부 마중사가 군납업체 이사장에게 4명이 당구 친 걸로 말해달라 라고 청탁했던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시 염상사와 함께 술을 마신 홍준위, 이 중사의 알리바이가 완전히 뒤집히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사실 군납업체의 사장이라고 그러면 군에다가 물품을 납입하고 그걸로 어떤 돈을 버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자잖아요. 이분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 군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에 대한 수사가 추가 수사가 미진했다는 점이 드러난 거다 이렇게 보입니다. 역시 그 알리바이가 거짓말이었던 거네요.
◇ 김덕진 : 네 그렇습니다. 그리하여 경찰은 홍준위와 이 중사를 재조사했습니다. 직접 둔기를 휘두른 주범으로 지목됐던 이중사는 2018년도에도 현역이었었는데 당시 성매매 등 혐의로 조사받던 중이었습니다. 따라서 만약 성매매로 처벌될 경우 민간인이 될 가능성이 컸었는데요. 경찰은 본격적으로 수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수사 중 이 중사는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 이원화 : 장문의 유서도 같이 발견됐다 이야기해 주셨는데 혹시 그 내용은 공개된 게 없나요? 사건이 해결될 만한 단서가 있었을까 싶어서 여쭤보는 거거든요.
◇ 김덕진 : 언론에 뚜렷이 보도된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2명의 알리바이가 깨지면서 사건이 해결되는 듯 하였으나 용의자가 사망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왜냐하면 수사당국은 이 중사가 염 상사에게 몽둥이를 직접 휘둘러 숨지게 한 주범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머지 1명을 주범으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되었습니다.
◆ 이원화 : 2명이 범행을 저질렀는데 그중에 1명이 사망을 해버렸다 그러면 사실 남아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미 사망한 사람한테 범행을 떠넘기거나 아니면 묵비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좀 오리무중으로 빠뜨린다든지 그런 전략을 썼을 걸로 보이거든요. 본인들이 어쨌든 본인들이 자백을 한 게 아닌데 부사관이었던 B 씨가 주범이 아니다. 이걸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다퉈볼 만한 여지가 있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 김덕진 : 이게 왜 관건인지 계속해서 설명 드리자면 살인사건 공소시효 배제와 관련하여 종범과 주범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종범이란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를 일컫는데요. 개정 형사소송법은 사람을 살해한 범죄에서 종범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적용 배제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살인 사건을 방조한 사람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것입니다. 당시 홍준위는 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였기에 주범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으나 경찰은 이 중사와 홍준위가 함께 범행 도구를 준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오래전부터 감정이 서로 좋지 않았고 직전까지 싸움이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홍준위도 이 사건의 주범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송치하였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고심 끝에 피의사실 인정 증거가 부족하다며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 이원화 : 사실 뭐 증거도 범행 도구도 나왔고요. 담배꽁초에서 DNA도 나왔고 진술 알리바이도 뒤집었고 이 정도면 다 끝난 사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는데 그 당시에 발견이 됐었던 범행 도구 같은 것들이 남아 있었을 것 같거든요. 어땠습니까?
◇ 김덕진 : 새롭게 밝혀진 당구장 주인의 진술도 있었고 담배꽁초도 있었으나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말씀드린 범행 도구인 대추나무 몽둥이, 그 몽둥이가 황당하게도 헌병대 어느 창고에 보관하다가 분실되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그게 말이 되나요? 정말 분실인지도 의문이 들긴 합니다.
◇ 김덕진 : 맞습니다. 사망한 염 상사가 군용 연료와 관련된 비리를 목격하였던 점, 군인이 뺑소니라며 사건을 빠르게 마무리하려고 하였던 점, 기무사 마중사가 군납업체 대표 이사장에게 4명이 당구 친 걸로 말해달라고 청탁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충분히 그러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이 사건은 결국 영구 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는 건가요? 아니면 혹시 뭐 다른 증거가 나오면 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건가요?
◇ 김덕진 : 장기 미제 사건이 되는 경우는 보통 증거가 없어서인데요. 핵심 증거가 추가로 발견되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 이원화 : 남아있는 분이 종범이 아니라 주범이라는 그런 결정적인 증거가 나온다든지 그런 경우에는 뒤집힐 수 있다는 거죠?
◇ 김덕진 : 맞습니다. 군에서 사건을 덮었기 때문에 군 관계자의 추가적인 진술 등이 발견된다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실마리를 또 제공해서 수사가 진척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편 최근 국가배상 판결이 나왔는데요. 염 상사의 유족은 2018년 9월 망인이 살해됐음에도 부실 수사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보험 보상 대상자 인정도 지연됐다며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국가가 유족에게 9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 이원화 : 이런 판결이라도 나와서 다행입니다만 유가족 입장에서는 마음의 응어리가 여전히 풀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김덕진 : 네 맞습니다. 사건의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어 유족의 억울함이 온전히 풀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이원화 : 사건의 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