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드라마 참교육 속 장면을 재구성해 봤습니다. 학부모의 문제제기 자체가 나쁘단 이야긴 절대 아닙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당연히 묻고, 확인하고, 학교에 책임을 요구해야 하죠. 문제는, 그 선을 넘는 경우입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졌습니다. 법도 바뀌고 제도도 생기고, 민원 대응팀이란 장치도 만들어졌죠.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여전히 다르다고 하는데요. 최근 제주도에서 한 중학교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엔 학생 가족과의 갈등이 있었죠. 이 사건을 두고 일각에선 “법을 믿고 교사에게 갑질하는 학부모” 문제를 지적합니다. 법은 원래 약자를 지키기 위한 장치인데 그 법이 누군가를 압박하는 수단처럼 쓰이고 있다면, 문제 아닐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관련 내용,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김형철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김형철 : 네, 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의 김형철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주제는 사실 굉장히 조심스럽긴 합니다. 교권침해 문제기도 하고, 한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과도 연결돼있기 때문인데요. 제주 중학교 교사 사망사건부터 짚어보죠.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 김형철 : 네, 이 사건은 특히 많은 선생님들이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이었습니다. 제주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 가족과 갈등을 겪다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결석 학생에게 진단서를 요구하고 흡연 문제를 생활 지도하는 과정에서 민원이 시작되었고, 이후 학생 가족의 반복적인 항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갈등이 생겼을 때 그 부담을 누가 감당하느냐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교사가 상당 기간 민원을 혼자 감당했고, 중재와 병가를 요청하는 등 학교 시스템에 도움을 호소해 보았지만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교육청 조사 결과, 학교가 민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교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 이원화 : 말씀 들어보면 단순히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정도로만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사건 뿐 아니라,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가장 힘들다고 말하는 부분 중 하나가, 학부모의 개인적 연락이라고 하거든요. 전화벨 소리나 문자 알림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단 분들도 꽤 많다던데 요즘은 직장에서도 퇴근 후 업무 카톡 자제, 이런 분위기가 있잖아요. 법 개정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요.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연락은 횟수라든지 시간이라든지 기준이 딱히 없는 거죠? 그저 상식선에서 조심하는 방법밖엔 없는 겁니까?
◆ 김형철 : 네, 딱히 기준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 일이다 보니 바로 설명을 듣고 싶은 마음이 이해되지만, 하루에도 여러 차례 전화하거나 밤늦게까지 문자를 보내고, 답이 늦는다는 이유로 반복해서 연락하는 것은 정상적인 소통의 범위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실제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부모의 연락을 피하자, 학교에까지 항의 전화를 하고 폭언이 이어졌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교사가 개인적으로 이를 감내하는 구조인데, 앞으로는 학교와 교육청이 중간에서 민원을 관리하고 대응하는 체계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선생님들이, 학부모에게 너무 연락이 잦다, 몇 시 이후엔 하지 말아달라, 이런 요청을 하면 오히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건가요?
◆ 김형철 : 그렇지는 않습니다. 교사도 교육활동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수업 중에는 연락이 어렵습니다.”, “근무 시간에 답변드리겠습니다.“ 정도의 요청은 상식선에서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학부모가 그런 요청 자체를 불친절하게 받아들이거나 오히려 민원을 더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교사들이 갈등을 피하려고 계속 사과하고 설명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습니다.
◇ 이원화 : 물론 학부모 입장에선, 내 아이 일이다 보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가 생겼다 싶으면 확인하고, 학교에 설명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한 일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 선을 넘는 경우 같거든요. 학부모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았단 이유로 정당한 생활지도까지 아동학대라고 신고하는 사례도 있다면서요?
◆ 김형철 : 네, 실제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아이의 특성을 강조하면서 특별하게 대해달라고 요구하였다가 교사의 생활지도 방식에 불만을 품고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교원단체에서도 ‘생활지도를 둘러싼 갈등이 형사절차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최근 교사를 상대로 한 아동학대 신고의 90% 이상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아동학대로 교사를 신고하는 사건 상당수가 정당한 생활지도로 판단된다는 점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듣는 분들 입장에선, 이런 생각도 하실 것 같아요. 우리 법에 엄연히 무고죄가 있잖아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아동학대라고 신고하거나 고소했다면, 오히려 무고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런데 이 부분에 법의 맹점이 있죠?
◆ 김형철 : 네, 많은 분들이 ‘허위로 신고했으면 무고죄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지만, 실제로 법이 적용되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신고한 사람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형사처벌을 받게 하려고 신고했다’는 점까지 입증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집에 와서 ‘선생님이 나를 괴롭혔다.’고 말했고, 부모가 그 말을 믿고 신고했다면, 나중에 무혐의가 나오더라도 부모는 ‘당시에는 아이 말을 믿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허위 신고였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동학대는 아이를 신속히 보호하기 위해 ‘의심만 있어도 신고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아동학대라는 범죄의 특성상 필요한 구조이지만, 학부모가 아이들을 상대하는 교사를 상대로 이 점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래서 드라마 참교육 이야기, 앞에서 잠시 해봤습니다만 거기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다 무혐의 나오면 어쩌시려고요” 하니까 그 부모가 “사과해야죠. 그게 끝이에요. 그게 법이에요” 이거 실제로도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까? 무혐의가 나와도 사과하면 끝나는 건가요? 무고죄 성립은 정말 어려운 겁니까?
◆ 김형철 : 네, 안타깝지만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입니다. 교육부 통계를 봐도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는 대부분 무혐의로 끝나지만, 무고죄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결국 신고 당시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까지 입증되어야 하고, 이에 더하여 의심만 있어도 신고할 수 있는 아동학대라는 범죄의 특성이 무고죄 성립을 더욱 어렵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사들 사이에서는 ‘무혐의를 받는 것보다 신고를 당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경찰 조사와 교육청 조사, 학생과의 분리 조치, 주변의 시선까지 겪고 나면, 무혐의를 받아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이원화 : 특히 요즘은 물리적 체벌이 아니라,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던데 그런데 이 정서적 학대라는 게, 듣는 사람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어느 정도부터 아동학대고, 어디까지는 정당한 생활지도인지 실제 수사나 재판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보게 되나요?
◆ 김형철 :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정서적 아동학대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사기관도 한 가지 기준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생활지도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다른 학생들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는지, 반복적으로 모욕하거나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학생에게 잘못을 반성하게 하는 생활지도는 원칙적으로 교육활동의 범위 안에서 판단될 가능성이 크지만, 특정 학생만 지속적으로 공개적으로 모욕하거나 인격을 부정하는 행동이라면 정서적 학대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기준이 다소 추상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교사들은 ‘이 정도 지도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필요한 생활지도까지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 이원화 : 다시 앞선 제주 교사 사망사건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현재 이 사건, 어느 정도까지 진행이 된 상황입니까. 학생 가족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건지, 학교 측 책임을 물을 순 있는 건지, 궁금하거든요.
◆ 김형철 : 단순히 민원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학생 가족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민원 내용 자체에 반복적인 협박이나 모욕 같은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그 부분은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형사책임은 예견가능성과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만으로 학교 관계자의 형사책임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교육청 조사에서도 학교의 민원 대응과 교사 보호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행정적·징계상 책임이나 민사상 보호의무 위반 여부는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이원화 : 최근 충남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사건이, 보도됐더라고요. 학생에게 쓰레기를 줍게 했단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 앞서 이야기한 문제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보이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김형철 : 네, 이 사건도 앞에서 말씀드린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스스로 버린 쓰레기를 직접 줍게 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했고, 단체 사진을 찍을 장소를 알아봐 달라는 교사의 부탁을 받고 학생이 교사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교사가 이를 무시했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모두 정당한 생활지도로 판단되어 아동학대 혐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해당 충남의 초등학교 사례에서는 아동학대 혐의가 무혐의로 결론이 난 이후에, 교권보호위원회에서의 발언을 문제삼아 학부모가 다시 교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현재는 민사소송도 진행 중입니다.
◇ 이원화 : 학부모 측에선 “법적 절차를 밟은 것뿐인데 왜 문제 삼느냐” 이렇게 말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 법적 절차에 허점이 있어서 악용되고 있다면, 결국 법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 아닙니까?
◆ 김형철 : 맞습니다. 일정 부분 법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합니다. 물론 아동학대는 피해 아동을 신속하게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기에, 의심이 있으면 신고할 수 있다는 현재의 원칙은 유지돼야 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정당한 교육활동까지 무분별한 신고와 형사절차로 이어지는 문제는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