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최근 경기도 고양시 원당역에서 아주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같은 역에서 일하던 동료가 휘두른 흉기에 30대 여성 역무원이, 크게 다친 건데요. 그런데 사건 이후, 더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가족 측은, 사건 전부터 위험 신호가 있었다, 주장합니다. 피해자가 평소, 동료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고 함께 근무하지 않도록 해달라.. 여러 차례 요청까지 했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 사건, 피의자가 경찰에 내놓은 진술도 논란입니다. 피의자는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됐고 경찰은 계획범행 여부도 조사하고 있는데요. 이 사건,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이 있습니다. 바로 회사의 대응입니다. 피해자가 여러 차례 위험을 호소했다는 가족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회사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요. 또 이 사건, 사전에 계획된 범행이었을까요. 그리고 범행 당시 기억나지 않는단 피의자의 주장은 법적으로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이윤정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이윤정 변호사 (이하 이윤정) : 네, 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의 이윤정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먼저 사건이 발생한 그 날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지하철 3호선 원당역의 역무실이었는데요. 그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 이윤정 :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28일 낮 12시 30분쯤, 원당역 역무실에서 30대 남성 역무원 A씨가 동료인 30대 여성 역무원에게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렀습니다. 두 사람은 올해 1월부터 함께 일했고, 피해자가 직장 선배였다고 합니다. 주변에서 피의자를 제압했고, 출동한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보도됐습니다. 피해자는 크게 다쳐 응급수술을 받았고, 피의자는 10월 30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고 합니다. 평소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일터 안에서 공격당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큰 사건입니다.
◆ 이원화 : 사건이 알려지고 며칠 뒤, 피해자 가족이 직접 SNS에 글을 하나 올렸는데, 알려진 것보다 피해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 수술을 맡은 의사조차도, 도대체 얼마나 긴 칼을 쓴거냐, 물었을 정도라는 것 아닙니까. 가족들이 전한 피해 상황, 어느 정도인 겁니까?
◇ 이윤정 : 가족 측은 초기 보도만으로는 피해의 심각성이 충분히 전해지지 않았다고 호소했습니다. 가족의 설명을 전한 보도에 따르면 얼굴과 목, 내부 장기 등이 크게 손상됐고, 심한 출혈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합니다. 11월 3일 후속 보도에는 전날 손목 수술을 받고도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는 가족의 설명이 담겼습니다. 의식을 되찾았다는 초기 소식만으로 회복됐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상황인 거죠. 다만 구체적인 후유장해나 예후는 의료진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 이원화 : 가족들이 직접 나서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사건이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데 점점 묻히고 있다, 이 부분을 들었거든요. 실제 피해자 가족이 직접 공론화에 나서는 게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까. 변호사님이 현장에서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 이윤정 : 저는 공론화의 의미가 사건에서 빠진 자료와 목소리를 드러내는 데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가족의 글을 본 동료가 당시 상황을 증언하거나,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근무 분리 요청 기록을 제시할 수 있겠죠. 이런 자료가 실제 수사와 재판에 제출되면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조회수나 청원 숫자만큼 형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이 매번 피해를 공개하고 관심을 호소해야 제대로 보호받는 구조도 바람직하지 않고요. 저는 피해 상황을 담은 진료자료와 사건 전의 메시지를 의견서에 연결해, 법원이 확인할 수 있는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피의자가 경찰에 한 진술을 보면 범행 당일, 피해자가 담배 냄새가 난다... 혼잣말을 했는데 그 말에 화가 났단 거잖아요. 진짜 그것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겁니까? 그 말 한 마디 때문에요?
◇ 이윤정 : 현재로서는 피의자가 그렇게 진술했다는 보도입니다. 담배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났고, 몸에 방향제를 뿌린 뒤 약을 과다 복용했다는 취지라고 합니다. 그 말이 정확한 범행 동기인지, 사건 전체를 설명하는지는 별개입니다. 경찰이 업무 갈등에 관한 진술도 확보했다는 보도가 있어서, 이전부터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함께 봐야 합니다. 저는 이 사건을 ‘담배 냄새 한마디 때문에 벌어진 일’로 정리하면 위험 신호와 범행 준비 여부를 놓칠 수 있다고 봅니다. 피해자의 일상적인 말에 범행 책임을 돌릴 수도 없고요.
◆ 이원화 : 그러니까요. 사건 전부터 갈등이 누적돼왔던 것 같은데 어떤 사정이 있었던 겁니까.
◇ 이윤정 : 피해자 남편의 설명에 따르면 피의자가 업무 요청에 협조하지 않아 함께 일하기 어려웠고, 피해자가 두려움을 느끼며 퇴사까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사건 전 지인에게 무섭다거나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다만 피의자의 근무지 이동 경위에 대해서는 가족의 설명 외에, 과거 직장에서 본인이 갑질 피해를 신고한 뒤 옮겼다는 별도 보도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위험한 행동 때문에 여러 역에서 쫓겨났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행동과 인사기록을 구분해 확인해야 합니다.
◆ 이원화 : 그래서 피해자가 회사에 여러 차례 근무 분리를 요청했단 주장이 나오는 건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를 들어 어떤 조치를 요구했고, 회사에서는 어떤 대응을 했는지도 밝혀졌나요?
◇ 이윤정 : 가족 측은 다른 역으로 보내거나 근무 시간을 분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11월 5일 보도에는 올해 1월 업무 지시 문제로 갈등이 생겼을 때 역장이 피해자에게 참으라는 식으로 대응했고, 7월에는 피해자가 삼송역 전보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는 피해자 남편의 설명도 담겼습니다. 요청과 대응의 시점이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된 겁니다. 다만 회사가 당시 어떤 위험을 전달받았고 왜 전보가 무산됐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관련 메시지와 면담 기록, 인사자료를 회사 설명과 맞춰 봐야 합니다.
◆ 이원화 : 여기서 중요한 건, 회사가 이걸, 단순히 직원 간의 업무상 갈등으로 받아들였는지, 아니면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는 호소까지 들었는지.. 이 부분일 것 같은데요. 실제 회사가 어느 정도의 위험을 알고 있었냐에 따라 보호 의무도 달라지나요?
◇ 이윤정 : 네. 단순히 일하는 방식이 안 맞는다는 말과 구체적인 위협 행동을 알리며 함께 근무하기 두렵다는 말은 다르게 다뤄야 합니다. 회사가 위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에 따라 필요한 보호조치도 달라집니다. 다만 직원이 살인미수를 정확히 예고해야만 회사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험을 확인하면서 접촉을 줄이거나 근무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는지 살펴야겠죠.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해당한다면 신속한 조사와 필요한 임시 보호조치도 문제 됩니다. 판단의 기준은 정신질환이라는 이름 자체가 아니라, 실제 위협 행동과 전달된 정보여야 합니다.
◆ 이원화 : 다시 범행 자체로 돌아가 보면, 사전에 계획된 범행이었냐,도 중요한 쟁점인데요. 범행을 저지를 때, 피의자 본인이 지니고 있던 흉기를 사용했단 말이죠. 피해자와 평소 관계도 좋지 않았단 이야기가 나오면서 계획범행 아니냔 의혹이 제기됐거든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녔다, 주장하고 있습니다. 의심스러운 정황만으로 계획범행이다, 단정할 순 없잖아요. 이 사건 같은 경우는 어떨까요.
◇ 이윤정 :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의 남편은 피의자가 수개월간 흉기 두 점을 소지했고, 교대로 식사하는 점심시간에 CCTV가 없는 탕비실에서 범행했다는 점을 들어 계획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확인해야 할 정황이지만, 실제로 그 시간과 장소를 노려 범행했는지는 별개입니다. 흉기 소지 경위와 당일 동선, 목격자 진술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계획성이 인정되면 형을 무겁게 정하는 요소가 됩니다. 그렇다고 우발적 범행이면 당연히 감형되는 것도 아닙니다. 미리 계획했는지와 공격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별개여서, 순간적으로 결심한 살인미수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또 논란이 된 게 피의자가 범행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단 겁니다. 감형 노린 것 아니냔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는데 실제 이 주장이 법정에서 통할 수도 있습니까?
◇ 이윤정 : 기억이 없다는 말만으로 감형하기는 어렵습니다.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당시 자기 행동을 판단하거나 통제할 능력이 부족했던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영상과 목격자 진술을 통해 누구에게 어떻게 접근했고, 주변의 제지에 어떻게 반응했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남편은 피의자가 자신을 제압한 남성 직원은 공격하지 않고 피해자만 계속 공격했다며 기억상실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됐습니다. 사실이라면 공격 대상을 구별하고 주변 상황에 반응했는지 살펴볼 자료입니다. 다만 특정인만 공격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곧바로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당시 행동과 진료기록, 실제 복용량과 약물 영향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 이원화 : 더구나 피의자가 평소 정신질환 관련 약을 복용해왔고 범행 당일에는, 약을 과다 복용했다고도 주장했잖아요. 심신미약으로 형량이 줄어들 수도 있을까요?
◇ 이윤정 : 실제로 2019년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에서는 정신감정 등을 근거로 2심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돼, 1심 사형이 무기징역으로 바뀌고 2020년 확정됐다고 보도됐습니다. 피해자 측의 감형 우려는 이해되지만, 정신질환이 있거나 약을 먹었다는 사정만으로 같은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감형 논의에 피해의 중대성과 피해 회복이 가려져서도 안 됩니다. 이 사건의 과다 복용은 피의자 진술이므로 복용 시점과 양을 흉기 준비, 행동 경위와 함께 검증해야 합니다. 약을 먹었다고 감경이 곧바로 배제되지는 않지만, 위험 발생을 예상하고 스스로 심신장애 상태를 만든 것으로 인정되면, 심신장애에 따른 면제·감경 규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심신미약이 인정돼도 감형이 의무인 것은 아닙니다.
◆ 이원화 : 회사 책임 문제로 다시 돌아와 볼게요. 앞서 회사가 어느 정도의 위험을 알고 있었냐에 따라 보호 의무도 달라진다 하셨는데요. 그런데 보호 의무가 있단 것과 실제 법적 책임을 지는 건 또 다른 문제잖아요. 회사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 이윤정 : 가능성은 있습니다. 회사가 구체적인 위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거나 커졌다면,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회사 직원끼리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분리 요청과 회사의 대응, 피해 사이의 관계이므로 사건 전 메시지와 면담 기록이 중요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사·보호 의무 위반도 검토할 수 있고요. 관리자의 형사책임은 구체적인 주의의무와 과실, 피해와의 인과관계를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 이원화 : 피해자와 가족들 입장에선 당장 현실적인 문제도 있을 겁니다. 치료비도 상당할 테고, 일을 못하는 동안의 생계 문제도 있겠죠. 심지어 일터에서, 같은 직장 동료에게 이런 일을 당했다...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 것 같거든요?
◇ 이윤정 : 형사재판이 끝나기 전에도 산재 신청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터에서 다쳤다고 모두 산재는 아니지만, 보도처럼 업무 갈등과 직장 내 관계에서 발생한 피해라면 근무표와 동료 진술 등을 토대로 업무 관련성을 살펴봐야 합니다. 산재로 인정되면 치료를 위한 요양급여와 요양으로 일하지 못한 기간의 휴업급여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휴업급여는 원칙적으로 평균임금의 70퍼센트이고, 치료 뒤 장해가 남으면 장해급여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가해자와 책임 요건이 인정되는 회사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손해를 산재와 배상으로 이중 보상받을 수는 없어서, 산재로 보상되지 않는 위자료나 추가 손해를 따져 함께 청구하는 게 중요합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