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초등학교에서 불거진 성추행 의혹 사건은 남학생뿐만 아니라, 피해를 호소했던 여학생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한 학생은 수개월째 등교를 중단했고, 다른 학생은 학폭위 중징계로 내몰렸습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학교 측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사안이 더 커진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김민성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6월, 학교 엘리베이터 안에서 남학생을 마주친 여학생.
당시 여학생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가까워져 불쾌감을 느끼긴 했지만, 남학생의 행동에 부적절한 의도가 있다고 처음부터 확신했던 건 아니라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여학생 측은 '현장 검증 과정에서 남학생이 재연하는 모습을 본 뒤 고의라고 확신하게 됐다'는 취지로 경찰에 주장한 것으로, YTN 취재 결과 파악됐습니다.
이는 "남학생에게 재연을 시킨 적 없으니 현장검증이 아니다"는 그간 학교 측 강변과도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학교가 벌인 섣부른 현장 조사가 오히려 두 학생 사이의 오해와 적대감을 굳히는 계기가 된 셈입니다.
성 관련 사안인 만큼, 비밀 확산을 막아 여학생의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도 매뉴얼상 기본 수칙이었지만, 결국 학교에 소문이 퍼졌습니다.
불안감에 휩싸인 여학생이 친구들에게 털어놓은 이야기가 빠르게 퍼졌고,
[장애 남학생 어머니 : 여학생 옆 반, 또는 같은 반 학생 여러 명이 (남학생) 반에 와서 '너 변태냐?', '너 이 학생한테 키스하려고 했냐?', '변태 XX네' 이러면서 점점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죠. 그것 때문에 (아들이)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끝내 학교 밖 분쟁으로 번진 사건.
학폭위에서 성추행 의도가 인정되지 않아 남학생은 아무런 조치도 받지 않았습니다.
반면 여학생은 사실과 다른 소문이 퍼지게 해 남학생에게 고통을 줬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든 학교의 엉뚱한 대처도 확인됐습니다.
남학생 측은 지난 8월 말 학교 측에 여학생의 반성문 낭독을 제안했습니다.
인권침해 소지가 큰 요구인데도, 학교 관계자는 여학생 측이 동의하고 교장이 승인하면 추진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해 논란을 키웠습니다.
이런 미흡한 초기 대응과 중재 속에 중증 지적장애 남학생과 불안에 떨던 여학생, 양쪽 모두 깊은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남학생은 지난 6월 이후 등교를 중단한 채 대학병원에서 정신건강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여학생은 학폭위 처분에 이어 형사 고소까지 맞닥뜨리며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사건 이후 넉 달이 넘도록 교육적 중재는 뒷전으로 밀렸고, 교실의 갈등은 사법 공방으로 번졌습니다.
오해를 풀 기회를 잃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두 아이 앞에서, 학교는 왜 존재하는지 물음표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YTN 김민성입니다.
영상기자 : 여승구
디자인 : 김유영
YTN 김민성 (kimms070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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