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에선 6월 4일이 1989년 톈안먼 유혈 사태를 상징하는 '금기의 날'입니다.
홍콩의 행위 예술가가 6.4m 길이의 실 한 올로 추모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베이징 강정규 특파원입니다.
[기자]
홍콩 번화가에서 백발 남성 1명이 아무 말 없이 실오라기를 꺼내 듭니다.
거리 표지판 기둥에 묶으려던 찰나, 어디선가 나타난 사복 차림의 경찰 여러 명이 에워쌉니다.
연행까지 되진 않았지만, 뒷벽에 몰려 신원 조회와 소지품 검사를 당한 뒤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산무 천 / 홍콩 행위 예술가 : 6.4m 길이의 빨간 실이었어요. 희생자를 애도하려고요. (추모하긴) 갈수록 나빠집니다. 집에는 잘 돌려보내 주네요. 허허허.]
1989년 6월 4일 유혈 진압된 톈안먼 광장의 민주화 시위 37주년을 추모하려다 쫓겨난 겁니다.
앞서 35주기 때도 톈안먼 사태를 상징하는 숫자 '8964'를 손짓으로 그렸던 행위 예술가입니다.
6년째 추모 집회가 금지된 빅토리아 광장엔 삼엄한 경비 속에 민속 장터가 대신 열렸습니다.
유족들의 희생자 묘지 참배마저 금지됐단 후문 속에 톈안먼 주변엔 침묵과 긴장이 감돌았습니다.
추모 집회 명맥을 이어받은 타이완에선 라이칭더 총통이 나서 중국의 민주주의 폭압을 비난했습니다.
주중 영국대사관은 웨이보 공식 계정에 추모 영상을 올렸지만, 곧바로 삭제당했습니다.
미국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검열로 과거를 지울 순 없다"며 공식적으로 비판 성명까지 냈습니다.
[마오닝 / 중국 외교부 대변인 : 미국 측의 잘못된 발언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중국의 정치 제도와 발전 경로를 비방하며, 소위 민주와 인권을 구실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중국 당국은 37년 전에 일어난 옛 '정치 풍파'라고 재차 못 박았지만, 여전히 실 한 가닥조차 용납 못 할 만큼 예민한 현안이란 걸 스스로 드러냈습니다.
베이징에서 YTN 강정규입니다.
YTN 강정규 (liv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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