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찰청이 치안 시스템을 중동 지역 등에 전수해 우리나라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이른바 '치안 한류' 사업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물대포 같은 시위 진압 장비 수출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점인데, 자칫 반한 감정을 넘어 테러 단체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강진원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이 살수차, 이른바 물대포 등으로 저지합니다.
질서 유지를 위해 물대포를 동원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지만 지나치다는 항의와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인터뷰:세월호 추모 집회 참가자]
"물대포도 모자라 최루액을 가득 섞은 물대포를 세월호 유가족을 겨냥해 마구잡이로 쏘아댔다."
경찰이 이처럼 부정적 여론을 불러올 수 있는 시위 진압 장비의 수출 지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YTN이 단독으로 확보한 문건을 보면 중동과 중남미는 물론 아프리카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살수차 50여 대를 포함해 7천만 달러, 700억 원 이상의 진압 장비가 오만에 판매됐는데, 대상국가를 더 늘리겠다는 겁니다.
이번 주 방한하는 아랍에미리트의 차관급 인사도 장비 구매 등 관련 내용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장비 외에도 "중동 지역에서 우리 경찰의 집회 시위 관리 기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선 외교관들 사이에선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위 진압 장비처럼 민감한 품목은 해당 국가에서 반한 감정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외교부 관계자]
"살수차량, 그것은 우리나라의 사회, 국민에 대한 이미지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는지)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이 갑니다."
IS 같은 극단적 테러집단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서정민, 한국외대 아랍연구센터 소장]
"이들을(반정부세력) 대표하는 것이 이슬람 과격, 혹은 테러세력입니다. 만약 우리 정부의 진압 관련 장비 수출이나 수사협력이 이들 반정부세력에 노출되면 한국이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고…."
2011년 중동 민주화 시위 당시 15살 소년이 국산 최루탄에 맞아 숨져 파문이 확산된 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살수차처럼 민간인을 상대로 사용될 수 있는 진압 장비의 수출은 자칫 '치안 한류' 사업의 취지마저 퇴색시킬 수 있습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좀 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YTN 강진원[jinwo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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