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1월 13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소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여러분은 혹시 살면서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 그런 일 겪어보셨나요? 나는 달라진 게 없는데 나의 어제와 오늘이 180도 변해버리는 그런 경험 말입니다. A씨는 윗집에서 내려온 여성 B 씨의 행패가 계속되자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B씨는 경찰이 온 후에도 A씨가 자신의 조카를 성폭행했다며 노발대발했죠. 하지만 A씨는 B씨의 조카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주장했습니다. 이 여성을 무고로 고소하기까지 했죠.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A씨는 그렇게 1심 재판 후 법정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A씨는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죠 형량을 낮추기 위한 합의안도 모두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11개월이 지났을 쯤 A씨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임소희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임소희 변호사(이하 임소희)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임소희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다뤄볼 이 사건 저는 이런 일을 겪었다고 생각하면 억울해서 잠도 못 잘 것 같아요.
◆ 임소희 : 네 맞습니다. 실제 이 사건을 겪은 A씨는 얼마나 억울한 마음일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가 어렵습니다.
◇ 이원화 :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차근히 짚어볼까요?
◆ 임소희 : A씨는 전남 곡성에서 호두과자를 팔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시민이었는데요. 2015년 12월의 어느 날 저녁 윗집에 살던 여성 B씨가 술에 취한 채 A씨의 집에 찾아왔고, A씨가 자신의 조카를 성폭행했다 라고 하며 행패를 부리며 사건이 시작됩니다.
◇ 이원화 : A씨 입장에서는 굉장히 황당했을 것 같아요.
◆ 임소희 : A씨는 B씨의 조카와 일면식조차 없었던 것은 물론 B씨 조카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B씨는 계속해서 행패를 부렸고, 결국 A씨는 112 신고로 경찰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B씨는 경찰에서 A씨가 자신의 조카를 성폭행했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B씨와 B씨 조카의 진술만을 믿고 사건을 진행하게 됩니다.
◇ 이원화 : 정말 사실이 아니라면 이거 무고 가야죠.
◆ 임소희 : 네 당시 A씨도 자신의 혐의 일체를 부인하며 B씨를 무고로 고소하기까지 했지만, 검찰은 2016년 12월경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무고 주거 침입 등의 혐의로 A씨를 기소하였습니다.
◇ 이원화 : A씨가 오히려 무고로 고소한 게 무고다 이렇게 된 거네요.
◆ 임소희 : 맞습니다. 그리고 2017년 3월 31일 1심 재판부는 그와 같은 모든 혐의를 인정하여 A씨에게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하였고, 그렇게 A씨의 수감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건가요? 말씀해 주신 것들 보면 B씨가 A씨 집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린 게 첫 시작이었잖아요. 그리고 A씨가 구속되기까지 거의 1년이 걸렸거든요. 그러면 그동안 경찰이 모텔 CCTV라든지 주변인 진술이라든지 굉장히 치밀하게 수사를 하지 않았겠습니까? 뭐라도 나왔으니까 기소도 하고 징역 6년이라는 실형도 선고받은 게 아니겠어요?
◆ 임소희 : 네 당연히 그랬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 이원화 : 그게 무슨 소리죠?
◆ 임소희 : 이 사건에서 진실을 밝혀낸 것은 수사기관이 아닌 A씨의 딸이었습니다. A씨의 딸은 아버지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B씨 조카를 찾아 나섰고, 천신만고 끝에 전라남도 나주에서 B씨 조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A씨의 딸은 B씨 조카에게 진실을 말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고, 결국 B씨 조카를 통해 B씨 조카가 A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비롯한 모든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아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죠? 일단 B씨의 조카란 사람은 왜 애먼 사람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했으며, B씨는 또 왜 그랬으며 경찰은 이걸 왜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던 거죠?
◆ 임소희 : B씨의 조카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는데요. 여기서 가장 경악스러운 것은 B씨입니다. 실제로 B씨의 조카를 성폭행한 사람은 B씨의 남편이었는데,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B씨가 지적장애가 있던 조카를 때리면서 A씨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해라 라고 하며 경찰에서 진술할 범행 장소와 범행 방법 등을 외우도록 한 것입니다.
◇ 이원화 : 진짜 황당하네요.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했을까요? 뭐 돈이라도 뜯어내려고 했던 건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임소희 : B씨의 무고 등의 혐의를 심리한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자신의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믿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남편이 대상을 지목했고, B씨는 남편의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아무 잘못이 없는 A씨를 범인으로 생각하며 A씨 탓을 하려고 했다 라고 하였는데요. 그와 같은 B씨의 비정상적인 행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있었다면 사건이 이렇게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 경찰은 범행 장소로 지목된 모텔의 CCTV조차도 확인하지 않았고, 단지 B씨와 B씨 조카의 진술에만 의존해 A씨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A씨가 범인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수사를 했습니다.
◇ 이원화 : 수사의 기본이라는 것들도 안 했던 거네요.
◆ 임소희 : 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이 사건이 발생하기 2년 전 B씨에게 이 사건과 유사한 무고 전력이 있었고, 그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이 사건 수사에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B씨는 2013년경 전라남도 함평에서 자신의 조카를 성폭행했다 라고 하며 동네 이웃을 무고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경찰은 B씨 조카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해당 이웃에게 무혐의 처분을 하였습니다.
◇ 이원화 : 그때도 무혐의 처분을 한 번 받았었던 거네요.
◆ 임소희 : 네 그런데 그 함평 사건을 수사했던 책임자와 이 사건을 수사했던 책임자가 동일인이었습니다.
◇ 이원화 : 이게 사실 제일 황당한 부분인데 이걸 어떻게 몰랐답니까?
◆ 임소희 :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들은 함평 사건을 몰랐다,알았다면 이 사건의 수사 방향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 말도 모두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 이원화 : 듣다 보니 총체적 난국이다 싶습니다. 일단 있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 씌운 B씨가 가장 최악이고, 수사의 기본도 지키지 않았던 경찰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기소는 검찰이 하는 거잖아요. 근데 이걸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그냥 기소를 했으며 1심에서 징역 6년이라는 중형을 내린 재판부라고 자유로울 수 있냐 저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 임소희 : 네 그렇습니다. 경찰에서 부실한 수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검찰에서 경찰의 수사를 더 철저하게 검증했더라면, 또 법원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에 근거해 사건을 면밀히 살펴 판결을 선고했더라면 이렇게 억울하고 황당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A씨 사건은 결국 수사기관도 법원도 아닌 A씨 딸의 노력으로 진실이 밝혀졌는데요. A씨는 무죄 판결을 선고받은 후 B씨와 B씨 남편, B씨 조카를 무고와 위증, 강요,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결국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된 B씨와 B씨의 남편은 각각 징역 7년,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B씨의 조카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B씨의 남편이 이 사건 범행, 즉 B씨 조카에 대한 성폭행으로 선고받은 형은 단 2년 6개월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 이원화 : 이것도 진짜 황당한 부분입니다. 같은 범행인데 A씨는 징역 6년을 줘놓고 같은 죄로 재판받던 남편 B씨는 2년 6개월 무고까지 해봐야 3년 6개월밖에 안 나왔다는 거잖아요.
◆ 임소희 : 네 그렇습니다. B씨의 남편은 반성하고 자백했다는 이유로 A씨보다 훨씬 낮은 형량을 선고받은 것인데요. A씨는 죄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반성하고 자백할 수조차 없었고, 그 때문에 징역 6년이라는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던 것입니다.
◇ 이원화 : 엄연히 국가가 잘못한 부분 아닌가 싶거든요.
◆ 임소희 :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A씨는 이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은 후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해당 손해배상 소송에서 경찰이 부실한 수사를 했던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결국 A씨는 패소하고 말았습니다.
◇ 이원화 : 네
◆ 임소희 : 손해배상 소송의 1심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수사기관이 법령,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한계를 위반해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한 수사를 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A씨의 청구를 기각했고, 항소심 역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보아 A씨의 항소를 기각했으며, 대법원 또한 A씨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께서는 이 결정이 납득이 가십니까?
◆ 임소희 :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당시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대리했던 변호사는 한편 기록을 봤다면 얼마나 유사성이 있는지 왜 이 사건을 놓쳤는지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재판부도 해당 문서의 열람을 원했지만 더 이상 수단이 없어 제도의 한계를 드러냈다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우리 법에 문서 제출 명령이 있지만 현행 민사소송 제도에서는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에 불응해도 그 제재가 미약하여 사실상 문서 제출 명령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 이원화 : 네 맞습니다.
◆ 임소희 : 특히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국가가 자료를 숨겨버리면 한 개인에 불과한 원고가 국가의 불법 행위를 입증하는 일은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그와 같은 이유로 현행 민사소송 제도로는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한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디스커버리 제도인데요. 디스커버리 제도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서 재판이 개시되기 전에 당사자 쌍방이 서로가 가진 증거와 서류를 상호 공개하여 쟁점을 명확히 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 또한 이 디스커버리 제도의 적극적인 도입을 통해 현행 제도의 한계를 보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 이원화 : 청취자분들이 디스커버리지 제도 좀 생소하실 텐데요. 최근에 장원영 씨 명예훼손 했던 그 사건 탈덕 수용소라고 그 사건에서 증거를 획득하기 위해서 캘리포니아 법원에 디스커버리 신청을 해서 증거를 갖고 왔고, 그 사건 그 결과를 토대로 우리나라 재판에도 활용을 했던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사건 X파일 오늘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무려 11개월 동안이나 성폭행범으로 옥살이를 한 한 남성의 사건 살펴봤습니다. 말 같지도 않은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들은 그렇다 치고요. 국민이 이 같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그 억울함을 풀어주라고 존재하는 게 바로 경찰, 검찰 그리고 법원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선 그 누구 하나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A 씨는 누구보다 외롭고 힘든 시간을 견뎌야만 했죠. 딸이 없었더라면 온전히 6년이란 시간을 견뎠어야 할 겁니다. 자신들이 같은 일을 겪었더라면 과연 이토록 부실하고 엉망진창인 모습 보였을까요? 절대 아니다 싶어 더 화가 나는 사건인 것 같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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