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마일리지 소멸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마땅한 사용처를 찾지 못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 마일리지 샵에서 물품이 올라오는 즉시 순식간에 동나는 현상을 두고 '피켓팅'(피가 튈 정도로 치열한 예매 경쟁)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극히 일부만 풀리는 아시아나 마일리지 보너스 항공권은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에 예약하기가 어려운 데다,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제휴 서비스도 잇따라 중단되는 실정이다.
지난 9월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마일리지 제휴사인 이마트·CGV·소노호텔앤리조트·에버랜드·캐리비안베이·모두투어·위클리딜즈 등 7곳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를 대체할 전용 쇼핑몰을 추가로 열었지만, 품목 수가 적은 데다 거의 항시 품절 상태다.
아시아나 항공의 마일리지 사용 몰은 아시아나 굿즈를 판매하는 로고샵과 기내면세품 판매샵, 제휴 상품을 판매하는 OZ마일샵으로 총 세 곳이다. 27일 기준 로고샵에서 판매 중인 품목 6가지는 전부 품절 상태이며, OZ마일샵도 44가지 품목 중 41가지가 품절 상태로 상황은 비슷했다. 심지어 이용자가 몰리면서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는 접속 자체도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주 시간을 정해 놓고 물품이 입고되지만, 마일리지를 소진하는 데도 '오픈런'(물건을 사려고 영업시간 개시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리꾼들은 "아이돌 티켓팅 급이다", "하늘은 못 날고 마일리지만 날린다", "마일리지를 쌓는 것보다 쓰는 게 어렵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2조 5,542억 원, 아시아나항공의 이연수익은 9,819억 원이다. 이연수익은 최초 매출 거래 시점에 마일리지 금액을 수익으로 환산하지 않고 소진 때 인식되는 수익으로, 재무제표상 부채로 간주한다. 이연수익 금액만큼 마일리지가 쌓여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이후 마일리지가 깎일 거라는 우려도 마일리지를 소진하려는 수요를 키웠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와 1대1 통합이 어렵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예를 들면, 현재 적립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대한항공은 1,500원당 1마일리지를,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경우가 많다.
다만,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이 확정되더라도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운용 방식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2년간은 아시아나항공을 별도 자회사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소진되지 않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전환율은 추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항공사 측에서도 마일리지 소진이 주요 '숙제'인 만큼 나란히 제주행 마일리지 특별편을 띄운다. 대한항공은 지난 21일 마일리지 특별기 운항 계획을 내놨다. 다음 달 28일, 30일, 내년 1월 1일, 총 사흘 동안 오후 1시40분 김포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마일리지로 우선 발급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6일 '제주 해피 마일리지 위크' 프로모션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 달 2~15일에 운행하는 56편의 잔여석을 마일리지로 예약할 수 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마일리지 좌석 약 4,500석을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OZ마일샵 인기 품목에 대한 수량을 확대하고 다양한 사용처 확대 방안을 마련해서 고객들의 불편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
YTN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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