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식사용 나이프를 들고 돌아다닌 90대 할머니에게 테이저건을 쏴 숨지게 한 경찰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7일(현지 시각) 영국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화이트 경사는 지난해 5월 17일 95살 할머니가 요양병원에서 식사용 나이프 2개를 들고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화이트 경사는 할머니에게 나이프를 내려놓으라고 명령했으나 할머니가 따르지 않자 1.5~2m 떨어진 거리에서 테이저건을 쐈다.
테이저건 발사 직전 할머니는 한 손으로 나이프를, 다른 한 손으로는 보행기를 잡고 서 있던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테이저건을 맞은 할머니는 넘어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뇌출혈로 현장에서 숨졌다.
사망 당시 피해자는 키 157㎝에 몸무게는 48㎏였고, 정식으로 치매를 진단 받지는 않았으나 인지 능력이 저하된 상태였다.
재판에 넘겨진 화이트 경사는 법정에서 "크게 다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할머니의 죽음에 나도 망연자실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화이트 경사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은 치매를 앓고 있으며, 몸무게가 48kg 미만인 할머니에게 테이저건을 쏜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또 할머니가 식사용 나이프를 들고 다녔지만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요양병원 거주자의 진술을 토대로 테이저건을 쓸 정도로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은 할머니를 발견한 지 3분 만에 무기를 사용하는 등 참을성 없이 대응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디지털뉴스팀 박선영 기자
YTN 박선영 (parks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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